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복합 에너지 기업으로 탈바꿈(下)] 244조원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공략 '가속페달'
남지완 기자 입력 : 2024.05.24 05:00 ㅣ 수정 : 2024.05.24 17:26
미국 공장 확장 및 가동률 향상에 흑자전환 성공여부 달려 있어 獨지멘스와 손잡고 공장 효율성 높인 '디지털 트윈' 기술 도입 ESS 기술 역량 늘려 11조원대로 커질 글로벌 시장에 도전장
친환경 사업 중요성을 역설하는 목소리가 전세계적으로 커지는 가운데 SK이노베이션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정유 사업과 배터리 사업을 동시에 펼쳐 눈길을 모은다. 이를 통해 SK이노베이션은 석유화학 등 레거시(legacy·전통) 에너지와 친환경 미래 에너지 사업을 주축으로 하는 복합 에너지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게다가 SK이노베이션은 정유·화학·윤활유 사업이 진행 중인 울산 공장(CLX) 의 설비를 업그레이드해 폐플라스틱 시장까지 석권하겠다는 야심찬 사업 청사진을 마련했다. 이를 토대로 SK이노베이션은 단기적으로 정유 사업 기반으로 실적을 올리면서 울산 공장 설비 투자와 배터리 공장 확장으로 미래 먹거리를 확보할 방침이다. SK이노베이션의 에너지 사업 대혁신을 조명하는 기획 시리즈를 두 차례 나눠 연재한다. [편집자주]
[뉴스투데이=남지완 기자] SK이노베이션이 오는 2029년 244조원대로 커질 글로벌 전기자동차 배터리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가속페달을 밟는다.
이를 위해 SK이노베이션은 △2025년 SK이노베이션 계열사로 배터리 사업을 펼치는 SK온의 흑자전환 △2026년 SK온 IPO(기업공개)를 목표로 하는 사업 청사진을 마련했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온은 최근 이른바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주춤하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SK온은 2021년 10월 창사 이래 아직까지 흑자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전방산업인 전기차 업황이 좋지 않아 SK온 등 글로벌 배터리 기업이 어려움을 겪는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SK온은 이에 굴하지 않고 배터리 설비를 야심차게 늘리는 이른바 '규모의 경제' 전략을 펼치고 있다. 규모의 경제는 생산량을 크게 늘려 장기적으로 평균 제조 비용을 줄이는 전략이다.
SK온을 진두지휘하는 최재원(61·사진) 수석부회장은 지난 달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전기차·배터리 산업은 중장기적으로 각국 환경정책, 연비 규제, 전기차 라인업(제품군)과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대 등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재원 수석부회장은 또 “캐즘은 누구보다 빠르게 성장한 SK온에게 위기이자 기회”라며 “캐즘을 극복하기 위해 원가 경쟁력 향상, 연구개발(R&D), 생산능력 확충 등 제조역량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패권을 거머쥐려면 대규모 수주와 함께 뛰어난 제조 역량이 뒷받침해야 한다. 이에 따라 SK온은 규모의 경제 전략을 적극 밀어붙일 방침이다.
SK온 모회사 SK이노베이션도 SK온이 글로벌 우량 배터리 업체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지원 강화에 나선다.
이와 관련해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은 지난 3월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SK온이 외부 투자를 유치하며 상장을 약속한 시점이 2026년 말"이라며 "시황에 따라 상장 시점을 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과 SK온이 이처럼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 대한 의욕을 불태우는 것은 향후 시장 전망이 밝기 때문이다.
글로벌 리서치 업체 GII 보고서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 시장규모는 2024년 620억7000만달러(약 84조7200억원) 규모로 추정되며 해마다 23.52% 성장해 2029년에는 1784억6000만달러(약 243조6000억원)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 SK온, 생산설비 확장과 가동률 상승으로 2025년 흑자 전환 기대
SK온은 2025년 흑자를 목표로 공격경영을 펼치고 있다.
SK온은 충남 서산 공장 확장을 비롯해 △중국 옌청·창저우·베이징·후이저우 △헝가리 코마롬·이반차에 공장을 가동 중이다.
미국은 조지아주(州) 1·2 공장 가동 및 확장을 추진하고 있으며 같은 주에서 현대자동차와 합작배터리 공장 구축 계획도 진행 중이다.
이와 함께 SK온과 미국 완성차업체 포드와의 합작법인 '블루오벌SK'는 테네시주와 켄터키주에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대규모 생산 설비를 기반으로 SK온은 2025년 220GWh 규모 배터리를 양산하겠다는 사업 목표를 세웠다.
이 가운데 미국에서 가동하는 배터리 공장 규모는 150GWh가 넘을 것으로 보여 미국내 생산역량 확보가 SK온의 흑자전환을 일궈낼 수 있는 관건이 되는 셈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 건설 중인 배터리 공장이 모두 정상적으로 가동하면 SK온 실적은 크게 개선될 것”이라며 “그 시점이 2025년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한화투자증권, 대신증권, SK증권 등 여러 증권업체들은 SK온이 2025년 흑자 전환과 함께 5~8% 수준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할 것으로 점친다.
SK온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지난 4월 진행한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SK온 배터리 누적 수주 규모가 400조원을 돌파했다"며 "SK온이 국내 주요 배터리 3사 가운데 가장 늦게 배터리 사업을 시작했지만 이와 같은 수주 규모를 갖춘 것은 기술적 우위와 공격경영에 따른 결과"라고 평가했다.
물론 SK온 실적은 현재로서는 부진한 양상이다.
