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 이슈 진단 (102)] ‘무기체계 획득 Fast-Track’이 기존의 신속시범획득사업 쟁점 딛고 자리 잡으려면 해결돼야 할 과제
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입력 : 2023.12.26 14:24 ㅣ 수정 : 2023.12.26 16:15
신속한 소요 결정 및 시범사업 참여업체 노력 보상할 최초 전력화 물량 확보가 관건
한국의 방위산업이 새로운 활로를 찾으면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방위사업청 또한 방위산업이 처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지속적인 제도개선과 함께 법규 제·개정을 추진 중이다. 그럼에도 방위사업 전반에 다양한 문제들이 작용해 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뉴스투데이는 이런 문제들을 심층 진단하는 [방산 이슈 진단] 시리즈를 연재한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성일 국방부 자원관리실장은 20일 국방혁신위원회 3차 회의에서 ‘국방획득 체계 혁신 방안’을 발표하면서 국방획득 체계를 기존 2가지(구매·연구개발)에서 3가지(신속소요·시범사업 후 획득·소프트웨어 획득)를 더한 5가지로 다변화하겠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전력획득 절차에 있어 속도가 곧 안보”라며 “정부조달 절차와 차별화해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지난 19일 엄동환 방위사업청장은 대전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2023 무기체계 획득업무 발전 컨퍼런스’에서 환영사를 통해 “2023년 한 해 동안 무기체계 획득 Fast-Track 도입과 방위사업 계약제도 혁신을 성공적으로 완수했다”고 평가하면서, “앞으로 인공지능(AI), 우주 등 첨단 무기체계가 우리 군에 신속하게 도입될 수 있도록 ‘방위사업 혁신’을 계속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 기존 신속시범획득 양산사업, 시범 운용 업체가 수주 실패하는 상황 발생
이처럼 정부는 전력획득의 속도를 강조하며 올해 최고의 성과로 무기체계 획득 Fast-Track 도입을 꼽고 있다. 획득 Fast-Track은 신속소요 및 신속시범 등 2가지 사업으로 분류된다. 신속소요사업은 기존의 획득절차와는 다르게 6개월의 사전개념연구를 거쳐 1개월 만에 신속소요를 결정하고 2년간 시제품 연구개발 후 통합시험평가를 거쳐 5년 이내에 전력화하는 사업으로 이번에 새롭게 마련된 제도이다.
이에 비해 신속시범사업은 기존의 신속시범획득사업과 신속연구개발사업을 신속연구개발사업으로 통합하면서 일부 내용을 보완한 후 명칭을 바꾼 것으로 최초 전력화 물량을 시범 운용 업체와 수의계약으로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렇지만 신속시범획득사업 진행 과정에서 쟁점이 되는 사안들이 새롭게 시작하는 신속시범사업에서는 문제가 없도록 추진돼야 한다.
기존의 신속시범획득사업은 민간의 혁신적 기술이 적용된 상용품을 구매해 6개월간 시범 운용 후 군사적 활용성이 확인되면 일단 사업이 종료되고, 이후 긴급소요로 반영해 양산사업을 추진한다. 현재 소요 결정까지 이뤄진 후 양산사업을 기다리는 무기체계 중 안티드론 관련 사업의 사업자가 지난달 하순에 결정됐다. 그런데 시범 운용 업체가 아닌 다른 업체가 더 낮은 가격을 써내 사업을 수주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 신속시범사업, 최초 전력화까지 진행속도와 물량 보장 여부로 성패 갈려
신속시범획득사업 참여업체들은 시범 운용부터 군 활용성 확인을 거쳐 긴급소요 결정까지 험난한 과정을 거쳤으며, 이후에도 소요군이 요구하면 모든 비용과 인력을 동원해 지원하면서 양산사업이 나오기를 기다려왔다. 소요 결정 후 양산사업이 공고되고 다시 경쟁 입찰에 참여해 시험평가 등을 거쳐 최종 사업자가 결정되기까지 2년 이상 걸렸으며, 그동안 소요된 인력과 비용도 상당했다.
하지만 방위사업청은 시범 운용 업체의 이러한 노력을 양산사업의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안티드론 관련 사업의 경우 5개 업체가 경쟁 입찰에 참여해 2개 업체를 1차 선정한 후 시험평가를 거쳐 2개 업체가 모두 성능을 충족하자 최초 입찰 당시 제시한 가격과 관계없이 입찰가격을 다시 제출받아 저가를 써낸 업체가 최종 선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신속시범획득사업이 민간의 혁신적 기술을 신속히 적용하기 위한 사업임에도 양산사업이 나오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 데다, 시범 운용 업체가 수주에 실패하면 손실이 상당하다. 따라서 새로 보완된 신속시범사업의 경우 소요 결정 이후 최초 전력화까지 얼마나 빨리 진행될 수 있느냐와 시범 운용 업체와 수의계약으로 어느 정도 물량을 보장할 수 있을 것인가가 성패의 관건이다.
■ 최초 전력화 물량 조정, 시범업체 후속양산 가산점 부여 등 대책 필요
신속시범사업은 정부가 공언한 대로 수의계약으로 진행되면 기존의 신속시범획득 양산사업보다 최초 전력화는 빨리 진행될 것이 예상된다. 하지만 방위사업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신속시범사업은 신속소요사업처럼 최소 전술제대 단위 물량으로 소요를 결정하게 되어 있어 그 수량이 얼마나 되느냐에 따라 업체의 이익과 손실 발생 여부가 결정된다.
이후 후속양산 사업은 경쟁 입찰이어서 현재 신속시범획득 양산사업에서 나타나는 모습처럼 시범 운용 업체가 수주한다는 보장이 없다. 이렇게 되면 기술력이 뛰어난 업체는 굳이 이익이 확실히 보장되지 않는 신속시범사업에 처음부터 참여할 이유가 없고, 기술력이 다소 떨어지는 업체라도 후속양산 사업 경쟁에서 저가로 수주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방위사업청은 아직 이런 문제까지는 생각하지 않는 분위기다. 하지만 기존 신속시범획득 양산사업 경쟁에서 시범 운용 업체가 계속 수주에 실패하면 신속시범사업 또한 수의계약에 의한 최초 전력화 물량보다 후속양산 사업에 업체들이 더 많은 관심을 보이게 된다. 이 경우 제도 자체가 무의미해질 수 있으므로 최초 전력화 물량의 조정 또는 시범업체의 후속양산 참여시 가산점 부여 등 적절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