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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SK하이닉스, 차세대 먹거리 'HBM' 놓고 '창과 방패'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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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소영 기자
입력 : 2024.05.06 07:00 ㅣ 수정 : 2024.05.06 07:00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올해 1분기 실적 호조 주요인으로 HBM 꼽아
SK하이닉스 2013년 세계 최초 HBM 개발...삼성전자 2015년 HBM 상용화
AI 시대 본격 열리면서 산업계 HBM 수요 폭증...두 업체 제품 첨단화 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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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 = 뉴스투데이 편집]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지난해 반도체 불황으로 실적이 바닥을 찍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최근 시장이 되살아나면서 올해 1분기 실적에 다시 봄이 왔다.

 

두 회사는 실적 개선 배경으로 입을 모아 메모리 반도체 수요 회복을 꼽는다. 그 가운데 단연 주목을 받는 제품은 ‘HBM(고(高)대역폭메모리)’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HBM을 둘러싼 두 업체 간 경쟁은 수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HBM 시제품은 SK하이닉스가 2013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그러나 HBM을 업그레이드해 시장에 상용화한 2세대 제품 'HBM2'를 2015년 내놓은 업체는 삼성전자다. 

 

‘최초의 HBM’ 타이틀을 놓고 알게 모르게 기싸움을 해온 두 업체 간 경쟁은 HBM이 새로운 캐시카우(Cash cow:주요 수익원)로 떠오르며 본격적으로 불이 붙었다. 

 

특히 지난해부터 모든 산업에 AI(인공지능) 시대가 활짝 열리면서 AI 반도체 수요가 급증했다. 다른 메모리 반도체보다 대역폭이 높아 많은 양의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HBM 수요가 날개를 달았다.

 

이에 따라 올해 1분기 실적이 공개된 이후 두 회사는 HBM 중심의 고부가 메모리 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한 경쟁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이를 계기로 HBM 주도권을 탈환하려는 ‘창’ 삼성전자와 시장 1위를 지키려는 ‘방패’ SK하이닉스의 대결이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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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륜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상품기획실 상무 [사진 = 삼성전자 반도체 뉴스룸]

 

■ 삼성전자, ‘맞춤형 HBM’ 제품으로 고객사 수요 충족

 

삼성전자의 HBM 사업을 이끌고 있는 김경륜(사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상품기획실 상무는 2일 자사 뉴스룸에 ‘종합 반도체 역량으로 AI 시대에 걸맞은 최적 솔루션 선보일 것’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게재했다. 

 

김경륜 상무는 차세대 HBM 초격차를 위해 종합 반도체 역량과 이를 기반으로 한 고객 맞춤형 차세대 HBM 전략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 리더로 지난해 D램 41%, 낸드플래시 32%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는 등 명실상부한 1위를 이어가고 있다.

 

김 상무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고객별로 최적화된 ‘맞춤형 HBM’ 제품으로 고객사 수요를 충족시키는 전략을 추진한다. 공급을 위한 비즈니스 계획부터  △D램 셀 개발  △로직 설계  △패키징·품질 검증까지 HBM 생산 모든 과정에서 차별화·최적화가 주요 경쟁 요인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올해 초부터 각 사업부 우수 엔지니어들을 한데 모아 차세대 HBM 전담팀을 꾸려 맞춤형 HBM 최적화를 위한 연구 및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 상무는 “업계에서 단시간에 따라올 수 없는 종합 반도체 역량을 바탕으로 AI 시대에 걸맞은 최적의 솔루션을 계속 선보일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올해 HBM 공급 규모를 비트 기준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3배 이상 늘리고 공급 물량은 이미 고객사와 협의를 마친 상태다.

 

삼성전자는 내년에도 HBM 공급량을 올해보다 2배 이상 늘릴 계획이다.

 

이와 같은 계획이 진행되면 삼성전자는 HBM을 첫 상용화한 2015년부터 2024년까지  HBM 총 매출이 100억달러(약 13조6300억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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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는 2일 경기도 이천 본사에서 ‘AI 시대, SK하이닉스 비전과 전략’을 주제로 한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AI 메모리 기술력 및 시장 현황을 비롯해 청주, 용인, 미국 등 미래 주요 생산거점 관련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사진 = SK하이닉스]

 

■ SK하이닉스, HBM 프리미엄 제품 개발에 적극 나서 수익성 유지

 

SK하이닉스도 삼성전자에 맞불 작전을 펼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일  경기도 이천에서 ‘AI시대, SK하이닉스 비전과 전략’을 주제로 주요 경영현황 및 미래 계획을 밝히는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SK하이닉스는 HBM, TSV(실리콘관통전극) 기반 고용량 D램, 고성능 eSSD(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등 각 제품별보 업계 최고의 기술 리더십을 확보했다”며 “현재 SK하이닉스 HBM은 생산 측면에서 보면 올해 이미 솔드아웃(매진)이고 내년 역시 거의 솔드아웃됐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번 간담회에서 가장 눈에 띈 화두는 HBM을 둘러싼 삼성전자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지키기 위한 SK하이닉스의 전략 방향이었다.

 

특히 이날 오전 김경륜 삼성전자 상무의 기고문이 알려지며 관심은 더욱 커졌다.

