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금융, 지배구조 문제로 뒤숭숭...‘2년차’ 이석준 회장, 다시 시험대
감독당국 농협금융 지주·계열사 검사 진행
중앙회장-지주회장 인사 갈등 영향 끼쳤나
과도한 경영개입 등 지배구조 문제 정조준
은행 배임사고·내부통제 부실도 검사 대상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농협금융지주가 농협중앙회와의 증권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인사 갈등과 은행 계열사 금융사고 발생으로 뒤숭숭하다. 감독당국은 농협금융을 대상으로 한 전방위 검사에 나섰는데 지배구조 문제가 중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취임 2년차에 돌입한 이석준 농협금융 회장의 문제 해결 역량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7일 농협금융과 농협은행에 대한 수시검사를 진행한 뒤 8일부터 NH투자증권에 대한 정기검사에 나섰다. 농협은행과 NH투자증권은 순이익, 자산 기준으로 지주 내 1, 2위 체급을 가진 계열사다.
금감원의 이번 검사는 농협금융 지배구조 전반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NH투자증권 차기 대표 선임 과정에서 지난 11일 취임한 강호동 농협중앙회 회장과 이석준 농협금융 회장 사이에 나타난 이견이 중앙회-지주의 지배구조 문제로 번졌기 때문이다.
당초 강 회장은 NH투자증권 대표에 유찬형 전 농협중앙회 부회장을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회장이 유 전 부회장은 금융·증권업 전문성을 가진 인물이 적합하며 해당 회사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 고유의 권한이라는 입장을 표명한 게 갈등설의 배경이다. 결과적으로 NH투자증권 차기 대표에는 윤병운 현 부사장이 내정됐다.
농협금융은 KB·신한·하나·우리 등과 같은 ‘금융지주회사’지만 유독 독립 경영을 보장받지 못한다는 지적이 따라 붙는다. 농협중앙회가 지분 100%를 가진 농협금융에 대해 공식·비공식적 경로로 다양한 개입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NH투자증권 대표 인사 사태도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농협중앙회의 대주주 지위 행사가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반론도 있다. 다만 금감원은 농협금융 뿐 아니라 계열사 인사까지 관여하는 건 문제가 있다는 인식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금감원이 농협금융 전반에 걸친 검사 이후 이 같은 지배구조 문제를 손질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농협금융은 시중 금융지주와 달리 특수성이 강하다보니 ‘중앙회 입김’ 같은 얘기가 나오는 일이 잦았다”며 “중앙회를 직접 검사하지 못하니 계열사 CEO 선임 절차나 의사결정 구조를 검사하고 우회적으로 문제 개선을 요구하지 않겠냐”고 내다봤다.
금감원은 또 농협은행에 대한 검사도 진행했는데 최근 발생한 배임 사고가 배경으로 지목된다. 여신 업무를 담당한 직원이 약 109억원 규모의 배임을 일으킨 사건이다. 문제는 금융사고가 발생한 기간이 2019년 3월부터 2023년 11월까지로 상당히 장기간이라는 점이다.
농협은행은 자체 감사에서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다만 4년 넘는 기간 동안 직원의 배임 행위를 알아차리지 못한 책임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금감원의 조사 이후 부실한 내부통제에 대한 제재가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지주와 은행이 농협중앙회에 내는 브랜드 사용료 산정이 적정했는지, 출연기금, 배당금 등이 과도하게 결정되지는 않았는지 등도 주요 검사 분야로 꼽힌다. 농협중앙회는 농협금융으로부터 농업지원사업비라는 명목으로 브랜드 사용료를 받는데 지난 2022년 4505억원에서 지난해 4927억원으로 9.4% 증가했다.
금감원은 지난 2020년 6월 농협은행에 농업지원사업비 산정 방식을 합리화하라며 경영유의 조치했다. 손익 규모와 자본 적정성 등 재무 현황을 반영하지 않고 부과되는 대규모 농업지원사업비가 은행의 손실 흡수 능력 제고에 영향을 악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권에선 지난해 1월 취임해 올해 2년차에 접어든 이 회장이 농협금융 지배구조 문제와 계열사 금융사고 등을 어떻게 수습할지 주목하고 있다. 조만간 이 회장이 지주와 계열사 등 조직 전체에 내부통제 강화를 통한 청렴한 지배구조 구축 필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특히 대주주로 절대적 영향력을 가진 농협중앙회와의 관계 정립도 과제로 지목된다. 일각에선 강 회장이 취임 때부터 인사 문제로 떠들썩했고, 금감원까지 가세한 형국인 만큼 당분간 무리한 움직임은 없을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한동안 강 회장과 이 회장의 ‘불편한 동거’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한편 금감원은 금융권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농협금융을 비롯한 5대 금융지주는 지난 15일 금감원에 지배구조 관련 개선 및 이행 방안이 담긴 보고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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