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금리 하락에 '이자마진' 둔화...대출 늘려 이익 방어

유한일 기자 입력 : 2024.08.05 08:18 ㅣ 수정 : 2024.08.05 08:18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NIM 일제히 둔화해
긴축 완화 기대 속 시장금리 하락 영향 끼쳐
수익성 지표 악화에도 대출 증대로 이익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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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시중은행 간판. [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국내 주요 시중은행의 핵심 수익성 지표가 둔화세에 접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연내 주요국 중앙은행의 긴축 완화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시장금리가 하락 전환한 게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다. 은행들은 대출 자산 증대를 통한 양적 성장으로 이익 감소 방어에 나섰는데 지속가능성은 미지수인 상황이다.

 

5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실적 발표 자료에 따르면 올 2분기 순이자마진(NIM) 평균은 1.64%로 전분기 평균(1.69%) 대비 0.05%포인트(p) 하락했다. NIM은 금융사가 자산을 운용해 낸 수익에서 조달비용을 차감해 운용자산 총액으로 나눈 수치로, 은행의 수익성을 가늠해볼 수 있는 지표로 활용된다. 

 

국민은행의 2분기 NIM은 1.84%로 전분기(1.87%) 대비 0.03%p 하락했고, 신한은행 NIM도 같은 기간 1.64%에서 1.60%로 0.04%p 내렸다. 하나은행은 1분기 1.55%였던 NIM이 2분기 1.46%로 0.09%p 떨어졌다. 우리은행의 NIM도 1분기 1.50%에서 2분기 1.47%로 0.03%p 하락했다. 농협은행의 NIM은 1분기와 2분기 모두 1.83%를 나타냈다. 

 

각 은행들은 이 같은 NIM 하락에 대해 시장금리 하락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이 하반기부터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하면서 채권금리가 떨어졌고, 이를 기준으로 삼는 주요 여신 상품의 금리도 덩달아 내려간 결과 수익성 지표에 영향을 끼쳤다는 설명이다. 

 

실제 은행연합회 공시를 보면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정책서민금융을 제외한 가계 부문 예대금리차는 0.51%p로 전월(0.70%) 대비 0.19%p 하락했다. 예대금리차는 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차이로 통상 예대마진이라고도 불린다. 이 기간 이들 은행의 평균 저축성 수신금리는 0.05%p 하락했는데, 평균 가계대출(정책서민금융 제외) 금리가 0.21%p 급락하면서 예대금리차 축소로 이어졌다. 

 

다만 5대 시중은행의 올 2분기 이자 이익 합계는 10조4969억원으로 전분기(10조5637억원) 대비 0.9% 감소하는 데 그쳤다. 올 1분기를 포함한 상반기 이자 이익은 21조612억원으로 전년동기(20조4915억원)와 비교해 오히려 2.8% 늘었다. 사실상 은행권이 NIM 둔화 속에서도 이익 방어에는 성공했다는 평가다. 

 

이는 은행권의 대출 자산 증대가 주효했다. 5대 시중은행의 6월 말 기준 대출 잔액(가계+기업)은 1574조7157억원으로 3월 말(1531조4735억원) 대비 2.8% 증가했다. 지난해 12월 말(1509조8660억원)과 비교하면 4.3% 늘어난 수준이다. 이자를 받을 수 있는 대출 잔액 성장세가 이어지면서 NIM 하락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상쇄한 것으로 보인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이르면 9월 첫 기준금리 인하를 예고했고, 한국은행 역시 10월 긴축 완화 돌입이 점쳐지면서 자연스럽게 은행권 NIM 하락세도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이에 대응한 은행들의 대출 자산 확대 전략이 지속될 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가계 부문의 경우 정부의 가계부채 억제 기조에 따라 영업 활동이 제한적인 상황이다. 최근 부동산 시장 회복으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중심의 가계대출 증가세가 나타나고 있지만 연말로 갈수록 증가폭을 줄어들 것이라는 게 금융당국의 관측이다. 실제 은행권은 준거(기준)금리에 더하는 가산금리 인상 등을 통해 대출 수요 조절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가계부채 확대 우려에 의해 7월 중 주요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올리고 있으나, 조달보다 희석 효과가 크다는 점은 여전하다”며 “은행 업종의 이자 스프레드가 연중 축소되는 추세는 당분간 불가피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은행권은 기업 부문 공략으로 전체적인 대출 자산 성장을 유도하고 있는데, 경기 둔화에 따른 기업들의 상환 능력 약화로 자산 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는 점은 변수로 꼽힌다. 5대 시중은행의 6월 말 기준 중소기업대출 연체율 평균은 0.43%로 지난해 12월 말(0.37%)보다 0.06%p 올랐다. 건전성 관리가 전제되지 않은 상황에 공격적인 기업대출 확대에 나설 경우 손실 흡수 비용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대출은 수요가 항상 있기 때문에 쉽게 꺾이진 않겠지만 그동안의 증가율을 다시 시현하기는 어려운 환경이 조성돼 있다”며 “이자로만 이익을 일으키지 않고 수수료 쪽도 함께 성장하는 수익 다각화가 꼭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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