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속 무기] 미국 수출 가능성 높아진 2.75인치 유도로켓 ‘비궁’, 내년도 계약 이뤄질 듯

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입력 : 2024.12.07 06:50 ㅣ 수정 : 2024.12.08 06:39

미국산우선구매법 때문에 직접 수출은 변수…미국 현지업체 통해 생산한 제품 수출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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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김한경 안보전문기자] LIG넥스원의 수출 주력 유도무기로 알려진 2.75인치(약 7㎝) 유도로켓 ‘비궁’의 미국 수출이 내년도에는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LIG넥스원 관계자는 “내년 미 국방 예산 방위력개선비에 비궁과 관련된 예산이 포함돼 협상이 조속히 개시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설명했다. 만일 계약이 성사된다면 비궁은 미국으로 수출되는 최초의 국산 무기체계가 된다. 

 

유도로켓은 무선·적외선 등의 유도에 따라 목표물에 도달하는 무기체계이다. 비궁은 2020년 4월 국내 개발 유도무기 중 최초로 미국의 해외비교시험(FCT·Foreign Comparative Testing) 대상 무기로 지정된 이래 5년간의 평가에서 100% 명중률을 기록하며 시험을 통과했다. FCT는 미국이 자국에서 생산하지 않는 동맹국의 우수한 국방 장비와 기술을 시험·평가해 미군의 주력 무기체계 개발·도입에 필요한 핵심 기술이나 플랫폼을 확보하는 프로그램이다.

 

비궁은 지난 7월 환태평양훈련(RIMPAC) 기간 중 이뤄진 FCT 최종 시험발사에서 6발 모두 표적을 명중시킨 사실이 알려지면서 업계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번 시험발사는 한·미 양국 해군이 수립한 ‘무인화 기반 미래 작전개념’의 시나리오에 기반해 진행됐다. 한국과 미국을 통틀어 ‘무인 표적-공중 무인기 탐지-위성통신-무인수상정 탑재 유도로켓 발사’ 전 과정에 무인화 시스템을 적용한 최초의 사례로 기록됐다.

 

미국은 내년 유·무인 전력이 복합된 유령함대를 운영할 예정이어서 무인수상정에 탑재할 수 있는 비궁의 발사체계 구매를 검토 중이다. LIG넥스원이 미국에 판매하려는 비궁 발사체계는 무인수상정에 장착해 접고 펴는 스토우(Stow) 모드로 기존 고정형 대비 성능이 개량된 모델이다.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해 기존과 다른 접이식 형태로 만들고 스텔스 기능이 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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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에 배치된 비궁의 발사 모습. [사진=LIG넥스원]

 

비궁은 원래 미국과 함께 개발하던 무기체계였다고 한다. 2000년대 초 미군은 다수의 대형 대함미사일을 갖추고 있었으나, 소규모 보트를 이용해 직접 군함에 충돌하는 신종 테러 공격에 취약했다. 이에 미군은 기존에 사용하던 지름 2.75인치 로켓에 유도장치를 부착한 저가형 유도로켓을 공동 개발할 국가를 찾았고, 소형 함정을 이용한 북한의 습격에 대응하려던 한국과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미국과 LIG넥스원, 국방과학연구소 등은 2007년부터 공동 개발을 시작했다. 개발 당시 프로젝트 이름은 저가형 영상 유도로켓을 뜻하는 로거(LOGIR·Low-cOst Guided Imaging Rocket)였다. 하지만 미국은 2012년에 예산 문제로 중도 이탈했으며, 계속 사업을 이어갔던 한국은 2015년에 개발을 마친 뒤 2018년 전력화했다. LIG넥스원이 양산을 담당한 이 무기체계는 추후 비궁이라고 명명됐다.

 

비궁은 지대함 미사일로 개발됐으나 지대지, 함대함, 공대함, 공대지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적외선 유도장치가 탑재돼 발사한 뒤에도 별도의 조작이 필요 없어 다수 표적에 동시에 대응할 수 있고, 차량 탑재 방식을 적용해 다양한 플랫폼에 모듈 형태로 장착할 수 있으며, 열 영상 탐색기를 통해 야간에도 운용할 수 있다.

 

비궁의 또 다른 장점은 저렴한 가격에 있다. 양산시 로켓 1발당 가격은 4000만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는 미군의 주력 미사일인 록히드마틴의 ‘헬파이어’ 대비 3분의 1 수준이다. LIG넥스원은 FCT 최종 시험발사의 성공적 마무리로 미국과의 수출 계약 체결에 주력하는 한편, 글로벌 시장 확대에도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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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환태평양훈련(RIMPAC) 기간 중 이뤄진 FCT 최종 시험발사를 위해 무인수상정에 장착된 비궁 발사체계. 접고 펴는 스토우(Stow) 모드로 만들어져 있는데, 현재는 완전히 접은 상태이다. [사진=LIG넥스원]

 

미국 시장에 안착하면 미국 동맹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비궁에 대한 수요도 증가할 것이 예상된다. 이미 비궁은 2022년 사우디아라비아에 수출됐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프랑스 업체가 건조한 신형 고속초계정 12척을 도입했는데, 여기에 비궁이 장착된 것이다. 비궁은 아랍에미리트(UAE)가 도입한 순찰정에도 탑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비궁의 미국 수출 추진이 현실화된다면 2가지 대안이 거론된다. 첫째는 LIG넥스원이 생산한 제품을 직접 수출하는 방안이고, 둘째는 미국 현지업체를 통해 생산한 제품을 납품하는 방안이다. 현재로서는 미국산우선구매법(Buy American Act) 때문에 직접 수출은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어 둘째 방안을 추진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방산업계에서는 “한국이 세계 최강국인 미국에 완제품을 수출하는 것은 의미가 크다”며 “방산 분야 FTA(자유무역협정)로 불리는 한미 국방상호조달협정(RDP-A) 체결이 이뤄지면 더욱 힘을 받을 수 있지만, 트럼프 정부 출범으로 RDP-A 체결이 힘들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 RDP-A 체결과 관계없이 수출을 성사시키는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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