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분기 실적 발표 이후 증권가에는 여러 삼성전자의 주가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아울러 모멘텀이 생길때마다 일시적으로 주가가 오르거나 내릴때면 곧바로 9만전자 복귀설에 시장이 들썩이기도 한다. 이중 주가 모멘텀으로 가장 주목 받고 있는 것은 차세대 고성능 반도체 D램인 고대역폭 메모리(HBM)다. 이와 별개로 경기 회복 시점이나 금리와 환율 등 여러 가격 변수도 삼성전자 주가에 직간접으로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다. 이에 두달 안팎 남은 올해와 내년까지 전문가들과 함께 삼성전자 주가 전망을 시리즈 기획 기사를 통해 짚어 본다. <편집자주>
■ 기사 게재순서
Ⓘ [삼성전자 주가 전망-①] HBM3 본격 양산…주가 날개 달까
② [삼성전자 주가 전망-②] 9만전자’ 3가지 충족 조건은
③ [삼성전자 주가 전망-③] 애널리스트 3인방 진단
[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최근 삼성전자가 어렵사리 7만원선을 회복했지만 투자자들의 눈높이는 여전히 9만전자를 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깜짝 실적’ 이후 이달말 컨퍼런스콜에서 다시 실적 회복의 신호탄을 쏘아 올릴 예정인 가운데, 여전히 9만전자 닻줄은 내리지 못하는 실정이다.
여하튼 증권가는 삼성전자가 하반기 또는 4분기부터 반도체 업황 개선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기대감에는 변함이 없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막연한 기대감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는 현실적으로 9만전자를 찍으려면 스마트폰 수요 회복과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3 엔비디아 납품 확인, 금리인하 시그널 등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주가 반등 환경이 마련돼야 8만전자에 이어 9만전자를 회복할 수 있다는 의미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삼성전자(039490)는 전장 대비 1100원(1.59%) 오른 7만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전자가 7만전자를 되찾은 건 지난 9월 18일(종가 7만200원) 이후 한 달여만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1일 깜짝 실적 발표 이후 장중 한 때 4.52% 오른 6만94000원까지 뛰며 '7만 전자'를 넘봤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이날 2.71% 올라 6만8200원에 장을 닫으며 7만전자 회복은 실패했다.
삼성전자 주가에 대한 증권가의 희망 섞인 긍정적 전망이 잇따르다가도, 파란불이 거침없이 켜지면 개인투자자들은 찡그리기 일쑤가 지금까지 반복이다. 이를 두고 희망고문이란 말도 새어 나온다.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는 삼성전자 주가가 9만전자에 닿으려면 3가지 충족 조건이 따른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결국 시간의 문제라며, 올해 9만 전자는 어렵겠으나 내년에는 위의 3가지 조건을 모두 달성할 수 있다고 보기에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전망했다.
■ IT 기기 수요 증가…실적·주가 회복 열쇠
삼성전자의 올해 상반기 반도체 재고자산이 글로벌 정보기술(IT) 수요 침체로 인해 지난해 말 대비 4조6000억원 이상 증가했다. IT 수요가 근본적으로 살아나지 않으면 삼성전자 실적 회복이 어렵고, 주가 회복에 탄력을 잃을 수 있다.
삼성전자가 감산하면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조금 오르게 되지만, 반도체 칩을 쓰는 장치 수요가 근본적으로 늘지 않으면 앞으로도 삼성전자 실적에는 도움이 안 된다는 해석에서다.
소비자들은 올 초 치솟는 물가에 지갑을 닫았고, 그 결과 스마트폰·컴퓨터(PC)·서버 회사들이 재고를 줄이면서 반도체 칩 가격이 폭락했다.
상반기 IT 수요 비수기에 CPU(중앙처리장치), GPU(그래픽처리장치) 등 주요 제품 주문 취소 등이 지속되면서 IT 기기와 산업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10% 수준으로 감소하며 어려움이 지속됐다.
