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세대 저격하고 지역소멸 해법으로 주목받다
MZ세대는 일과 휴식의 균형과 직원 복지를 직장 선택의 중요한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이런 문화는 사무실을 벗어나 여가와 일을 함께 할 수 있는 원격 근무 형태를 발전시켰다. 최근 ‘워케이션’이라 불리는 새로운 근무 방식이 MZ세대의 요구와 인구 소멸‧지역 경기 침체를 막으려는 지자체의 움직임과 맞물려 화제가 되고 있다. <뉴스투데이>는 강원 지역 워케이션 현장 2곳을 방문해 현장을 취재하고, 그 내용을 2회에 걸쳐 보도한다. <편집자주>
[강원(속초)/뉴스투데이=박진영 기자] MZ세대는 기존 세대에 비해 조직 문화와 복지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진다. 비좁은 사무실에서 근무하기보다는 자유로운 곳에서 일하는 것을 선호하며 근무와 휴식의 균형을 맞추는 것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 같은 MZ세대의 취향은 지방으로 떠나 새로운 환경에서 근무하며 여행도 즐기는 ‘워케이션’ 문화라는 신풍속도를 만들어가고 있다. 워케이션은 일(work)과 휴가(vacation)의 합성어로 여행지에서 업무와 휴가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새로운 근무 방식을 일컫는다.
워케이션은 MZ세대 직원의 요구뿐만 아니라 인구소멸시대에 지역 경제 활성화 방안을 강구하는 지자체의 요구나 신규 국내 관광 수요 창출을 강구하는 정부의 노력과도 뜻이 맞닿아 신규 사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고용정보원이 지난 6월 발표한 '지방소멸위험지수'에 따르면 지난 3월 전국 228개 시‧군‧구 가운데 57.0%인 130곳이 소멸위험지역에 포함됐다. 10곳 중 6곳이 소멸위험지역인 상황에서 '관계 인구(정주 인구는 아니지만 지속적으로 방문하는 인구)'를 늘릴 방법으로 워케이션은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지난 2022년부터 신규 국내관광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 '휴가지 원격근무' 형태의 '워케이션' 사업을 추진중이다. 관광공사가 내놓은 ‘워케이션 가이드북’에 따르면 워케이션은 워라밸을 중시하는 근로자 요구를 만족시켜 근로자 복지를 증가하고 생산성을 향상한다. 기업은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창출하고, 인재 확보의 경쟁력을 갖추며 ESG 경영을 통해 긍정적인 기업의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다.
이 같이 다양한 효과를 한번에 창출할 수 있는 ‘워케이션’ 현장의 모습은 어떨까. <뉴스투데이>는 최근 강원도 속초에서 체스터톤스호텔앤드레지던스 김종범 총지배인을 만나 ‘체스터톤스 속초 워케이션’의 운영 현황과 사업 효과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김 총지배인은 서울 신라호텔에서 23년간 근무했고, 지난 2022년 속초 체스터톤스호텔 오픈 멤버로 총지배인 업무를 시작했다.
김 총지배인은 “속초 워케이션은 주변의 다양한 관광 자원을 활용하며 MZ세대의 워라밸 근무 환경을 충족해 직원 만족도와 근무 효율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 워케이션에 참석한 MZ세대들 자유로운 근무 환경과 주변 볼거리에 만족하며 근무 효율 높여
속초 체스터톤스 워케이션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직장인들은 2030 세대가 주를 이뤘다. 화요일 짐을 풀고, 금요일까지 머무르면서 업무와 여행, 여가 생활을 즐기는 방식으로 동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워케이션 이틀차인 A씨(서울, 20대)는 “일에 더 집중할 수 있어서 근무 효율이 올랐다. 동료와 더 친해졌고, 지역이 활성화되는데도 도움을 줄 수 있었다”며 “설악 워터피아에 방문할 예정인데 기대감에 더 즐겁게 일하고 있다”고 소감을 말했다.
지난해 ‘근로자 휴가지원사업’ 관광공사 사장상을 수상한 다래전략사업화센터에 근무하는 B씨(대구, 30대)는 “시설이 쾌적하고 먹거리를 해결하기에도 좋은 편”이라면서 “직장 사무실보다 편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어서 즐겁다”고 했다.
이어 “케이블카와 미니 골프 프로그램을 이용했는데 인상적이다. 더 많은 지역으로 워케이션이 확대되면 좋겠다”고 밝혔다.
