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P과학화경계시스템 성능개량 사업’ 제대로 추진되고 있는가?
한국의 방위산업이 새로운 활로를 찾으면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방위사업청 또한 방위산업이 처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지속적인 제도 개선과 함께 법규 제·개정을 추진 중이다. 그럼에도 방위사업 전반에 다양한 문제들이 작용해 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뉴스투데이는 이런 문제들을 심층 진단하는 [방산 이슈 진단] 시리즈를 연재한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지난 1월 9일 방위사업청(이하 방사청)은 ‘인공지능(AI) 과학기술로 전방지역 경계 강화된다’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GOP과학화경계시스템 경미한 성능개량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올해 안에 전력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사업은 동부전선 산악·해안 경계부대의 감시카메라와 통제시스템 노후화에 따른 오경보 등 탐지능력 저하로 발생하는 경계 취약점을 보완하는 것이 목적이다.
방사청은 이 자료에서 “객체(사람 등) 식별을 위한 AI 영상분석, 열영상, 단파장적외선 기능 등을 군 최초로 도입, 탐지능력을 향상해 주·야간뿐만 아니라 악천후 시에도 경계작전의 효율성과 신뢰성이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존방식 대비 오경보 발생을 최소화해 경계병력의 피로도를 감소시키고, 경계근무 부담이 경감됐으며, 감시 거리 확장 등 탐지능력도 향상됐다”고 덧붙였다.
■ 감지시스템에서 오경보 발생하는데 감시시스템 성능 향상 통해 해법 찾아
방사청 자료처럼 과연 오경보가 감시카메라와 통제시스템 노후화에 따른 것일까? 기존 감시카메라의 성능에 AI 기술을 적용함으로써 영상분석을 통해 사람과 동물을 식별하고 적외선 기능으로 감시능력을 높이는 것은 감시카메라(CCTV)의 성능 향상에 효과적인 수단이다. 그러나 기존 GOP과학화경계시스템에서 발생하는 오경보는 감시카메라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감지시스템에서 발생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미 [방산 이슈 진단(93)]에서 “경계시스템의 기본은 각종 센서를 이용해 침입을 감지하는 ‘감지시스템’, CCTV 등 영상정보를 이용해 침입을 확인하는 ‘감시시스템’, 입력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대응·경보발령 등을 하는 ‘통제시스템’으로 구성된다”고 관련 학문의 이론을 빌려 설명했다. 즉 주수단인 ‘감지시스템’이 센서를 통해 침입을 감지한 후 경보를 울리면 보조수단인 ‘감시시스템’의 CCTV가 자동 회전해 해당 지점을 확인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11월 24일 한국국방연구원이 ‘과학화경계시스템 운영 발전방향’ 제하로 발간한 국방논단(1968호)에서도 “물리보안시스템을 구축할 때는 ‘주 감시수단으로 감지시스템을 구축하고 보조수단으로 CCTV(감시시스템)를 운용한다’는 원칙이 있다”고 기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원칙이 지켜지지 않으면 경계병력이 오히려 더 증가하거나 지나친 병력감축으로 경계의 사각이 만들어져 경계 실패가 반복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1월 10일 중앙 일간지가 경기도 연천의 한 전방사단을 방문한 르포 기사에 따르면, AI를 활용한 경계작전 혁신체계 개념은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의 중거리 카메라, GOP의 중·근거리 카메라와 철책 구간을 오가며 촬영하는 이동식 레일 로봇을 통해 얻은 영상정보의 이상징후를 AI로 분석하는 방식이다. 부대의 지원을 받아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이 기사에서 감지시스템에 관한 설명은 전혀 없다.
■ 감지시스템 성능 개선 없이 감시시스템 위주의 AI 영상분석 한계 드러나
이처럼 GOP과학화경계시스템 성능개량 사업은 감지시스템과 감시시스템의 기능과 역할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한 채 AI 영상분석만 적용하면 그동안 제기된 문제들이 해결될 것으로 인식하는 분위기다. 이런 연유로 감지시스템의 성능 개선에는 관심이 별로 없고 감시시스템에 대한 의존도만 높여 CCTV를 늘리고 AI가 영상분석을 하는 방식의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보조수단이 주수단의 역할을 대신 감당하면 마치 오경보 문제가 해결되는 것처럼 말이다.