JP모간은 지난 4일 소비 둔화로 스마트폰과 PC 시장의 수요가 줄어들어 반도체 시장에 침체가 올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 효과와 고성능 컴퓨팅, AI 등에서 수요가 견조히 뒷받침해주면서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증권가는 최근 IT 수요가 바닥을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며, 4분기 영업이익(3조8000억원)은 3분기보다 60%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염 이사는 “스마트폰을 제조하는 세트 업체들의 반도체 재고 확충 위한 주문은 증가하고 있다”며 “문제는 스마트폰을 직접 구매하는 소비자들의 수요가 부족하다. 실제 IT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의 구매 수요가 늘어야 하는데, 내년 2분기 이후 본격 회복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 엔비디아에 HBM3 납품 확인 분명해져야
증권가는 삼성전자가 방향성 측면 모든 면에서 저점을 통과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핵심은 ‘엔비디아 HBM3 납품 확인’이 관건으로, 확인 여부에 따라 주가에도 상당 부분 영향이 미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삼성전자가 차세대 HBM 개발에 속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4세대 HBM3를 이르면 이달부터 공급한다고 알려졌으나 실질적으로 납품 시기 확인은 불분명하다.
메모리 업황 반등의 시작은 ‘공급 조절’을 통한 ‘가격 반등’이라는 점에서 회복에 대한 방향성은 정해져 있다. 실적 회복의 최대 호재로 여겼던 엔비디아의 HBM3 수주가 분명해진다면, 시장에서 학수고대하던 9만전자 가능성이 열리게 된다.
삼성전자는 HBM3 샘플을 엔비디아 측에 제공한 상태다. 하지만 수율 문제로 최종 계약까지 이르지 못하는 것으로만 확인될 뿐이다. 그러면서 아직은 SK하이닉스가 HBM3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챗GPT’ 등장 이후 급부상한 HBM 시장을 놓고 미국 최대 메모리 업체인 마이크론까지 뛰어들며 경쟁이 뜨거워질 전망이다. 다만 삼성전자의 내년도 HBM3 신규 고객사가 올해보다 2배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HBM3 및 HBM3e 시장 선도에 대해 확신해서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이 제대로 턴어라운드가 되고 주가 상승이라는 호재를 만나려면 엔비디아와의 계약이 절실하다고 조언했다.
염 이사는 “엔비디아는 생성형 AI 반도체 90% 이상을 점유한 독보적 기업인 만큼, 엔비디아에 삼성전자도 납품하게 된다면 부진했던 주가를 회복시킬 강력한 재료가 될 전망이다”며 “IT 기기 수요는 아직 부진하나 HBM 수요는 여전히 강력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 금리 민감한 반도체…美, 금리 인하 시그널 필요
반도체는 금리에 민감하다. 반도체와 이차전지, IT 등 기술주가 주도하는 국내 증시로선 금리 인상은 국내 증시 랠리에 악재로 평가된다.
최근 미국의 정책 금리와 시장 금리 상승에 따라 당초 예상보다 글로벌 유동성 규모가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 주가 상승도 제한될 수 있다.
미국의 경제 전문가들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내년 중후반부터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곧 연준이 예고한 대로 ‘고금리 장기화’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는 신호다.
연준은 지난달 20일 기준 금리를 동결하면서 올해 한 차례 더 인상할 수 있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미 국채금리가 예상보다 치솟고,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오던 연준 위원들이 금리인상 중단 가능성도 시사했다.
삼성전자 주가 상승은 글로벌 유동성 확장이 필수적이다. 증권사들은 내년 반도체의 하반기 수요 강도는 금리인하 개시 시기와 속도에 달려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빠른 금리 인하가 없을 경우, 반도체 주가 상승 사이클의 기간과 상승폭이 제한될 수 있다고 했다.
염 이사는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는 유동성에 매우 민감하다”며 “금리인하 시그널이 보인다면 주가는 반응을 보일 것이다. 올해 금리인하는 어렵지만 둔화되는 미국 소비 경기 흐름을 볼 때 빠르면 내년 2분기부터는 금리인하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