 

SK하이닉스는 이날 간담회에서 최고 성능 HBM3E 12단 제품 샘플을 5월에 선보이고 올해 3분기에 양산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비해 삼성전자는 이보다 빠른 2분기 내 HBM3E 12단 제품 양산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곽노정 대표는 “올해 늘어나는 HBM 공급 물량은 과거와는 다르게 고객들과 협의를 끝냈지만 고객 수요에 맞춰 공급량을 늘리고 있다”며 “중장기적인 관점에서도 다양한 AI 업체 및 잠재 고객과 사업 영역을 넓히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 일환으로 SK하이닉스는 최근 CSP(클라우드서비스기업)의 AI 서버 투자 확대, AI 서비스 품질 개선을 위한 추가 수요 등에 적극 대응하는 모습이다.

 

곽 대표는 “고객 수요에 맞는 기술을 적기에 개발하고 공급하는 계획표를 갖고 있으며 이에 필요한 생산능력 투자를 준비 중”이라며 “국내외 경쟁사가 모두 높은 기술 역량 갖고 있어 자만하지 않고 고객 수요에 부합하는 기술과 제품을 공급하겠다”고 강조했다. 

 

HBM 시장을 놓고 업체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일각에서는 SK하이닉스의 시장점유율 하락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SK하이닉스는 경쟁업체의 도전을 의연하게 받아들이고 뛰어난 기술력과 고품질로 승부하겠다는 전략을 내비친 것이다.

 

김종환 SK하이닉스 DRAM개발담당 부사장은 “현재 HBM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어 고객 입장에서도 1개 공급업체에만 의존하기 보다는 업체 간 선의의 경쟁을 원하는 것 같다”며 “이는 급속히 성장하는 HBM 등 AI 메모리 시장을 한단계 더 성장시키고 시장을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환 부사장은 “SK하이닉스는 HBM3 및 HBM3E 8단에 최고 수준의 품질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으며 HBM3E 12단도 적기에 최고 수준의 품질을 갖출 것”이라며 며 “앞으로도 성능과 수율(완성품 가운데 합격품 비율)과 품질의 지속 향상을 통해 HBM 프리미엄 제품에 적극 대응해 높은 수익성을 유지하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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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스(ZEISS) 경영진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최태원 SK그룹 회장(오른쪽) [사진 = 삼성전자/최태원 SK그룹 회장 인스타그램]

 

■ 이재용-최태원, HBM 주도권 거머쥐기 위한 '동맹 네트워크' 확대 가속페달

 

HBM 패권 다툼은 두 기업 총수 간 네트워크 경쟁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과 접촉하며 AI 반도체 시장 선점에 힘을 보태고 있다.

 

다만 두 회장이 최근 보여준 행보 방향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이재용 회장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반도체 동맹 네트워크 구축을 강화했다. 

 

이 회장은 지난달 26일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EUV(극자외선) 기술 핵심 특허를 2000개 이상 거머쥔 독일 광학기업 자이스(ZEISS) 경영진과 회동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회장은 자이스 경영진과 반도체 핵심 기술 트렌드와 양사의 중장기 기술 로드맵을 논의했다.  이를 위해 이 회장은 현지 공장을 직접 방문해 최신 반도체 부품과 장비가 생산되는 모습도 꼼꼼하게 살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동에는 세계적인 네덜란드 장비 기업 ASML의 크리스토프 푸케 신임 CEO(최고경영자)도 함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비해 최태원 회장은 고객사와의 협력 강화에 속도를 냈다.

 

최 회장은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실리콘밸리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만났다.

 

AI 반도체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반도체 업체 엔비디아는 업계 ‘큰손’으로 불린다. SK하이닉스도 엔비디아에 HBM3을 독점 공급하는 등 엔디비아가 주요 고객사다. 이에 따라 두 사람은 HBM을 비롯한 차세대 반도체 협력 방안을 세부적으로 논의했을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의 이 같은 행보는 삼성전자를 견제하는 취지라는 해석이 나온다.

 

젠슨 황이 지난 3월 미국에서 열린 엔비디아 개발자 회의에서 삼성전자 부스를 방문해 삼성 HBM3E에 ‘젠슨 승인’이라는 사인을 남기며 삼성전자와 엔비디아 간 차세대 HBM 거래 가능성을 열었기 때문이다. 

 

업계의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 통화에서 “AI반도체 시장이 급격하게 커지며 HBM 시장도 수요가 공급이 따라가지 못할만큼 고속 성장하고 있다”며 “지속적인 성장이 기대되는 등 잠재력이 큰 시장이기 때문에 AI 반도체 선점을 위한 양사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외부에 HBM 기술력이나 제품 성능을 대대적으로 알리고 자신감을 드러내는 이유도 주도권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전략의 하나”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현재 SK하이닉스가 HBM 시장 1위지만 삼성전자를 비롯해 마이크론 등 세계적 기업이 기술력이나 공급망 확보를 통해 빠르게 추격 중”이라며 “당분간 SK하이닉스가 주도권을 가져가는 흐름이 계속되겠지만 SK하이닉스-삼성전자-마이크론 간의 격차는 점차 축소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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