■ SBA‧강원관광재단‧스트리밍하우스 등 머리 맞대 워케이션 사업 진행…라이브러리‧노마드오피스‧AV룸서 120석 규모 사무실 운영
김 총지배인은 먼저 워케이션 운영 주최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서울경제진흥원(SBA)과 강원관광재단이 협의를 통해 워케이션 사업을 결정했다. (주)스트리밍하우스에서 고객을 모집하고 요금을 정산하는 등 운영 대행 업무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체스터톤스는 지난해부터 속초 워케이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며 “(체스터톤스에서) 시범적으로 운영을 하다가 워케이션 수요가 늘어나면서 라마다 호텔 등 속초 지역의 다른 곳으로 사업을 확대했다”고 밝혔다.
다음으로 김 총지배인은 라이브러리, 노마드 오피스, AV룸 총 3곳으로 구성된 워케이션 공간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워케이션 공간은 총 120석 규모로 운영중이다. 노마드 오피스는 워케이션 참가자들이 사용하는 공유 오피스 공간으로 선호도가 가장 높은 곳”이라면서 “AV룸은 주중에는 그룹 단위의 세미나 공간으로 사용하고, 주말에는 가족 단위로 방문해 오락을 하거나 넷플릭스 영화를 상영하는 공간으로 활용한다”고 말했다.
이어 “라이브러리는 워케이션 기간 동안 읽을 만한 서적을 진열한 공간으로 3~4명 단위로 분임토의를 할 때도 자주 사용한다”고 덧붙였다.
■ IT 분야 일하는 스타트업 직장인 다수…설악산‧청초호‧영랑호‧중앙시장 등 관광지 풍부
김 총지배인은 워케이션에 참가하는 직장인들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중소기업에서 IT 분야 등 창의적인 일을 하는 분들이 많이 방문한다”며 “2030세대들이 탁 트인 공간에서 생활하다보니 서울에서보다 생각이 열리고, 사고가 유연해진다는 평이 주를 이룬다”고 했다.
이어 김 총지배인은 “근무 시간만큼이나 업무 후 삼삼오오 모여 주변 관광지를 둘러보거나 산책을 하며 보내는 시간에 만족도가 높다”고 말하면서 “속초는 산, 바다, 호수를 다 가지고 있는 곳으로 설악산, 동해바다, 청초호, 영랑호 등 가까이서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또, “속초시에서 워케이션 참가자들에게 카페 할인이나 설악산 입장료 할인 등의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면서 “호텔에서 속초 중앙시장까지 도보로 10분 거리로 속초시가 제공하는 다양한 혜택을 가까이서 누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숙소에서 누릴 수 있는 혜택에 대한 설명을 더했다. 김 총지배인은 “속초 호텔은 4개 동에 968개 객실이 있다. A동, B동 옥상에 있는 루프탑에서 맥주 한잔하는 여유에 밤 시간이 가는줄 모른다”며 “A동 루프탑에서는 설악산을, B동 루프탑에서는 청초호‧바다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4월부터 10월까지 건물 내 수영장을 오픈하고, 사우나와 피트니스, 실내 골프연습장을 상시 개방하는데 워케이션에 참여하는 직장인들은 이 모든 서비스를 무료로 즐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워케이션 시작 전과 후의 도시 분위기 달라져…높은 만족에 가족과 함께 다시 방문할 잠재고객 기대
김 총지배인은 워케이션을 시작하기 전과 후의 모습을 비교하며 워케이션의 경제 효과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교통발달로 무박 여행이 가능해지면서 숙박 없이 당일치기 관광을 하는 여행객이 늘어났다. 수학 여행지를 제주도 등 다른 곳으로 선택하는 학교도 많아져 속초 지역 상권이 예전보다 어려워졌다"면서 "워케이션은 새로운 지역경체를 창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도시 직장인들이 속초에 거주하면서 주변 관광지나 음식점 등에서 소비가 일어나 경제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9월 둘째주에 51명이 방문했고, 매주 30~40명 규모의 직장인들이 체스터톤스 속초에서 워케이션을 즐기고 있다. 워케이션 고객들이 방문하면 주변 분위기가 활기차게 변한다”고 했다.
김 총지배인은 계절별로 수요가 달라지는 업계의 특성에 따른 워케이션의 경제 효과도 설명했다. 그는 “(일반 고객은) 여름에 장사가 되는 편이지만 나머지 계절은 어렵다. 워케이션을 시작하고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었다. 지난 1월 방문자가 600~700명에 달했다.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일반 관광객과 다르게 워케이션 방문객은 봄, 가을 방문자가 많고, 여름은 작은 편이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김 총지배인은 “체스터톤스 속초는 다른 숙소에 비해 차분하고 여유로운 분위기에서 워케이션을 즐길 수 있다. 다양한 편의 시설도 잘 갖췄다”면서 “워케이션을 통해서 호텔과 속초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가지고 다음에 가족과 함께 방문하는데 기대가 크다. 높은 만족도에 잠재 고객이 늘어날 것이라 기대한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