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야심찼던 ‘순익 1등’ 목표 달성 난항
연초 시중은행 당기순이익 1위 목표 제시
3분기까지 4대 은행 중 4위...격차는 여전
대출 전략 수정에 이익 성장 기대 어려워
그룹 CEO 인사 때 경영 목표 반영될 듯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올해 ‘시중은행 당기순이익 1위’ 도약을 제시한 우리은행의 막판 반전 가능성이 희미해졌다. 최근 실적 성장세에도 경쟁사들과의 격차를 좁히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잇따른 금융사고 논란과 더불어 야심차게 내세운 경영 목표까지 미달할 경우 연말 최고경영자(CEO) 인사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6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의 올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전년동기(2조2898억원) 대비 10.2% 증가한 2조524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연간 당기순이익(2조5159억원)을 상회하는 규모다. 이 같은 흐름이면 지난 2022년 세운 연간 기준 역대 최대 당기순이익 기록(2조9198억원)을 2년 만에 갈아치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의 순이익이 늘어나면서 경쟁 구도 재편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올 1월 경영전략회의에서 “우리가 준비한 영업 동력을 바탕으로 확실한 결과를 보여줘야 한다”며 시중은행 당기순이익 1위를 목표로 내걸었다. 이른바 ‘리딩뱅크’에 오르겠다는 의미다. 조 행장은 지난 7월에도 “당기순이익 1등 목표는 변하지 않았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시중은행들의 경영 실적을 보면 우리은행의 ‘막판 뒤집기’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당기순이익은 신한은행이 3조1028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하나은행(2조7808억원)과 KB국민은행(2조6179억원)이 뒤를 이었다. 4위에 해당하는 우리은행과 1위인 신한은행의 당기순이익 격차는 5784억원에 달한다.
신한·하나·국민은행은 올 1분기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 판매에 따른 고객 배상금 여파로 출발이 좋지 않았다. 적게는 1799억원에서 많게는 8620억원 규모의 충당금 적립으로 순이익 감소가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상대적으로 홍콩 H지수 ELS 판매 규모가 작아 대손비용도 75억원에 그쳤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은 올 상반기(1·2분기)까지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에 이어 3위 자리를 지켰지만, 3분기 들어서는 다시 4위로 내려앉았다. 국민은행이 올 3분기 별도 기준으로 1조1120억원에 달하는 당기순이익을 시현하면서다. 주요 은행들은 대규모 홍콩 H지수 ELS 배상을 상쇄할 정도의 이익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우리은행이 올해 리딩뱅크 목표 달성에 성공하려면 4분기에만 적어도 1조원 넘는 당기순이익을 거둬야 한다. 최근 5년간 우리은행의 4분기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은 △2019년 3485억원 △2020년 3557억원 △2021년 3888억원 △2022년 5186억원 △2023년 2158억원 등이다. 시장금리 상승과 대출자산 증가를 고려해도 단숨에 당기순이익을 2~3배가량 늘리긴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다.
한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보통 4분기에는 영업 환경이 앞선 분기와 달라지는 게 없지만 충당금 환입 같은 재무적 결정을 연말에 반영하는 경우가 있다”며 “지금 우리은행은 자본비율 관리를 위해 기업대출도 막는 상황인데 대출 자산 성장 없이 이익이 큰 폭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우리은행은 시중은행 당기순이익 1등 전략의 핵심 동력으로 기업대출을 제시했다. 과거 누렸던 기업금융 명가(名家) 재건으로 이익 성장세를 이어가겠다는 구상이었다. 다만 우리은행은 급격하게 늘려놓은 기업대출에서 자산 건전성 악화가 가시화될 경우 위험가중자산(RWA) 상승으로 직결될 수 있다는 우려에 상황 유도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우리은행이 연초 야심차게 제시한 경영 목표 달성 여부가 불투명해진 건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자사 임직원 뿐 아니라 시장에 대대적으로 내세운 목표인 만큼 높은 관심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 우리은행은 시중은행들과의 경쟁 구도상 그동안 안착해있던 순위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상황이다. 애초에 무리한 목표 제시였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조직원들은 경영진이 제시한 목표대로 1년 동안 일을 진행했을 텐데,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사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이런 걸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경영진이 직접 (목표 달성 실패에 대한) 합당한 이유를 내놓아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우리금융그룹은 올 연말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는 자회사 CEO 선임 절차에 돌입했는데, 조 행장도 대상에 포함돼 있다. 지난해 7월 취임해 첫 임기를 보내고 있는 조 행장은 경영 성과 평가에 따라 연임도 가능하다.
댓글 (0)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