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

검색
https://m.news2day.co.kr/article/20240404500249

‘ELS·PF·금리’ 불확실성...금융지주는 벌써 올해 실적 걱정

글자확대 글자축소
유한일 기자
입력 : 2024.04.05 08:21 ㅣ 수정 : 2024.04.05 08:21

4대 금융 홍콩H지수 ELS 손실배상 여파에
1분기 순이익 전년比 12% 넘게 감소 전망
연내 실적 개선 기대에도 불확실성 여전해
잠재부실 대비 대손충당금 적립 실적 부담
하반기 기준금리 내리면 수익성 둔화될 듯

image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로고. [사진=뉴스투데이 DB]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국내 금융지주의 올 1분기 순이익이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배상 여파로 부진할 것이란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일회성 충격만 벗어나면 이후 실적은 회복세를 보일 것이란 관측도 있지만 금융시장 내 잔존한 각종 불확실성이 예측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 금융지주들의 역대급 실적 행진이 마무리에 접어들 가능성도 제기된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올 1분기 순이익 컨센서스(시장 전망치)는 약 4조3600억원 수준이다. 이는 전년동기(4조9697억원) 대비 12% 이상 줄어든 규모다. 4개사 모두 1년 전과 비교해 실적이 뒷걸음칠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는 금융지주 계열의 시중은행들이 이달부터 홍콩H지수 ELS 자율배상에 나서는 걸 반영한 결과다. 각 은행들은 고객에 돌려줄 배상금을 대손충당금 형태로 미리 적립했는데, 올 1분기 실적에 대부분 반영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4대 금융지주는 전체 순이익에서 은행 계열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70~99%에 달한다. 

 

하나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홍콩H지수 ELS 판매 잔액이 가장 많은 국민은행은 약 8000억원을 배상금으로 지출할 전망이다. 이어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이 각각 약 3500억원, 약 2500억원 수준에서 배상을 진행할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은행의 배상금이 약 100억원으로 추정돼 상대적으로 실적 충격은 작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선 금융지주들이 올 1분기 실적에 홍콩H지수 ELS 배상 관련 비용을 반영한 만큼 2~4분기 실적은 회복세를 보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당기순이익 추정치를 △KB금융 4조7240억원 △신한금융 4조4250억원 △하나금융 3조5880억원 △우리금융 2조7930억원 등으로 제시했다. 4개사 모두 올해 순이익이 전년보다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금융지주들은 경계감을 놓지 못하고 있다. 최근 금융시장 환경이 실적 개선을 기대할 만큼 우호적이지 않다는 판단이다. 고금리 장기화로 누적된 자산 건전성 관리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 연내 기준금리 인하 등이 주된 걱정거리다. 모두 비용이 발생하거나, 수익성을 둔화할 수 있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말 기준 고정이하여신(NPL) 비율 평균은 0.49%로 전년 말(0.35%) 대비 0.14%포인트(p) 상승했다. KB·신한금융의 경우 0.5%대로 진입했다. NPL은 3개월 이상 연체돼 사실상 회수가 어려워진 부실채권이다. 총여신에서 NPL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진다는 건 자산 건전성 악화 신호로 볼 수 있다. 

 

금융시장에 부동산 PF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도 부담이다. 금융권 설명을 종합하면 PF가 실행된 사업장에 대해 주기적인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필요 시 대출금 회수까지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대규모 부실화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선제 대비 차원에서 대손충당금 적립이 진행되고 있다. 

 

4대 금융지주가 지난해 전입한 대손충당금은 8조9260억원으로 전년(5조2079억원) 대비 71.4% 증가했다. 금융당국은 연일 금융권에 충분한 손실 흡수 능력을 확보하라고 요구했는데, 올해 역시 이 같은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금융권 전망이다. 

 

한 금융지주의 관계자는 “건전성 악화는 고금리 상황에 전 금융권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고, 금융지주들의 지표는 여전히 관리 가능한 수준에 있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지금은 이익을 잘 내는 것보다 건전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지키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충당금을 당장 줄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올 하반기 한국은행이 미국에 이어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중앙은행의 긴축완화가 시작되면 시장금리도 하락 전환할 수 있는데, 이자이익이 핵심 수익원이 은행·금융지주 입장에선 우호적인 환경은 아니다. 핵심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을 보면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평균은 1.85%로 전년(1.95%) 대비 0.10%p 하락했다. 

 

4대 금융지주 당기순이익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본격화한 2022년 15조5309억원으로 역대 최대 기록을 세운 뒤 지난해에도 14조9682억원을 시현한 바 있다. 시장에선 4대 금융지주의 당기순이익이 사실상 고점을 찍고 하락세에 접어들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올해는 시장금리 하락 가능성이 높아 NIM이 축소될 것으로 전망되는데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급증한 대출의 부실 위험 증대 및 부도 시 손실률(LGD) 상향이 대손비용을 증가시킬 가능성이 높아 국내 은행 수익성이 다소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한 바 있다. 

 

 

© 뉴스투데이 & m.news2day.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댓글 (0)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

0 /250

많이 본 기사

ENG 네이버 블로그 네이버 포스트 인스타그램 유튜브 페이스북 이메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