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된 밥이었는데” 해리스 트럼프 개입에 US스틸 매각 무산위기
[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미국의 대표적인 철강회사인 US스틸과 일본제철 간의 매각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으나, 노조의 강력한 반대와 정치적 압력으로 인해 협상이 무산될 위기에 처해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US스틸과 일본제철은 매각과 관련된 세부 사항을 조율하며 협상 완료를 눈앞에 두고 있었으나, US스틸의 노조가 매각에 대해 강하게 반대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노조는 일본 기업에 회사가 넘어가면 미국 철강 산업의 근본이 흔들리고, 일자리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며 매각에 강한 불만을 제기해왔다.
노조의 매각 반대는 대형 합병사건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의례적인 통과절차로 보였지만, 시기적으로 11월 대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권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이슈였다는 것이 핵심이다. 더욱이 US스틸이 있는 지역은 피츠버그이고, 피츠버그는 조지아주와 함께 이번 대선의 승패가 걸려있는 펜실베이니아주의 제2의 도시라는 것이다.
현재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와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 모두 US스틸의 매각을 반대하고 있다. 트럼프는 미국 철강산업을 보호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며 매각 반대를 가장 먼저 주장했다. 그는 미국 기업이 외국 자본에 넘어가는 것을 막고, 국내 철강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해리스 후보 역시 뒤늦게 트럼프와 비슷한 입장을 표명하며, 미국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보호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며 매각 반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로 인해 US스틸과 일본제철 간의 매각 협상은 정치적 갈등과 노조의 저항 속에서 큰 장애물을 만나 좌초위기에 놓이게 됐다.
조 바이든 행정부도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불허 방침을 공식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하고 나섰다.
익명을 요구한 복수의 미국 정부 소식통은 바이든 대통령이 이런 발표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 조만간 공식 발표 예정이라고 미국 언론에 전했다.
한 관계자는 뉴욕타임스에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에 대한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의 심의와 관련, “CFIUS는 아직 대통령에게 권고안을 전달하지 않았다”면서 “그것이 이번 절차의 다음 단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일본제철은 지난해 12월 미국 산업화의 상징으로 꼽혀 온 US스틸을 141억 달러(약 18조3000억원)에 매수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일본제철과 US스틸은 같은 달 CFIUS 심의를 요청했으며 백악관은 당시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를 승인하기 전 이번 거래가 국가 안보 등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최근 이를 불허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US스틸 인수를 추진중인 일본제철은 미국 내에 불고 있는 반발움직임을 잠재우기 위해 기업 인수 후 통치 방침으로 US스틸 이사의 과반수는 미국 국적으로 할 것이며, 이사는 최소 3명의 미국 국적의 사외이사를 포함할 것, 그리고 경영의 중추 멤버는 미국 국적으로 할 것 등의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정치권이 가세한 상황에서 US스틸의 매각 작업은 무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US스틸 경영진은 노조의 반대와 정치권까지 가세한 현 상황에 큰 우려를 표시하며, 만약 매각이 무산된다면 공장을 폐쇄하고 본사를 이전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한편 US스틸은 매각 추진에 힘입어 주가가 25달러에서 50달러까지 거의 2배 올랐지만 매각 무산 위기에 최근 3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3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가 5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는 2% 가량 반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