한화투자증권 리포트에 따르면 SK온은 지난해 매출 12조8972억원, 영업손실 5809억원을 기록했으며 올해는 매출 8조4886억원, 영업손실 8062억원이 예상되는 등 적자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한화투자증권은 SK온이 올해 1분기 최저 실적을 기점으로 배터리 사업 실적이 매 분기 회복해 2025년에는 매출 12조5563억원, 영업이익 7239억원을 달성해 흑자전환을 일궈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분기별 실적 전망을 살펴보면 SK온은 올해 1분기 매출 1조6836억원, 영업손실 3315억원을 기록한 후 △2분기 매출 1조8079억원, 영업손실 2913억원 △3분기 매출 2조3420억원, 영업손실 1485억원 △4분기 매출 2조6551억원, 영업손실 349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SK온은 2025년 1분기 매출 2조7856억원, 영업이익 361억원 △2분기 매출 2조9852억원, 영업이익 615억원 △3분기 매출 3조1615억원, 영업이익 2068억원 △4분기 매출 3조6245억원, 영업이익 4196억원을 기록해 흑자 경영을 이어갈 전망이다.
이 같은 실적이 나오려면 SK온이 미국에서 운영 중인 조지아주 1·2공장 가동률이 향상되어야 한다.
이와 함께 △블루오벌SK의 테네시주·켄터키주 공장 △SK온-현대차그룹 합작투자(SK온-HMG JV) 공장인 조지아주 공장 준공과 가동이 서둘러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이를 위해 SK온은 오는 2025년 배터리 총 생산능력 220GWh를 확보하겠다는 마스터플랜을 세웠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계획대로 이뤄지면 목표 생산능력 가운데 70% 이상은 미국에 세우는 공장이 맡게 된다"며 "이는 미국 배터리 공장 확장이 순조롭게 진행돼야 2025년 흑자전환이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고 풀이했다.
한화투자증권 리포트에 따르면 현재 가동 중인 조지아 1·2공장은 2025년에 가동률이 80% 이상 올라올 것으로 예상된다.
리포트는 또 블루오벌SK 테네시주·켄터키주 공장은 2025년 가동을 시작해 가동률 20%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며 현대차그룹과의 합작 공장도 같은 가동 시기와 가동률을 나타낼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SK온 관계자는 "이미 공급처가 확보돼 있기에 초기부터 안정된 가동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 ‘디지털 트윈’ 기술 도입해 공장 효율성 극대화 추진
SK온은 배터리 공장 확대 못지 않게 기술 첨단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따라 SK온은 공장 건설을 통한 규모의 확장과 공장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글로벌 테크 기업 '지멘스 디지털 인더스트리 소프트웨어(지멘스 DISW)'와 손을 잡았다.
이번 협력으로 두 회사는 스마트 공장 시스템을 구축해 배터리 제조 과정을 혁신하고 비용을 절감하는 등 제조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양사는 지난 4월 중순 ‘배터리 제조 공장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구축 개발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디지털 트윈은 공장을 설계한 후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가기에 앞서 가상 환경에 공장 설계와 내부 구조를 그대로 복제해 시뮬레이션 하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공장 운영에 따른 문제점을 찾아 개선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지멘스 DISW는 디지털 트윈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SK온은 지멘스 DISW의 디지털 트윈 소프트웨어와 시뮬레이션 기술을 활용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가상 공장과 실제 현장 간 실시간 모니터링 기술을 활용해 장비 보전 시간(정기 유지보수 때 설비가동을 멈추는 시간)이나 운영 비용 등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SK온 관계자는 "디지털 트윈 기술을 새 공장에 적용하면 최적화된 제조 공정 라인을 빠르게 검증해 공장 구축 기간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에서 디지털 트윈 공장을 우선 구축한 뒤 이를 바탕으로 미국, 유럽 등 전세계 공장에 같은 기술을 적용해 ‘스마트 팩토리’ 추진 전략을 본격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디지털 트윈 기술을 배터리 공장에 도입하면 현실에서 파악하기 어려운 문제를 실시간으로 예측해 이를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공장 가동 최적화와 배터리 품질 향상 등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 ESS 기술 활용해 신(新)시장 공략 본격화
SK온은 자체 확보한 첨단 배터리 제조 기술을 활용해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 공략에도 본격 나선다. ESS는 남은 전력을 따로 저장한 후 필요한 때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와 관련해 SK온은 지난 3월 서울 강남구 종합전시장 코엑스에서 열린 배터리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4’에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활용한 ESS 사업을 본격화할 의향을 내비쳤다.
그동안 전기차 배터리 영역에서 맹활약해온 SK온은 지난해 ESS 사업부를 늘렸으며 이를 토대로 미국을 포함한 북미 ESS 시장 공략을 추진 중이다.
미국 에너지관리청(EIA) 자료에 따르면 미국 ESS 시장 규모는 2019년 6억9200만달러(약 9500억원)에 그쳤지만 2025년 82억6100만달러(약 11조3000억원) 규모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EIA는 또 오는 2050년까지 미국에서 생산되는 전력의 44%는 태양광, 풍력 등 친환경 재생에너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재생에너지를 최대한 활용하려면 에너지를 저장하는 설비를 반드시 갖춰야 한다"며 "이에 따라 ESS 시장이 향후 수십년 동안 꾸준히 성장할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그동안 미래를 대비한 성장전략을 추진해온 SK온은 전기차 배터리 뿐만 아니라 ESS 사업에도 속도를 내는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