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공기 배터리, 대규모 ESS 위한 새로운 대안 될 것인가?
21세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산업의 쌀’인 반도체와 더불어 배터리는 가장 중요한 품목이다. 단순히 스마트 폰의 전력원을 넘어서 탄소중립을 위한 ESS(에너지저장장치)의 핵심일 뿐만 아니라 향후 UAM(Urban Air Mobility) 등 미래 모빌리티 방향을 이끌 중핵으로 부상하고 있다. 현재 글로벌 배터리 대전에서 선두는 중국의 CATL이다. 한편 기술적으로 앞서 있는 우리나라의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및 SK온 등의 추격을 받고 있어 글로벌 경쟁구도는 중국의 CATL, BYD 등과 우리나라 3사로 압축된다. 그러나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 기술에서 앞서 있는 글로벌 3위 파나소닉 등 일본 기업도 배제할 수 없다. CATL을 필두로 국내 3사를 포함하여 세계 주요 기업들이 벌이고 있는 글로벌 배터리 대전의 양상을 살펴보고 우리 기업들의 대응 방향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곽대종 산업연구원 명예 KIET Fellow] 에디슨과 테슬라의 대결로 시작된 전기혁명을 주도한 세계 최첨단 국가인 미국은 국토가 매우 넓은 반면 전력망이 매우 낙후되어 전력망을 개선/재구축하는 데 천문학적인 비용이 필요하다.
그런데 배터리 기반 ESS를 대규모로 설치할 경우 이러한 비용을 상당 부분 절감할 수 있어 BESS(배터리 기반 ESS) 구축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 미국 에너지 스타트업 ‘폼 에너지’, 미국 메인주에 대규모 철-공기 배터리 ESS 설치 중
미국 에너지 스타트업인 ‘폼 에너지(Form Energy)’는 미 에너지부가 책정한 3억9천만달러의 총지원액 중 1억4700만달러가 할당된 메인주의 BESS 시설을 철-공기 배터리로 설치하고 있다.
‘폼 에너지’는 2017년 테슬라의 전 배터리 개발 책임자인 마테오 자라밀로와 MIT대학교 교수인 예밍 창 등이 창업한 에너지 스타트업이다.
‘폼 에너지’는 2022년 12월 6만7천평에 달하는 웨스트버지니아 소재 오래된 철강생산 부지에 첫 번째 철-공기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이 공장에는 약 7억6천만달러가 투입되어 750명을 고용할 것으로 계획되어 있다. 또한, 미네소타에서는 내년 초 철-공기 배터리 관련 시범 프로젝트를 시작할 예정이다.
철-공기 배터리는 방전 과정에서 철이 공기 중의 산소와 반응하여 녹(산화철)을 형성하고 전기를 방출한다. 재충전하면 외부에서 공급되는 전기가 이 반응을 역전시켜 녹을 철로 바꾸고 산소를 공기 중으로 방출하게 된다.
철-공기 배터리는 효율성이 높지만, 소재가 비싸고 화재 및 폭발 위험성도 높은 리튬을 대체하여 값싸고 풍부한 철 및 아연 등의 여타 금속을 기반으로 개발되고 있는 차세대 배터리 중 하나이다.
< 철-공기 배터리의 작동 원리 >
• 철-공기 배터리, 비용 저렴하고 안전하며 수명이 길 뿐만 아니라 환경적으로도 탁월
철-공기 배터리의 가장 큰 장점은 안전성이다. 인화성 전해질과 열 폭주로 인해 위험을 초래하는 리튬 이온 배터리와 달리 철-공기 배터리는 무독성, 불연성 물질을 사용한다.
또한, 철과 공기의 안정적인 화학 반응으로 과열의 위험이 최소화되어 취급, 보관, 폐기에 더 안전하다. 뿐만 아니라 철-공기 배터리는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하다.
친환경 소재를 풍부하게 사용하여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여 친환경 에너지 솔루션을 개발하고 유해 물질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야 하는 환경적 필요에 잘 부합한다.
< 철-공기 배터리의 장점 >
• 철-공기 배터리,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아..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철-공기 배터리는 해결해야 하는 과제도 많다.
먼저 낮은 효율성으로서 철-공기 배터리의 왕복 효율은 리튬 이온 및 플로우(flow) 배터리에 비해 뒤처지므로 충전-방전 주기 동안 상당한 양의 에너지가 손실된다.
배터리가 더 크고 무거워서 전기차나 휴대용 전자기기에는 적합하지 않으며, 응답시간이 느리기 때문에 빠른 에너지 방전 및 재충전 주기를 필요로 하는 기기에도 적합하지 않다.
일관되고 깨끗한 공기 공급을 보장하는 것이 배터리 성능 유지에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시스템 복잡성과 유지보수 요구 사항을 증가시킨다.
< 철-공기 배터리의 단점 >
• 글로벌 금속-공기 배터리 시장, 금년 6억7800만달러에서 2034년 28억달러로 급성장 예상
현재 전기차 등에 많이 사용되고 있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높은 효율성에도 불구하고 리튬, 코발트, 니켈 및 망간 등 소재가 매우 비싸고 자원이 일부 국가에 편재되어 있어 특히 코로나 팬데믹과 미-중 기술패권전쟁 하에서 공급망 관리에 제약이 많다.
따라서 리튬이온 배터리를 대체하여 철 및 아연 등 여타 금속을 기반으로 하는 차세대 배터리가 전세계적으로 활발히 개발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 분석업체 퓨처 마켓 인사이트에 따르면 이러한 철-공기 배터리를 포함한 전세계 금속-공기 배터리 시장 규모는 금년 약 6억7800만달러에서 연평균 15.2%씩 성장하여 10년 후인 2034년에는 약 28억달러 규모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삼성SDI, LG화학 및 SK 등 배터리 3사는 관련 특허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특히 KAIST는 8월 23일 순간 열처리 합성법을 이용해서 백금 등 귀금속을 대체할 수 있는 저렴한 촉매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중국과 미국은 재생에너지와 배터리 ESS를 기반으로 하는 두 번째 전기혁명의 과정에서 배터리 기반 ESS 건설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는 반면, 지난 몇 년 동안 리튬이온 배터리 기반 ESS 화재 사건으로 인해 국내에는 최근 ESS 설치가 저조한 상황이다.
아무쪼록 국내 관련 업체 및 연구소의 기술을 바탕으로 국내에서도 대규모 BESS 프로젝트가 재개되어 국내 배터리산업 발전과 전력 수급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정리=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
◀ 곽대종(Daejong Gwak) ▶ 한국외국어대학교 경제학박사 / 산업연구원 명예 KIET Fellow / (전)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 (전)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환경·기술분과 위원 / (전) 국가과학기술위원회 평가위원 / (전) 산자부 연구개발사업 평가위원 / (전) 규제개혁위원회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