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SK하이닉스 곽노정 호(號), 1분기 성적표에 크게 웃은 두 가지 이유

전소영 기자 입력 : 2024.04.29 05:00 ㅣ 수정 : 2024.04.29 05:00

1분기 매출 12조4296억원·영업이익 2조8860억원 '깜짝 실적'
AI 열풍에 HBM 등 고부가 제품 수요 폭증·낸드플래시 시황 회복
메모리 반도체, AI용 반도체 수요 강세와 PC·모바일·서버 수요 급증 전망
HBM3E 이어 HBM4 등 차세대 첨단 제품 개발에 가속페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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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 [사진 = SK하이닉스 /뉴스투데이 편집]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곽노정 대표가 이끄는 SK하이닉스가 올해 1분기에 흑자를 뛰어넘어 예상을 크게 웃도는 깜짝 실적을 거둬 눈길을 끌고 있다. 

 

이는 AI(인공지능) 열풍으로 HBM(고(高)대역폭메모리) 등 고부가 제품 수요가 폭증한데다 낸드플래시 시황 회복까지 맞물린 데 따른 것이다.  낸드플래시(이하 낸드)는 전원이 꺼져도 저장한 정보가 사라지지 않는 메모리 반도체로 흔히 '비휘발성 메모리'라고 부른다. 

 

이에 힘입어 SK하이닉스는 올해 3월 말부터 4세대 HBM ‘HBM3E’ 공급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최근 상승세가 2분기로 이어질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 올해 1분기 실적은 매출 12조4296억원과 영업이익 2조8860억원이다. 지난해 1분기 매출액이 5조881억원, 영업손실이 3조4023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매출은 144%, 영업이익은 흑자전환에 성공한 셈이다.

 

직전 분기인 지난해 4분기 매출 11조3055억원과 영업이익 3460억원과 비교하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0%, 734% 성장했다. 매출액은 그동안 1분기 실적 가운데 최대이고 영업이익은 1분기 기준 가장 호황기였던 2018년에 이은 두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제품별로 살펴보면 D램은 올해 1분기에 AI용 서버 제품 판매가 늘었지만 일반 응용 제품이 계절적 비수기 영향으로 출하량이 지난해 4분기보다 10% 중반 정도 줄었다. 다만 2개 분기 연속으로 전 제품 가격이 오르며 평균판매가격은 20% 이상 상승하는 성과를 거뒀다.

 

낸드는 수요가 회복하고 있는 엔터프라이즈(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를 중심으로 판매가 늘어 직전 분기 수준의 출하량을 지켰다. 낸드 평균판매단가는 전 제품 가격이 크게 올라 30% 이상 상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가 AI용 수요 강세와 우호적인 수급 환경으로 업계 수익성이 개선돼 본격적인 회복 사이클에 들어섰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하반기부터 AI용 메모리 뿐만 아니라 PC, 모바일, 일반 서버 등 전통적인 영역의 수요도 늘어나 메모리는 안정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본다.

 

PC 시장은 윈도10 서비스 종료와 AI 기능이 적용된 PC 교체 수요가 본격화되는 하반기에 접어들면 기업 중심으로 수요가 회복될 전망이다. 

 

모바일 시장은 하반기 신제품 출시와 함께 새롭게 추가될 AI 기능이 향후 소비자 교체 수요를 부추겨 스마트폰의 성장과 채택량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점쳐진다. 

 

서버 시장은 AI 기술 중심인 트레이닝(학습)에서 인퍼런스(추론)로 확산되고 있어 AI 서버의 수요 강세는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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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AI용 초고성능 D램 신제품인 ‘HBM3E’ [사진 =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는 낸드도 AI용 신규 수요 확대로 회복세가 이어질 것으로 풀이한다. 최근 고용량 엔터프라이즈 SSD가 AI 시장에서 주목을 받아 낸드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낸드는 기존 스토리지(저장장치)와 비교해 데이터 전송 속도가 빠르고 전력 소모가 적으며 작은 공간에 많은 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이에 따라 고(高)성능·고효율 낸드 스토리지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어 향후 AI 서버와 데이터센터에서 고용량 엔터프라이즈 SSD 채용이 늘어날 전망이다.

 

증권가는 SK하이닉스가 올해 1분기 실적 상승세를 이어가 2분기 매출 15조~16조원, 영업이익 4조~5조원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사별 추정치는 △키움증권 매출액 15조6000억원과 영업이익 4조3000억원 △하나증권 매출 16조1000억원과 영업이익 5조2000억원 △IBK투자증권 매출 15조4400억원과 영업이익 3조9500만원이다.

