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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내 금융사고 하나는 터진다”...내부통제, 은행장 연임 최대 변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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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일 기자
입력 : 2024.06.12 08:23 ㅣ 수정 : 2024.06.12 08:23

5대 시중은행장 연말 동시에 임기 종료
순이익 21% 성장...재무적 성과는 뚜렷
ELS·횡령 등 대규모 금융사고도 잇따라
경영 성과 평가 내부통제 중요도 커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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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시중은행 간판. [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5대 시중은행장의 임기가 올 연말 동시에 종료되는 가운데 연임 가능성에 대한 은행권 전망은 엇갈린다. 금리 상승기 실적 성장에 대한 성과는 뚜렷하게 나타났지만, 잇따라 터진 금융사고 관련 책임론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임기 내 발생한 금융사고 규모와 빈도, 내부통제 관리 등은 은행권 최고경영자(CEO) 거취에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 5대 시중은행장 임기 12월 말까지...9월부터 승계 작업 돌입할 듯


 

12일 은행권에 따르면 이재근 KB국민은행장과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승열 하나은행장, 조병규 우리은행장, 이석용 NH농협은행장의 임기가 오는 12월 말 종료됨에 따라 각 은행들은 이르면 9월쯤부터 차기 CEO 선임 작업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룹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 등의 기구에서 롱리스트(1차 후보군)와 숏리스트(2차 후보군), 최종 후보를 압축해 나가는 방식으로 CEO 선임이 이뤄진다. 조직 내·외부 인사가 후보군에 포함되는데 통상 연임 횟수나 나이 제한에 걸리지 않는다면 현직 은행장도 평가 대상에 이름을 올린다. 

 

지난 2022년 1월 2년 임기로 취임해 올해 추가 임기(1년)를 지내고 있는 이재근 국민은행장을 제외하고 정상혁·이승열·조병규·이석용 행장은 이번이 첫 임기다. 그동안 시중은행장은 경영 성과에 따라 최초 2년에 1년을 더 주는 ‘2+1’ 형태로 임기를 부여받고는 했다. 

 

현재 5대 시중은행장의 재무적 성과는 모두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장금리 상승으로 인한 이자 이익 증가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비(非)이자 이익 증대 노력에 대한 결실도 어느 정도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5대 시중은행의 당기순이익은 총 14조919억원으로 2021년 말(11조5866억원)과 비교해 21.6% 증가했다. 은행별로 증가율을 보면 △하나은행 35.3% △국민은행 25.9% △신한은행 23.0% △농협은행 14.5% △우리은행 5.5%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 나사 풀린 은행권 내부통제...불완전 판매에 대규모 횡령·배임도 


 

변수는 은행권에서 잇따라 터진 금융사고다. 최근 발생한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원금 손실 사태가 대표적인데 금융당국 조사 결과 영업 현장에서 은행원들의 파생상품 불완전 판매 사례가 대거 확인됐다. 

 

홍콩H지수 ELS 피해 배상을 위해 쌓은 충당부채는 △국민은행 8620억원 △농협은행 3416억원 △신한은행 2740억원 △하나은행 1799억원 △우리은행 75억원 등 1조6650억원에 달한다. 이 여파로 올 1분기 이들 은행과 모회사인 금융지주 실적은 1년 전과 비교해 크게 감소했다. 

 

현재 은행권온 홍콩H지수 ELS 투자자들과 접촉해 배상 절차를 진행 중인데 향후 불완전 판매 행위에 대한 금융당국 제재도 예고된 상황이다. 개인과 기관 모두 제재 사정권에 들어오는 가운데 수위가 예상보다 더 높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횡령과 배임 사고도 빈번하다. 최근 우리은행에서는 지방 소재 영업점의 한 대리급 행원이 서류 위조 등을 통해 대출금 약 100억원을 횡령하다 적발됐다. 지난 2022년 7월 우리은행 본점 소속 직원이 거의 8년에 걸쳐 700억원을 횡령한 게 드러난지 2년 만에 대규모 금융사고가 재발한 것이다. 

 

국민은행과 농협은행에서는 영업점 직원이 대출을 내줄 때 담보로 잡히는 부동산 가격을 임의로 높게 설정해 대출금을 부풀리다가 적발됐다. 올해 일어난 배임 규모는 국민은행과 농협은행이 각각 383억원, 175억원이다. 또 농협은행의 한 영업점 직원은 귀화 외국인 고객 동의 없이 펀드 2억원을 무단 해지해 횡령하기도 했다. 

 

은행권 금융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는 가장 큰 원인으로는 부실한 내부통제가 지목된다. 최근에는 내부통제 미작동으로 인한 금융사고 책임 범위를 임원 등 고위직 이상까지 확대하는 추세다. 경영진 입장에선 규모와 상관없이 임기 내 금융사고가 발생하는 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요즘은 내부통제가 특정 사업그룹에 한정된 업무가 아니라 전사적으로 만들어가는 이슈인데, 항상 금융사고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일어나고 있다”며 “투자 손실이 엮여있는 경우에는 금융당국에서 행장까지 징계를 내리는 경우가 있었는데, 법리상 납득되지 않아 행정소송이라도 하게 되면 임기 내내 불편한 상황을 안고가야 한다”고 말했다. 

 


■ ‘책임 강화’ 책무구조도까지 도입...은행장 연임에 부담 되나 


 

통상 국내 주요 금융그룹들은 평판 조회와 업무 역량 평가, 전문가 인터뷰 등을 통해 자회사 CEO 후보군을 검증한다. 연임의 경우 임기 내 경영 성과도 평가 대상에 오르는데 내부통제 관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과거보다 커질 가능성도 있다. 임기 때 발생한 금융사고의 유형이나 규모, 수습, 재발방지 등도 종합적으로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7월 3일부터 책무구조도가 본격 시행되는 게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한다. 책무구조도는 개별 임원에게 담당 직무에 대한 내부통제 책임을 배분하고, 금융사고가 발생하면 명확하게 책임을 묻도록 하는 규율 체계다. CEO 책임 역시 한층 강화되기 때문에 대대적인 내부통제 고도화 필요성이 제기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4월 시중은행장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홍콩H지수 ELS 사태와 관련해 “만약 이번 ELS 사태 상황에서 책무구조도가 있었다면 어떤 결과가 나타났을지 생각해 보는 게 도움이 될 것”이라며 “책무구조도가 법령에 따라 마지못해 도입하는 제도가 아니라 내부통제 문제의 실질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도록 많은 고민을 해달라”고 말한 바 있다. 

 

영업·실적 성장 못지않게 내부통제 강화도 주요 경영 현안으로 떠오른 만큼 올 연말 5대 시중은행장들의 임기 연장 및 종료 여부에 따라 앞으로 은행권 CEO 연임 지형도 가늠해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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