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털 박힌 머스크 테슬라 CEO, 끊이지 않는 법적 리스크
[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법적 리스크에 휘말리고 있다. 지난 주총에서 주주들의 압도적인 지지로 머스크는 480억달러에 달하는 스톡옵션 성과 보상안 투표에서 승리했지만 그를 둘러싼 법적 다툼이 계속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8일(현지시간)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간의 마찰이 재점화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SEC가 트위터(현재 X)를 인수한 머스크의 지분인수 방식에 대해 조사중이라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오클라호마 소방관 연기금은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에 머스크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중인데, 머스크는 2022년 트위터 인수 당시 트위터 지분을 9% 이상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이를 사전에 알리지 않고, 트위터 이사회에 합류한 이후에 지분매입 사실을 공시했다.
늑장공시 덕분에 머스크는 더욱 저렴한 가력에 트위터 주식을 사들였다는 것이 오클라호마 소방관 연기금측의 주장이다.
머스크의 이같은 늑장공시는 개인이 특정 기업 지분의 5% 이상을 보유할 시 이를 공시해야 한다는 SEC의 규정에도 어긋난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지적했다.
연기금 측 입장을 대변하는 원고측 변호인단은 머스크와 그의 고문인 재러드 버챌이 SEC에 제출한 증언 기록을 확보했다면서, 머스크가 당시 트위터 지분 9% 이상을 확보하고 이사회 참여 제안을 받은 뒤에야 지분 보유 사실을 공개했다고 밝혔다.
원고측 변호인단은 머스크가 2022년 4월 공시 의무 기한을 11일 넘긴 뒤에야 트위터 지분 9% 이상 보유 사실을 공개했는데, 이를 모르고 지분공시 이전에 트위터 지분을 매도한 투자자들은 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통상적으로 회사인수 목적으로 제3자가 사전에 지분을 인수하면, 주가가 오르기 마련인데, 머스크가 이를 제때 공지하지 않아 주가가 오를 수 있는 여지를 불법적으로 차단했다는 것이 원고 측 주장이다.
실제 머스크가 트위터 지분을 인수했을 당시 이같은 늑장공시로 머스크는 1억4300만달러에 달하는 비용을 아겼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었다.
SEC가 머스크에 대해 즉각적으로 법적 절차에 착수한 것은 아니지만, 혐의가 입증될 경우 SEC가 머스크를 상대로 사기 혐의로 제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머스크와 SEC의 악연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머스크는 2018년 테슬라를 상장폐지할 수 있다는 내용의 트윗을 공개해 큰 논란을 일으켰었다. 머스크의 이같은 트윗으로 테슬라 주가는 요동쳤고, 머스크는 주주들이 반대한다는 이유로 상장폐지 검토 발언을 철회했다.
이 사안을 조사했던 SEC는 머스크의 상장폐지 발언이 증권당국과 투자자를 기만한 증권사기에 해당한다고 보고 그를 뉴욕 남부 연방법원에 고소했고, 수년간의 법적 다툼 끝에 합의를 통해 테슬라 회사와 머스크 개인이 각각 2000만달러의 벌금을 지불했다.
SEC는 트위터 지분 인수와 관련한 머스크의 늑장공시 혐의가 밝혀질 경우 벌금뿐 아니라, 머스크가 테슬라에서 CEO 등 중역을 맡지 못하도록 법원에 요청할 수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지적했다.
투자자들 역시 머스크를 상대로 집단소송에 나설 가능성이 농후하다. 테슬라 상장폐지 발언과 관련해서 머스크는 소송을 제기한 투자자들에게 560억원에 달하는 배상금을 물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트위터 늑장공시로 차익을 볼 기회를 놓쳤다는 투자자들의 소송이 줄을 이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