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호 기자 입력 : 2024.09.01 06:00 ㅣ 수정 : 2024.09.01 06:00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 전무로 강등 9월 임시주주총회 개최 가능성 커져 송영숙‧임주현 모녀 경영권 수복할까
[뉴스투데이=최정호 기자] 한미약품그룹 오너 일가의 경영권 싸움이 재발하고 있다. 지난 3월 임종윤‧임종훈 형제가 주주총회에서 승리하면서 경영권을 확보했지만,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7월 송영숙‧임주현 모녀와 연합했다. 두 모녀는 상속세 이슈를 해결했지만, 신 회장 도움 없이는 경영권을 지킬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그룹 최대 계열사인 한미약품 대표이사의 인사권을 놓고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와 임주현 한미약품그룹 부회장 간에 충돌이 발생했다. 지난 3월 주총 후 “가족 간 화합을 통해 한미약품그룹을 이끌겠다”는 오너 일가의 발언과는 상충된 행동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이 독자 경영을 선언하며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와 별개로 인사‧법무팀을 신설했다. 이에 임종훈 대표는 지주사에서 한미약품이 이탈하는 것으로 보고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이사를 전무로 강등시켰다. 그동안 한미사이언스가 맡아서 해오던 인사‧법무 업무를 한미약품에서 독자적으로 하겠다는 것으로, 박 대표가 경영관리본부를 총괄 지휘하기 때문에 사실상 독자 체제라고 임종훈 대표가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음날 한미약품그룹은 보도자료를 통해 “한미약품을 박 대표 중심의 독자 경영으로 이끌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배경에는 신 회장과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임 부회장이 주장해 온 ‘한국형 선진 전문경영인 체제 구축’ 이라는 의중이 깔려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미약품그룹의 오너일가의 경영권 싸움 향방은 오는 9월 말 개최 가능성이 큰 임시 주총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말 신 회장과 송 회장, 임 부회장이 임시 주총 개최를 요청했으며 안건은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구성원을 12명으로 변경하는 것과 신규 이사 3인을 선임하는 내용이다.
현재 임종윤‧임종훈 형제 측근들이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를 장악하고 있는 상황이다. 임시 주총을 통해 송 회장과 임 부회장이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구성원을 우군으로 채운다면 경영권은 모녀에게로 다시 넘어가게 된다.
■ 경영권 싸움에도 잘나가는 한미약품…정통 ‘한미맨’ 박재현 대표 경영 성과
오너 일가의 경영권 싸움에도 불구하고 한미약품은 최대 실적을 내며 순항하고 있는 상태다. 올해 2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0.3% 증가한 3771억원(연결)을 기록했다. 경영 지표라 할 수 있는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75.3% 증가한 581억원을 냈다.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1% 늘어난 7818억원을 기록했다.
한미약품이 호실적을 낼 수 있었던 것은 박 대표의 경영 능력이 한몫했던 것으로 업계 안팎에서는 분석하고 있다. 박 대표는 고(故) 임성기 회장의 신임을 받았던 인물로 30년간 한미약품그룹에서 재직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