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으로 찢어진 실리콘밸리, 트럼프 해리스 지지 놓고 빅테크 거물간 정면충돌
[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오는 11월 미국 대선이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 간에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박빙 승부로 전개되면서, 실리콘밸리가 전례없는 갈등을 겪고 있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CEO와, 해리스를 지지하는 CEO들간에 치열한 설전이 벌어지고 서로를 비난하는 등 빅테크 기업들간에 대선 지지후보를 둘러싸고 분열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대선을 앞두고 기술계 거물들이 친구와 동료를 향해 비난을 퍼붓고 있다”며 “정치적 분열로 기업 관계가 냉각되고 오랜 우정이 시험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대표적인 예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실리콘밸리 유명 벤처캐피털 코슬라 벤처스의 비노드 코슬라 CEO간의 설전이다.
발단은 민주당 지지자로 유명한 코슬라가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의 후보사퇴를 놓고 “트럼프가 제3후보인 케네디 주니어에게 대선을 포기하고 자신을 지지하는 대가로 차기 행정부의 중요직책을 약속했다”고 비난한 것이 기폭제가 됐다.
코슬라의 주장에 대해 머스크는 즉각 “코슬라는 미쳤다”는 신경질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머스크는 그러면서 코슬라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깎아내리기 위해 가짜뉴스를 퍼나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머스크의 친트럼프 행보는 한술 더떠 브라질에서 X 서비스를 중단시키자, 브라질의 사법부를 비난하면서 “11월 대선에서 해리스가 이기면 미국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란 자의적 추론을 주장하기도 했다.
머스크와 함께 대표적으로 트럼프 지지자를 자처하는 피터 틸 페이팔 공동 창업자 역시 트럼프의 반규제 정책을 적극 옹호하며 민주당이 기술규제를 통해 실리콘밸리를 옥죄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실리콘밸리 내에서도 대표적인 공화당 주요 후원자로 알려져 있다.
이에 비해 민주당 해리스를 지지하는 CEO들은 주로 진보적인 사회정책과 기후변화 대응, 인종 및 성별 평등, 노동자 권리 강화와 같은 이슈에 공감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면서 트럼프의 정책이 사회적 통합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저해한다고 보고, 해리스가 추구하는 진보적이고 포용적인 경제 및 사회 정책을 지지하고 나섰다.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 CEO는 “트럼프의 정책은 포용적이지 않다”면서 “해리스와 같은 인물이 더 큰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베니오프는 오랫동안 사회적 책임 경영과 진보적 가치를 강조해온 인물로, 인종 평등, 기후 변화 대응, LGBTQ+ 권리 등의 이슈에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공동 창업자 역시 민주당의 적극적인 후원자로, 해리스와 같은 진보적 인물이 미국을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헤이스팅스는 과거 트럼프 행정부의 여러 정책들에 대해 비판적이었으며, 특히 이민 정책과 환경 정책에 있어 더 나은 대안을 해리스가 제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민주당지지자인 리드 호프만 링크드인 공동창업자는 사업관계로 상당 기간 끈끈하고 돈독한 관계를 이어왔던 피터 틸과 머스크가 노골적인 친트럼프 행보를 보이자, “정치적인 견해 때문에 전 동료들과 더이상 서로 이야기하지 않는다” 밝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역사적으로 좌파 성향이 강했던 기술산업에서 이런 내분이 일어난 것은 드문 일”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