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 가득’ 차기 우리은행장은 누구...조직 대수술 불가피

유한일 기자 입력 : 2024.11.25 08:25 ㅣ 수정 : 2024.11.25 08:25

우리금융 이사회서 우리은행장 연임 불가 결정
잇따른 금융사고에 내부통제 부실 책임 결정타
승계 작업 본격화..그룹·은행 경영진 중 뽑히나
어깨 무거운 후임자, 조직 안정·쇄신 진행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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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전경. [사진=우리은행]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우리금융그룹이 핵심 자회사인 우리은행의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하기로 결정하면서 승계 구도에 관심이 쏠린다. 현 은행장이 내부통제 부실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실상 불명예 퇴진하는 만큼 차기 은행장의 부담도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 꾸려질 우리은행의 새 경영진은 조직을 ‘전면 쇄신’해야 하는 과제에 당면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 사외이사로 구성된 이사진은 지난 22일 서울 중구 본사에서 열린 비공개 이사회에서 조병규 우리은행장의 연임 여부를 논의한 끝에 ‘불가’로 뜻을 모았다. 우리금융 사외이사 7명 전원은 자회사 CEO 후보를 검증·추천하는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 소속이다. 

 

1992년 상업은행(한일은행과 합병 전)에 입행한 조 행장은 대기업심사부장, 전략기획부장, 경영기획그룹 집행부행장, 기업그룹 집행부행장을 거쳐 지난 2023년 3월 우리금융캐피탈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이후 이원덕 전 우리은행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조 행장이 우리은행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에 따라 조 행장의 임기도 이 전 행장이 받은 오는 12월 31일까지로 정해졌다. 

 

조 행장은 대표적인 ‘기업금융 전문가’로 꼽히며 우리은행 경쟁력 강화에 앞장서왔는데, 연이어 터진 금융사고가 발목을 잡았다. 우리은행은 지난 2022년 4월 본점에서 발생한 700억원대 횡령 사태 이후에도 크고 작은 금융사고가 잇따랐다. 올해 들어 우리은행이 공시한 금융사고만 영업점 횡령과 외부인 사기 등 4건이다. 

 

특히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친인척 대상 부당대출 사태가 조 행장 연임 좌절에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우리은행에서 손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법인 등에 약 350억원대 대출이 부당하게 취급됐다는 의혹이다. 문제는 부당대출이 일어난 기간이 2020년 4월부터 올해 1월까지로 조 행장 임기에 해당한다는 점이다. 

 

사실상 조 행장이 우리은행의 부실한 내부통제 관리 책임을 지게 된 셈이다. 여기에 손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을 수사 중인 검찰이 조 행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한 점도 연임을 가로막는 계기가 됐다. 우리금융 입장에서는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른 조 행장의 임기를 더 늘리는 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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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규 우리은행장이 1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장-은행장 간담회에 참석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차기 우리은행장 윤곽은 이번 주 중 드러날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의 지배구조 모범관행은 금융사 CEO 임기 만료 최소 3개월 전부터 경영 승계 절차에 돌입하고, 1개월 전까지는 후보 추천이 완료돼야 한다. 우리금융 자추위가 늦어도 이달 30일까지는 차기 우리은행장 최종 후보자를 도출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금융 측은 이번 차기 우리은행장 선임 과정에서 롱리스트(1차 후보군)와 숏리스트(2차 후보군)를 발표하지 않기로 했다. 금융권에서는 우리금융이 그룹과 은행 소속 경영진을 대상으로 최종 후보자 물색을 진행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현재 우리금융에는 각 부문별로 8명의 부사장이, 우리은행에는 21명의 집행부행장이 있다. 

 

이들 중 하마평에 오르는 건 △박장근 우리금융 리스크관리부문 부사장(우리은행 리스크관리그룹 집행부행장 겸직) △유도현 우리은행 경영기획그룹 집행부행장 △정진완 우리은행 중소기업그룹 집행부행장 등이다. 우리은행은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출신의 인사가 번갈아가면서 맡아왔는데, 이 흐름대로라면 다음 차례는 한일은행이다. 박 부사장과 유 부행장은 상업은행, 정 부행장은 한일은행 출신이다. 

 

조 행장이 우리은행장에 취임하기 전 우리금융캐피탈 대표를 지내고 있었던 것처럼 그룹 자회사 CEO 출신이 발탁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주로 거론되는 건 박완식 우리카드 대표와 이석태 우리금융저축은행 대표, 강신국 우리PE자산운용 대표 등이다. 

 

내년 바로 임기를 시작할 차기 우리은행장의 어깨는 그 어느 때보다 무거울 것으로 보인다. 금융사고 발생과 검찰 수사 등으로 뒤숭숭한 조직을 안정시키는 동시에 사실상 대수술에 준하는 전면 쇄신도 동시에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장 급한 부분으로는 금융사고 방지를 위한 내부통제 강화, 출신 은행별 조직 내 파벌 문화 척결, 은행 사업 전략 보완 등이 지목된다. 

 

우리금융 내 우리은행 영향력을 봤을 때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과 호흡을 맞추는 것도 필요하다. 앞서 임 회장은 ‘지주는 전략 중심으로, 은행은 영업 중심으로’를 경영 방침으로 제시한 바 있다. 특히 우리은행은 그룹 당기순이익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자회사다. 그룹 성장성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은행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우리금융에서 다음 우리은행장에게 여러 사태를 안정적으로 수습하는 소방수 역할을 기대할 것으로 보인다”며 “문화적이나 영업적으로 변화 의지 뿐 아니라 결과물도 순차적으로 내놓아야 신뢰 회복이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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