 

SK하이닉스는 오는 2분기에 HBM3E를 중심으로 고객 기반을 넓히고 낸드 실적 개선 유지에 집중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컨퍼런스콜을 통해 ”지난 3월 HBM3E 양산과 공급을 시작했으며 올해 고객 수요에 맞춰 공급량을 늘리고 지난해 대비 증가한 공급 능력을 활용해 고객 기반도 확대할 방침“이라며 “HBM3E 제품 판매 확대로 2분기 D램은 1분기와 비교해 10% 중반대의 출하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는 또 “낸드는 수요 개선세가 강한 엔터프라이즈 SSD 판매를 늘리면서 다른 응용 제품은 전방 수요 개선이 본격화되는 시기를 대비할 수 있도록 1분기와 비슷한 수준의 출하량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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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SK하이닉스]

 

HBM이 올해 반도체 업계 실적 희비를 가를 핵심 요소로 등장한 가운데 현재 HBM 시장 주도권은 SK하이닉스이 쥐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2023년 글로벌 HBM 시장점유율이 △SK하이닉스 53%  △삼성전자 38%  △마이크론 9%로 내다보고 있다. 

 

HBM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폭풍성장이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욜 그룹(Yole Group)에 따르면 올해 HBM 시장 규모는 지난해에 비해 150% 성장해 141억 달러(약 19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HBM 시장은 내년에는 약 40% 오른 199억 달러(27조원), 5년 후인 2029년에는 377억달러(50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HBM 시장이 가파르게 커지고 있는 만큼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는 원가 경쟁이 아닌 성능 경쟁이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는 차세대 HBM 제품 'HBM4'의 개발과 첨단 패키징 기술 협력을 위해 최근 대만 TSMC와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를 통해 SK하이닉스는 2026년부터 양산 예정인 HBM4 베이스다이(Base die: HBM 가장 아랫부분)를 제작하기 위해 TSMC의 로직 첨단 공정을 활용해 경쟁력 있는 맞춤형 HBM을 공급할 계획이다. 베이스 다이는 GPU(그래픽처리장치)와 연결돼 HBM을 컨트롤하는 핵심 역할을 한다.

 

이와 함께 SK하이닉스는 미국 인디애나주(州) 웨스트라피엣에 약 38억7000만달러(약 5조3251억원)를 투자해 AI 메모리용 어드벤스 패키징 생산 시설을 건설하고 현지 연구기관과 연구개발에 협력한다. 이 시설은 2028년부터 차세대 HBM 등 AI 메모리 제품을 양산할 예정이다.

 

이에 질세라 HBM 시장 2위 업체 삼성전자도 초격차 기술력 확보 전략을 펼친다. 삼성전자는 적극적 투자 전략을 이어갈 방침이다. 이를 보여주듯 한진만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 미주총괄(DSA) 부사장은 “지난해 HBM 시설투자를 2.5배 이상 확대했으며 올해도 그 정도 수준을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반도체 부문에만 48조4000억원을 투자한 삼성전자는 올해도 HBM을 비롯해 메모리 반도체에 30조원 가량 투자할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최근에는 HBM 개발 조직을 새롭게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직 규모는 약 400여명이며 이들은 HBM3E 수율(완성품 중 합격품 비율) 안정화, HBM4 개발 업무를 담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삼성전자는 이달 초 업계 최초로 36GB HBM3E(5세대 HBM) 12H(High, 12단 적층) D램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성능과 용량이 모두 전작인 HBM3(4세대 HBM) 8H과 비교해 50% 이상 향상됐다.

 

이 제품은 AI 서비스 고도화에 따라 데이터 처리량이 급증하는 시장 흐름에 가장 적합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를 통해 삼성전자는 고용량 HBM 시장을 선점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에 비해 아직 HBM 시장점유율이 미미한 미국 마이크론 역시 기술력을 앞세워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3월 SK하이닉스에서 HBM사업 수석, HBM 디자인부서 프로젝트 설계 등을 총괄한 A씨가 2022년 7월 SK하이닉스를 퇴사하고 미국 마이크론에 임원급으로 이직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된 바 있다. 

 

마이크론이 SK하이닉스를 비롯해 국내 반도체 인력을 영입해 기술을 습득하는 방식으로 기술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올만 하다.

 

현재 마이크론은 HBM 시장점유율이 한자릿수이지만 오는 2027년 20%까지 늘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등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를 빠르게 추격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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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오른쪽)이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HBM 시장에서 양사의 협력 강화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 최태원 SK그룹 회장 인스타그램]

 

공교롭게도 올해 1분기 실적 발표 당일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실리콘밸리에서 젠슨 황 미국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HBM 시장에서 양사 간 협력 강화를 논의했다고 알려졌다.

 

엔디비아는 AI 반도체 시장점유율 80% 이상을 장악한 선두업체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의 첨단 AI 반도체에 탑재되는 HBM 부품의 주요 공급업체다. 두 회사 최고 경영진의 만남에 장기 실적 전망에도 청신호가 쳐졌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AI 시장이 커지면 고용량 메모리 HBM 수요도 당연하게 증가한다. 올해가 AI 시대가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에 급격한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며 “초기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SK하이닉스가 큰 수혜를 볼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모든 시장이 그렇듯이 HBM도 더 우수한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회사가 주도권을 가져간다”며 ”아직은 시장 초기이기 때문에 반도체 업체들이 올해도 주도권 확보를 위한 초석을 다지는데 집중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또 ”기술 역량 강화를 위한 연구개발과 이를 위한 투자와 협업 확대 등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향후 시장 확대로 수요가 커졌을 때 고객사 요구 물량을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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