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파트타이머들이 시급 인상을 달가워하지 않는 이유
[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경제회복과 인구감소가 맞물리며 일본 전역에서 아르바이트 시급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하지만 파트타이머 당사자들은 급여인상에 따른 추가 세금을 걱정하여 근무시간을 줄이고 있고 기업들은 더 많은 임금을 지급하고도 종업원의 총 근무시간이 오히려 감소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번 달 4일, 일본노동조합 총연합회는 파트타이머와 계약직 등을 포함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올해 시급이 평균 6.1%(66.7엔) 인상되었다고 발표했다. 이는 2013년부터 관련 통계조사가 시작된 이래 최대 인상폭으로 물가와 임금 모두 수십 년간 제자리에 머물던 일본으로서는 매우 이례적인 흐름이다.
하지만 모든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시급인상을 반기는 것은 아니다. 한국도 마찬가지지만 풀타임 근무를 하지 않는 파트타이머들은 보통 배우자의 부양가족으로 등록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시급이 인상되면서 급여가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피부양자에서 제외되어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등을 추가 납부해야하고 그만큼 실수령 금액이 역으로 감소하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흔히 연봉의 벽(年収の壁)이라고 불리는 이 기준은 소기업이라면 연 130만 엔, 종업원 101인 이상의 기업이라면 연 106만 엔 이상 소득이 발생할 때 맞닥뜨리게 된다.
예를 들어 종업원 101명 이상의 기업에서 전국 평균인 시급 1004엔으로 하루 5시간, 월 17.5일을 일한다면 연 수입은 105만 4200엔이 되어 106만 엔을 아슬아슬하게 밑돌아 피부양자 자격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올해 시급 인상폭 6.1%를 적용하면 시급은 1065엔으로 오르고 같은 시간만큼 근무할 경우 총 111만 8250엔을 벌기 때문에 피부양자에서 제외되고 국민연금과 각종 사회보장 보험료를 추가 납부해야 한다.
당연히 당사자는 연 수입을 106만 엔 밑으로 맞추기 위해 약 11일 정도를 덜 근무하길 희망할 것이고 기업 입장에서는 같은 급여를 지급하면서 오히려 종업원을 부릴 수 있는 시간이 줄고 업무에 공백이 발생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후생노동성이 2022년에 발표한 공적연금 가입자정보에 의하면 20세에서 59세 사이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중 연 106만 엔의 수입을 아슬아슬하게 넘기지 않고 있는 인원은 약 83만 명에 달했다.
일본 정부가 이를 모를 리는 없다. 하지만 가뜩이나 세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공적연금과 사회보장 보험의 절대적인 가입자 수를 늘리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하였고 후생노동성을 통해 올해 10월부터는 106만 엔의 기준을 종업원 51인 이상 기업으로 확대할 것을 결정했다.
결국 연봉의 벽에 부딪히는 파트타이머들은 더욱 많아지는 셈인데 이러한 불만들을 상쇄하고자 노동시간을 연장하거나 시급을 올려서 파트타이머들을 사회보장보험에 가입시킨 사업주에게는 작년 10월부터 정부예산으로 지원금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2025년 말까지 20만 명이 신규로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등에 가입할 것으로 예측하였는데 당장은 실수령액이 조금 줄더라도 노후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며 애써 당사자들을 달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