[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일본에는 이전부터 다양한 종류의 이혼들이 있어왔다. 신혼여행을 마치자마자 이혼하는 스피드 이혼이나 나리타 이혼, 배우자가 정년을 맞고 자녀들이 독립한 후에 이혼하는 황혼이혼, 법적으로는 부부이고 함께 살지만 사실상 남남이나 다름없는 가정 내 이혼 등.
여기에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외출을 자제하고 자택근무를 장려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졌고 이로 인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증가하면서 부부간의 마찰과 스트레스가 증가한 결과 코로나 이혼이라는 표현이 새로 등장했다.
일본 내에서는 ‘남편이 재택근무로 수입도 줄었는데 말싸움만 늘었다’, ‘작은 술 모임이니까 가도 괜찮다는 남편의 얕은 위기의식에 실망했다’와 같은 트위터 글들이 2월 말부터 생겨나 3월에는 ‘#코로나이혼’이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급속도로 늘어났다.
도쿄에 거주하는 30대 주부 A씨는 맞벌이지만 부부 모두가 코로나 바이러스로 재택근무를 하는 상황에서 7살 자녀마저 초등학교 개학이 연기되며 온 가족이 24시간을 집안에서 함께 보내게 되었다.
그러자 이전에는 없던 부부간의 말싸움과 스트레스가 급증했다고 한다. 좁은 집안에서 두 명이 재택근무를 할 공간도 넉넉지 않아 답답한데다가 외출도 자제하다 보니 새로운 화젯거리나 대화도 사라져 일상이 꽤나 고통스러워졌다는 것이다.
A씨 부부의 스트레스와 답답함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역시나 많았던 것일까. 일본에서는 이러한 부부들을 위한 일시 피난소를 제공하는 서비스도 새로 등장했다.
일본 전역에 호텔과 민박사업을 운영하는 칸쿠(カソク)는 부부 간의 긴장과 스트레스를 줄이고 자택 외에서 시간을 보내길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1박부터 월 단위로 방이나 독채를 빌릴 수 있는 상품을 3월부터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서비스 시작과 동시에 30~50대 남녀고객들로부터 ‘당장 들어가서 5월까지 지내고 싶다’와 같은 요청과 관련 문의가 빗발쳤다고 한다.
물론 재택근무와 외출자제로 인한 스트레스는 일본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UN은 이번 달 7일, 도시봉쇄를 하고 있는 나라에서 가정폭력이 급증하고 있다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고 실제로 싱가폴과 키프로스 등에서는 가정폭력 관련 상담이 30%나 증가했다고도 한다.
한편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혼자서는 불안하다는 위기의식이 강해지며 서둘러 인생의 반려자를 찾고자 하는 심리현상도 다시 나타났다.
도쿄에 위치한 결혼상담소 'Marry Me'는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심각해진 이후 결혼상담 건수가 평소보다 20%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상담증가는 9년 전 동일본대지진 때도 동일한 양상을 보였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의도치 않게 부부들에게는 지금까지 없었던 갈등을, 독신자들에게는 혼자라는 불안감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다른 의미로 일본사회가 술렁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