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샌델의 '경쟁론' 눈길... "공부 잘하면 5000원을 주면 된다"는 초등학생 답변을 화두로 삼아
미래교육의 새 패러다임을 제시할 '2024 대한민국 글로컬 미래교육박람회'가 29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닷새간 열린다. 전남교육청·교육부·전남도·경북교육청이 공동 주최이다. 산업 구조의 변화가 빨라지면서 청소년들이 미래의 고용 시장에 안정된 정착을 할 수 있는 지원이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뉴스투데이>는 이번 박람회에서 한국고용정보원이 운영하는 '신직업‧미래직업 가상공간 체험' 부스,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 특강 등을 취재하고 김영중 고용정보원장 인터뷰, 김상모 진로진학상담센터장 인터뷰 등을 진행했다. 또, 에듀테크 기업인 아이오티플러스, 테크빌교육, 자작자작 등의 대표를 만났다. 이를 바탕으로 청소년의 진로 교육이 나가야 할 방향과 미래 AI교육 산업의 전망을 보도한다. <편집자 주>
[여수(전남) / 뉴스투데이=박진영 기자]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로 유명한 하버드대학교의 마이클 샌델 교수가 지난 달 29일 여수세계박람회장 컨피런스홀에서 '능력주의는 모두에게 같은 기회를 제공하는가'라는 주제로 '2024 대한민국 글로컬 미래교육박람회'의 기조강연을 했다.
샌델 교수는 "우리는 오늘 이 자리에 교육에 대한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 모였다. 어떤 교육이 민주주의와 정의에 기여할 수 있을지, 어떤 교육이 우리가 함께 공생할 수 있도록 도울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도록 하겠다"며 강연을 시작했다.
샌델 교수는 청중을 향해 "공부를 하는 것에 대한 보상으로 돈을 주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했고,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면서 강연이 진행됐다.
강연 초반은 초등학생과 중학생의 재미있는 답변들이 방청객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공부를 잘하면 부모님이 돈을 주는 것에 대한 생각을 묻는 샌델 교수의 의미심장한 질문에 “5000원 정도를 주면 된다”는 초등학생의 답변은 강연장을 떠나갈 듯 재미난 장소로 만들었다.
이어 “돈은 공부를 하는데 동기가 되지 않는다”, “부모가 된다고 하더라도 자식에게 돈으로 보상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는 다양한 답변이 나왔다.
이 같이 흥미로운 15분 정도의 대화의 시간을 마친 샌델 교수는 조금 더 무거운 주제로 강연의 분위기를 바꿨다. 샌델 교수는 “배우는 것은 비용과 관련 없이 학생들에게 중요한 의무다, 학생을 위한 중요한 동기부여는 무엇인가”라고 말하며 두 번째 주제인 ‘경쟁’에 대해 언급하기 시작했다.
"공부 잘하면 5000원을 주면 된다"는 초등학생 답변을 화두로 삼아 진짜 주제에 대한 강연을 시작한 것이다.
샌델 교수의 기조 강연에 참석한 방청객들은 두 번째 주제를 언급하는 시점에 질문과 답을 통해 강의 초반의 분위기를 환기하고, 중반으로 넘어가면서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와 모순에 대해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누는 샌델 교수의 전형적인 강의 형식을 몸으로 체험할 수 있었다. 다만, 방청객의 연령대가 어린이와 청소년으로 재미있고 유쾌한 대화가 오고 가면서 평소와 달리 쉽고 편안하게 강연에 참석할 수 있는 부분은 달랐다.
샌델 교수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교육 현장에서 학생의 학습 능력을 촉진하는 방법으로 경쟁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부작용을 말했다. 샌델 교수는 “중학교 수학시간이 생각난다. 교사는 수학 시험을 볼 때마다 경쟁을 부추겼다. 학생들에게 점수를 공개하고, 성적에 따라 자리를 정했다. 앉아 있는 자리가 자신의 능력을 말하기 때문에 항상 불안했다”면서 “여러분은 이런 방식이 학생들이 공부를 더 열심히 할 수 있도록 돕는데 동기부여가 된다고 생각하나”고 말하며 수학 교사의 교육 방식에 동의하는 학생은 손을 들어 보라고 했다. 아무도 손을 들지 않는 강연장은 썰렁한 빈 무대처럼 암흑으로 변했다.
샌델 교수는 무거운 분위기를 깨고 “학교는 더 많이 공부하고, 더 경쟁하도록 만들었다. 경쟁을 촉진하는 것이 학습을 촉진하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나”면서 “경쟁과 돈이 교육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가”를 묻는 질문을 하고, 대학 교육 시스템의 문제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학생과 부모들이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서 경쟁을 하고, 더 많은 돈을 벌려고 경쟁하는 것이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면 손을 들어보라는 샌델 교수의 말에 어떤 청소년도 꿈쩍하지 않았다. 청소년들이 자본주의에 잠식된 잘못된 교육 환경과 사회의 현실을 스스로 깨닫게 되면서부터 샌델 교수는 준비해 온 강연의 핵심을 말하기 시작했다.
샌델 교수는 “그동안의 투표를 통해서 돈과 경쟁이 좋은 것이 아니라는 결론을 얻었다. 이를 통해 교육의 목적이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할 수 있다. 교육이 민주주의와 정의로운 사회, 공생의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샌델 교수는 한국과 미국의 교육을 비교했는데, 양 국가의 교육 현실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샌델 교수는 “한국의 국민은 70% 이상이 대학교에 진학을 하고, 부모의 80%가 사교육에 투자를 한다”면서 “한국의 사교육 시작은 연간 26조원에 달하는데 세계적인 수준이다. TV 프로그램인 ‘스카이캐슬’을 보면서 한국의 부유층 부모들 사이에 사교육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지 알 수 있었다”고 꼬집었다.
미국 교육에 대해서는 “미국도 한국과 비슷하다. 미국은 아이비리그가 있다. 학생들은 치열한 경쟁을 통해서 하버드, 스탠포드와 같은 대학교에 입학하려고 한다. 학교는 저소득층과 소외 계층도 아이비리그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하지만, 진정한 의미에서 계층 간의 차이가 사라지기는 어렵다”고 했다.
샌델 교수는 양국의 대학 입학시험에 대해 "학생이 가진 능력을 공정하게 평가하는 시험이지만 사회와 경제 부분에서 계층 간의 기회가 균등하지 않고, 불평등이 작용하고 있다"며 "교육에 있어 정의는 무엇인지 생각해야 하고, 공정하다는 것의 기준은 무엇인지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이어 "지금 이룬 성과는 부모와 교사, 사회, 국가가 이미 성취해 놓은 것을 기반으로 한 것이다"면서 "성과는 삶에 있어 (사회로부터 물려받은) 행운이라는 것을 기억하고 겸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샌델 교수는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각자 다른 행운과 배경의 차이 때문에 사회‧계층 간의 격차는 더 커진다"면서 "모든 사람이 살아가는 곳에서 혼자가 아닌 모두의 성취를 추구해야 한다. 더 좋은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연대와 협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30분간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 방청객들은 대한민국의 입시제도와 인공지능(AI) 시대에 중요한 가치, 사회의 정의 등에 대한 질문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