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빠진 인텔, 피인수합병설 이후 주가급등
[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반도체 왕국의 절대강자로 군림했던 인텔이 AI 반도체 호황 등 급변하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인수합병 대상으로 전락했다. 합병설은 아직은 설에 불과하지만, 한때 반도체 왕국을 건립했던 인텔의 한없이 쪼그라든 위상을 반영하고 있어 뒷맛이 씁쓸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인텔은 창업 56년만에 최악의 위기를 겪고 있다. 1970년대 후반부터 거의 반세기 동안 반도체 제국의 지위를 누렸던 인텔이지만, 이제는 전성기가 끝나고 위기에 봉착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인텔은 부진한 실적을 반복하더니, 올 2분기에는 16억 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적자까지 냈다.
인텔은 위기탈출을 위해 전체 인력의 15% 감원을 비롯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부 분사, 유럽 등에서 추진 중인 공장 건설 보류 등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 방안을 제시했지만, 위기탈출에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런 인텔을 인수하기 위해 퀄컴이 나섰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월가 일각에선 퀄컴이 구체적으로 인텔 인수를 위해 1220억달러의 인수가격을 놓고 물밑협상을 벌이고 있다는 관측도 나돌고 있다.
현재 인텔의 기업가치가 900억 달러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인수합병이 성사될 경우 역대 최대 규모의 IT기업 M&A 사례가 될 것이 분명하다.
지금까지 역대 최대규모의 인수합병은 2022년 마이크로소프트가 유명 게임사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687억달러에 인수한 것이 최고였지만, 인텔은 이보다 2배 가량 더 많은 금액에 해당한다.
인텔이 과거의 화려함을 뒤로하고 지금처럼 초라한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은 시대적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한 전략적 실수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인텔이 과거 영광에 안주하면서 2000년대 중반 이후 스마트폰 등 모바일 중심 체제에 적응하는 데 실패한데다, 무엇보다 AI 열풍을 간과한 것이 주된 패착이라는 지적이다.
인텔은 2017년 투자금을 회수할 수 없다는 판단하에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의 지분 확보 기회를 날린 바 있다. CFRA리서치의 안젤로 지노 분석가는 “AI로의 전환은 인텔에 큰 타격을 줬다”며 “인텔은 적절한 역량을 갖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인텔이 이대로 주저앉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인텔이 실제로 퀄컴과 인수합병 협상에 나설지도 의문이고, 양측이 합의한다고 해도 인수합병에 성공할지는 미국 정부의 반독점법 심사 적용 여부가 관건이겠지만, 인텔을 향한 구원의 손길은 새로운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인텔은 퀄컴 인수합병설이 나오자마자 오히려 주가가 반등을 시도하고 있다.
인수합병설에 덧붙여 대규모 투자유치 가능성까지 나돌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22일 미 자산운용사인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가 인텔에 50억달러에 달하는 투자를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아폴로 측은 그 대가로 인텔의 지분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텔이 아폴로 측이 내민 도움을 손길을 잡을지는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다만, 이번 거래가 성사되면 경영난을 겪고 있는 인텔에 숨통이 트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감이 주가에 선반영되는 모습이다.
한편 인텔 주가는 지난달 11일 20달러 아래까지 떨어지며 52주 최저가를 기록한데 이어 장중 18.52달러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현재는 최저가 대비 약 20% 이상 오른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