육군은 감지시스템도 오경보가 많은 기존의 광망에서 복합센서 등 다양한 방식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감시시스템보다 턱없이 적은 예산이 감지시스템에 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오경보 발생률은 감지시스템의 방식 및 성능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시장에는 다양한 방식과 성능을 가진 감지시스템이 나와 있으며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오경보가 거의 없는 우수 제품일수록 가격은 비싸지만, 군은 그동안 사업 예산을 낮게 책정해 왔다.
감시시스템의 CCTV 또한 사거리가 길수록 화각이 좁아져 물체를 식별할 수 있는 구역이 극히 제한된다. 일례로 100m를 감시할 경우 전방 120도는 보여야 하는데 화각이 10도 미만이어서 사각 지역은 110도나 된다. 게다가 CCTV는 원근감이 없고 크기만 판단 가능해 멀리 있는 사람과 가까이 있는 작은 물체를 구별할 수 없다. 또 야간에 별도 조명 없이는 감시구역이 보이지 않고 다양한 기상환경에 따른 영상품질 저하로 AI 영상분석에도 한계가 있다.
일례로 안개가 짙은 상황에서 길리슈트라는 저격수 복장으로 위장하는 경우, 널빤지 등으로 몸을 가리거나 철모 등에 나뭇가지로 위장하고 낮은 포복으로 천천히 이동하는 경우 AI 영상분석만으로 침입을 탐지하기는 매우 어렵다. 이외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카메라를 회피해 침투할 수 있다. GOP과학화경계시스템 성능개량 사업이 과연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할지 의문이며, 오경보를 줄인다는 취지가 미탐지를 증가시킨다면 훨씬 더 큰 문제를 초래한다.
■ 감지·감시·통제시스템에 모두 AI 도입돼야 진정한 AI 기반 경계시스템
군이 진정으로 AI 기반의 경계시스템을 구축하려면 현재 추진 중인 감시시스템의 AI 영상분석 외에 감지시스템에도 오경보를 낮추고 탐지율을 높이는 AI 분석기술이 필요하며, 통제시스템 또한 상황판단 및 분석에 AI의 도움이 필요하다. 이렇게 감지·감시·통제시스템에 모두 AI가 도입돼야 AI 기반의 경계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감지시스템의 센서가 오경보율이 매우 낮으면 센서가 탐지한 후 해당 지역 카메라 영상을 상황병이 직접 확인하는 방식이 AI 영상분석보다 우월한 방식이라고 말한다. 현재 GOP과학화경계시스템의 문제는 감지시스템의 센서에서 오경보가 빈번하게 발생해 실제로 침투를 탐지해 경보를 발령해도 사람이 믿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다. 따라서 근본적 한계가 있는 AI 영상분석보다는 ‘AI 분석기술을 적용한 감지시스템’ 개발이 더욱 중요하다.
그런데 현재 군은 감시시스템에 AI 영상분석만 도입하면 AI 기반의 경계시스템이라고 착각하고 있다. 또한, CCTV의 감시범위인 화각이 제한되자 TOD, 근거리 감시레이더, 수풀투과 레이더 등을 함께 적용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전방지역의 경계작전 환경에서도 오경보가 거의 없는 감지시스템을 찾아내 철책에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고 급선무이다.
군은 오경보 빈발의 원인이 적합한 감지시스템을 도입하지 않아서란 사실을 직시하지 못한 채 ‘AI 강군 육성’이라는 구호에 집착한 나머지 현재 AI 영상분석에만 집중하고 있다. 이제라도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GOP과학화경계시스템 성능개량 사업을 바로 잡아야 한다. 현재 방식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워 또다시 많은 예산만 낭비하고 효과는 보지 못할 것이 자명하다. 늦었지만 제대로 현장을 확인하고 올바른 대안을 찾아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