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축 체계 무력화하는 ‘저궤도 인공위성 공격용 핵무기’에 대응할 국내기술 개발 시급
한국의 방위산업이 새로운 활로를 찾으면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방위사업청 또한 방위산업이 처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지속적인 제도 개선과 함께 법규 제·개정을 추진 중이다. 그럼에도 방위사업 전반에 다양한 문제들이 작용해 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뉴스투데이는 이런 문제들을 심층 진단하는 [방산 이슈 진단] 시리즈를 연재한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지난달 16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인 2022년 2월 5일 ‘코스모스 2553’이란 시험위성을 발사했는데, 이 위성은 핵무기 탑재가 가능하며, 핵무기를 폭발시킬 경우 다른 국가가 운영 중인 위성들을 파괴할 수 있는 우주무기(Anti-satellite space weapon)로 알려졌다. 만일 이 위성이 시험을 거쳐 실전 배치된다면 저궤도를 돌고 있는 위성 대부분을 무용지물로 만들 수도 있다.
이와 관련, 당시 존 플럼 미 국방부 우주정책담당 차관보는 “러시아의 위성 타격용 핵무기가 실전에서 사용된다면 일정 기간, 아마도 1년간은 지구 저궤도를 사용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그는 “러시아의 우주 핵무기는 ‘무차별적 무기’가 될 것”이라며 “이 무기는 국경이 없고 군사용·민간용·상업용 위성을 구분하지도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 러·북, 향후 저궤도 위성 공격 가능…3축 체계는 저궤도 위성 기반 운영
지난달 21일에는 미 국방부 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러시아가 16일 새로운 대(對)우주무기(counterspace weapon)로 보이는 저궤도 위성을 발사했다”며 “미국의 위성과 같은 궤도에 배치됐다”고 밝혔다. 미 우주사령부는 이 위성이 ‘코스모스 2576’이라고 밝혔으며 이와 비슷한 9개의 러시아 위성이 지구 저궤도에 있는 다른 나라의 위성들을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북한 또한 최근 정찰위성 발사에 실패하기는 했지만, 러시아 기술이 점차 이전되는 조짐이 보이는 데다, 그동안 핵·미사일 개발에 주력해온 과정을 보면 한국형 3축 체계를 무력화하기 위해 향후 러시아와 유사한 방법으로 지구 저궤도에서 운용 중인 한국의 위성을 공격할 것이라고 2월 17일 뉴욕타임즈는 보도했으며, 전문가들도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현재 국방부의 ‘국방 우주력 발전 기본계획서’와 공군의 ‘공군 우주력 발전 기본계획’(스페이스 오디세이 2050), ‘육군 우주력 발전 기본계획’(페가수스 프로젝트), 방위사업청의 ‘우주방위사업 발전 마스터플랜’ 등을 보면 한국군의 가장 중요한 전략자산들은 모두 저궤도 인공위성을 기반으로 추진 중이며,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응하는 한국형 3축 체계도 저궤도 정찰위성과 초소형 위성 체계가 원활히 운영된다는 가정에 바탕을 두고 있다.
■ 반도체·전자부품, 핵폭발 시 발생하는 ‘초기 핵펄스방사선’에 쉽게 손상
문제는 저궤도 인공위성에 사용되는 반도체·전자부품이 핵무기 폭발 시 발생하는 ‘초기 핵펄스방사선(Pulsed Gamma-ray, 전자빔)’에 의해 쉽게 손상된다는 사실이다. 지금까지 한국군은 고고도 핵폭발로 인해 지상의 전자장비·부품에 손상이 발생하는 HEMP(High-altitude Electromagnetic Pulse, 고고도 EMP)에는 나름대로 대비해 왔다. 또 우주에서 지구로 쏟아지는 높은 에너지를 지닌 양성자, 중이온 등의 우주방사선에도 대응 중이다.
그러나 핵무기로 인해 저궤도 인공위성 근방에서 발생하는 Pulsed Gamma-ray, 전자빔의 영향에 대해서는 위성을 운영해본 경험이 부족해 제대로 알지 못했기 때문에 그동안 주목하지 않았다. 반면 미국은 1962년 핵실험 과정에서 1.4 메가톤급 핵무기인 ‘Starfish prime’을 폭발시키면서 당시 운영 중이던 저궤도 인공위성 24대 중 9대가 파손되는 경험을 통해 일찍부터 이 문제를 인식하고 대비해 왔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모습을 보면 저궤도 인공위성 기반인 스페이스X사의 ‘스타링크’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알 수 있다. 이에 우리 육군도 지난 2021년부터 한화시스템이 ‘군용 스타링크’ 개발에 착수한 상태다. 따라서 저궤도 인공위성 운영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핵폭발에 의한 Pulsed Gamma-ray, 전자빔에 대응할 국내기술 개발이 시급한 상황이다.
인공위성 전문가들은 고도 2000㎞ 이하에서 운영되는 저궤도 위성은 고도 2000∼35786㎞에서 운영되는 중궤도·정지궤도 위성보다 외부에서 오는 양성자, 중이온 등에 의한 우주방사선의 영향은 덜 받지만, 저궤도에서 핵폭발로 생기는 초기 핵펄스방사선에는 강한 지자기장의 영향으로 위성의 전자장비·부품이 더 치명적인 손상을 입는다고 말한다.
■ 유사 조사환경 구축과 손상 입지 않을 위성, 통신, 전자부품 등 준비해야
미국 오크리지국립연구소(Oak Ridge National Laboratory)의 B. A. Wilson 박사팀이 2021년 미 국방부(DoD)의 예산을 지원받아 연구한 보고서에 따르면, 저궤도에서 핵폭발이 발생하는 경우 초기 핵펄스방사선의 Flux(線束, 공간에서 물리적 성질의 흐름)가 우주방사선의 Flux보다도 10,000배 이상 강하며 전자장비·부품에 100배 이상의 치명적인 손상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우주에서 핵폭발이 발생하더라도 저궤도 인공위성에 기반한 한국군의 주요 전략자산들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며, 이를 위해서는 Pulsed Gamma-ray, 전자빔 등 초기 핵펄스방사선과 유사한 조사환경 구축은 물론 초기 핵펄스방사선의 영향에 손상을 입지 않고 운영할 수 있는 위성, 통신, 군용 전자부품 개발이 필요하다.
이 문제를 일찍이 인식한 미국은 1992년부터 초기 핵펄스방사선 유사 조사환경을 구축해 운영했으며, 2009년과 2022년 2차례의 시설 현대화까지 진행했다. 우리도 하루빨리 국방특화연구센터 등을 통해 유사 조사환경을 구축한 후, 영향 테스트를 거친 기술 개발로 초기 핵펄스방사선 하에서도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신뢰성 있는 군용 부품들을 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