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원 기자 입력 : 2024.12.10 00:33 ㅣ 수정 : 2024.12.10 00:33
2014년 44.3%에서 작년 50.5%까지 상승, 남성 대비 정규직 비율과 평균 임금은 열악
[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일본에서 15세~64세 사이 여성 정규직 직장인 수가 올해 상반기 기준 1241만 명을 기록하며 2003년 이후 21년 만에 비정규직 숫자를 상회했다.
총무성의 노동력조사 결과 여성 직장인의 정규직 비율은 전년 동기 대비 0.6포인트 상승한 50.5%를 기록하면서 비정규직의 49.5%를 앞섰다. 구체적으로는 젊은 여성 세대의 정규직 일자리가 크게 증가했으며 의료와 개호 외에도 제조업처럼 인력이 부족한 업종들을 중심으로 정규직 채용이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래 여성 직장인의 정규직 비율이 가장 높았던 시기는 버블경제로 대표되던 1990년 전후로 당시 여성 정규직 비율은 60%를 넘겼지만 외벌이가 주류였던 탓에 정규직으로 취업한 절대 인원으로만 비교하면 지금보다 200만 명가량 적었다.
그 후 노동자파견법 개정과 버블경제의 붕괴, 리먼쇼크 등이 이어지며 인건비 삭감의 일환으로 비정규직 일자리가 양산되었고 그 결과 2014년에는 여성 정규직 비율이 44.3%까지 하락하며 여성 직장인에 대한 일본 사회의 대우는 악화일로를 걷기도 했다.
하지만 2024년까지 10년 사이 여성 정규직 비율은 다시 6.4포인트 반등했고 같은 기간 정규직 일자리는 264만 개가 늘고 비정규직 일자리는 11만개 줄어들었다.
여성 정규직이 늘어나는 요인 중 하나는 인력이 부족한 업계와 기업들을 중심으로 여성 채용이 활발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연령별로는 25~34세가 가장 많은 11.8포인트 늘은 반면 55~64세는 4.0포인트 늘어 젊은 여성들의 정규직 취업이 대세가 되었다.
10년 사이 늘은 정규직 일자리를 산업별로 구분해보면 고령화에 따라 간호사, 요양보호사 등의 인력수요가 함께 증가한 의료 및 복지가 71만개로 1위를 차지했다. 2, 3위 역시 인력부족을 이야기할 때 항상 거론되는 제조(30만개)와 정보통신(29만개)이었다.
여성 정규직이 많아진 이유는 결혼과 출산 후에도 경제활동을 계속하는 여성들이 늘어난 요인도 작용한다.
후생노동성이 작년에 실시한 출산동향 기본조사에 의하면 첫째 자녀 출산 후에도 일을 계속하는 여성 비율은 53.8%를 기록하여 20년 사이 2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육아휴직의 보급과 여성 고학력자의 증가 역시 여성 취업률이 30대 들어 급격히 하락하는 M자 현상을 완만하게 만들었다.
다만, 같은 15~64세 사이 남성 직장인의 정규직 비율은 83.0%로 여성보다 30포인트 이상 높았고 평균임금 역시 남성 쪽이 30%정도 많았다. 특히 연령이 올라갈수록 남녀 간 격차는 더욱 벌어졌는데 여성의 승진이 상대적으로 늦고 관리직 비율도 낮은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일본 정부 입장에서는 여성들의 활발한 경제활동이 반가울 따름이다. 여성 정규직이 늘고 고용이 안정되면 미래에 불안감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출산과 양육에 대한 경제적 부담이 줄어 개인소비가 활성화되어 내수가 진작된다. 여기에 파트타이머였으면 내지 않았을 건강보험료와 연금보험까지 추가로 납부하게 되니 국가 재정 운영에도 이득이다.
일본 정부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여성들의 일과 육아 양립이 가능토록 어린이집을 확충하여 대기아동을 줄이고 남성의 가사와 육아 참여가 가능토록 관련 휴직제도 철저 등을 기업들에 주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