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아베 총리가 우리 돈 1000조 원이 넘는 108조 엔 규모의 긴급경제대책을 전격 발표했다.
이는 일본 GDP의 약 20%에 이르는 거대한 금액이고 2009년 리먼 쇼크 때의 경제대책규모 56조 8000억 엔과 비교해서도 거의 2배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규모다.
이처럼 과감한 결정에 이른 가장 큰 원인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경기악화 우려 때문이다. 미츠비시 UFJ 리서치&컨설팅이 4~6월 사이 일본의 실질성장률이 연간 기준으로 -11.3%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측하는 등 대다수의 전문가와 경제연구소들이 올해 일본경제가 크게 후퇴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아베 총리 입장에서는 무한정으로 엔화를 찍어내는 양적완화로 경제를 살리고 물가를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한 상황에서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몇 년 간의 노력이 물거품으로 돌아갈 위기에 처하자 특단의 조치를 취한 셈이다.
하지만 정부의 과감한 조치와 발표에도 불구하고 일본 국민들의 불만은 사그라들지 않고 오히려 커지는 모양새다. 심지어 같은 자민당 내에서조차 아베 총리의 발표를 정치적 쇼라고 표현하는 의원들마저 나타났다. 1000조 원이 넘는 돈을 경제대책에 사용하겠다는데 무엇이 문제일까?
일단 108조 엔은 어디까지나 사업규모를 의미할 뿐이고 융자나 기존 국가 예산 등을 모두 포함하고 있는 과도하게 부풀려진 숫자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위해 추가로 국채를 발행하여 신규로 조달한 예산은 16조 8000억 엔 뿐이다.
이에 대해 입헌민주당의 타마키 유이치로(玉木 雄一郎) 대표는 "언론에 1조 달러라고 말하고 싶어 한껏 부풀린 경제대책"이라며 실효성이 결여된 정부발표를 비난했다.
심지어 자민당 내에서도 젊은 의원들 50명 이상이 뭉쳐 공동으로 성명을 발표하여 이번 총리관저와 여당의 대응을 ‘100점 만점에 10점짜리’라고 평가하며 당장 소비세를 0%로 낮추고 30조 엔 이상의 신규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고 제언하기도 했다.
가정 당 30만 엔이라는 파격적인 금액을 내걸었던 현금지원에 대해서도 이미 불만은 속출하고 있다. 정부가 내건 조건을 맞출 수 있는 세대가 극소수이기 때문이다.
30만 엔의 현금지원을 받기 위한 기준 소득은 도쿄를 기준으로 1인 가구가 월 10만 엔 이하, 2인 가구가 월 15만 엔 이하, 3인 가구가 월 20만 엔 이하, 4인 가구가 월 25만 엔 이하다.
도쿄의 물가를 생각하면 사실상 생활자체가 불가능한 금액이라 여야 모두 실제 해당되는 대상이 지나치게 적다고 지적하고 자민당 내에서도 소득기준을 정하지 말고 일률적으로 지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짐에 따라 부랴부랴 10만엔 일괄지급으로 방향을 수정했다.
휴업수당의 일부를 정부가 부담하는 ‘고용조정 조성금’ 역시 노동관계자들은 ‘조성금이 있더라도 기업부담이 완전히 제로는 아니기 때문에 직원을 해고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며 ‘신청수속도 복잡해 아예 포기하는 회사들도 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현재 일본의 휴업수당은 사측의 지시로 휴직에 들어간 노동자에게 평균임금의 60% 이상을 수당으로 지급토록 하고 있어 향후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경영악화가 장기화될 경우 대량해고의 빌미가 될 수도 있다.
상황이 이쯤 되다보니 일본에서는 정말 보기 드물게 대형 포털사이트에 아베총리와 현 정부의 무능함을 지적하는 기사와 댓글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일본 내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 수는 매일 최고치를 갱신하며 1만 명을 돌파함에 따라 아베 총리로서는 취임 후 최악의 한 해가 될 것은 틀림없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