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강진에도 美 반도체주 반등…삼성전자도 긍정 시각 유지
[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대만발 강진 여파로 반도체의 생산과 공급이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국내 주식시장 참가자들은 대만 지진 파장이 삼성전자 주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4일 외신에 따르면 전일 오전(8시) 대만에서 규모 7 이상의 지진이 발생했다.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경쟁 업체 TSMC는 이 강진으로 공장이 흔들리자, 생산라인 직원들을 대피했던 직원들이 복귀하기 시작했다
대만 당국은 지진 발생 지점과 거리가 있어 TSMC 공장에는 큰 영향이 없다고는 했으나, 대만의 지정학적 위치에 대한 리스크가 커지며, 글로벌 반도체 산업뿐 아니라 국내 기업들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다.
특히 TSMC가 애플과 엔비디아, 퀄컴 등에 반도체를 공급하는 상황에서 이번 지진으로 글로벌 공급망에 차질이 생길 수 있음을 주시했다.
블룸버그는 "대만은 스마트폰과 인공지능(AI)에 필수인 첨단 반도체 80~90%를 담당하는 공급원이다“며 ”이번 지진으로 글로벌 기술 공급망 차질이 우려된다"고 보도했다.
TSMC 측은 "회사의 안전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며 "직원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일부 팹(반도체 생산시설)에서 회사가 마련한 절차에 따라 직원들을 대피시켰지만, 이후 모든 직원은 안전하고 대피했던 직원들이 복귀했다“고 밝혔다.
주요 외신들은 TSMC가 곧 생산을 재개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배런스는 TSMC가 신속히 생산을 재개할 수 있을 것으로 봤고, 시장정보 제공 업체 트렌드포스는 TSMC 설비가 타격을 입지 않아 반도체 공급망 충격은 매우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글로벌 반도체 시장 벤치마크인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간밤 대만 강진 악재를 털어내고 0.34% 상승 마감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하락 출발한 반도체 종목들도 대부분 반등했다. 대표적인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마이크론 테크놀러지는 4.29% 급등한 것을 비롯해 AMD는 1.16%, 퀄컴은 1.68% 올랐다. 대만 TSMC 역시 뉴욕증시에서 1.27% 뛰었다.
반면 파운드리 부문에서 지난해 70억달러 손실을 기록한 인텔은 8.22% 미끄러졌고, 공급 불안 우려를 남긴 엔비디아도 0.55% 빠졌다.
대만 강진 충격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생산 차질이 심각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과 메모리반도체 분기가격 책정을 앞두고 반도체 업체들이 가격인상을 추진할 명분이 생겼다는 분석이 주가 상승을 이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생산이 중단되는 기간은 길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TSMC의 잠재 리스크로 꼽혔던 지정학적 리스크가 다시 한번 수면위로 떠오르면서 관련 종목 주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결국 TSMC가 첨단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가진 상황에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는 것이, 결국 국내 반도체 관련 기업들에도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도 TSMC의 피해상황 및 반도체 업계에 미칠 영향을 주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TSMC는 파운드리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주요 경쟁업체로, 지난해말 기준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TSMC가 1위(61%)고 삼성전자는 2위(14%)기 때문이다.
대만의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TSMC가 생산 중단이나 차질 가능성이 한창 제기되면서 전일 반도체 업종은 약세를 면치 못했다.
물론 TSMC 주가도 1.24% 빠졌다. 국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도 각각 1.06%와 3.81% 크게 떨어지며 코스피 하락세를 주도했다.
이런 가운데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와 경쟁 중인 삼성전자가 반사이익을 거둘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하튼, 시장은 이번 지진이 삼성전자 주가에 미칠 영향은 미미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정민규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TSMC 공장과 진앙지 사이에 어느 정도 거리가 있고, 아직 큰 피해가 발생했다고 보긴 어렵다"며 "TSMC의 전체 매출 변동 사항이 없는 만큼 이번 지진이 삼성전자 주가에 나쁜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지진과 별개로, 삼성전자 주가가 10만원 선을 뚫을 것이란 기대감은 점차 강해지는 분위기다. 지난 2일 삼성전자는 8만5000원에 거래를 마치면서 일단 9만전자는 기대해볼 만하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최근 외국인 투자자의 매수세도 삼성전자에 쏠렸다. 외국인은 지난 3일까지 12거래일 연속 삼성전자를 순매수했는데 무려 5조원 규모다. 삼성전자 주가는 이 기간 16% 급등했다.
특히 오는 5일 삼성전자 1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시장 기대치를 충족할 만한 성적표를 내밀지 주목된다.
이경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1분기 실적 어닝 서프라이즈 기대감이 큰 업종은 반도체가 유일하며 이익의 편중화가 반영되고 있다”며 “높아지는 반도체 실적에 비해 기관 자금 유입은 크지 않아 기관 매수 여력이 남아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KB증권은 이날 삼성전자가 실적 정상궤도에 진입했다며, 목표주가를 11만원으로 15.8% 상향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올해 메모리 영업이익은 18조원으로 전년보다 30조원 개선되고, 파운드리 사업은 3분기부터 흑자 전환해 전년 대비 2조원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 전망했다.
대만 지진 여파에 대해서는 “어제 발생한 대만 강진으로 마이크론(Micron), TSMC 생산 차질은 삼성전자의 2분기 D램 및 파운드리 가격 협상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