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자산가 '승부수' 띄우는 증권사…WM 경쟁 예고
[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증권사들의 지난해 연간 실적 발표에서 대부분 부진한 성적을 거둔 가운데, 올해는 좀 더 WM(자산관리) 부문에 집중해 수익률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충당금과 해외부동산 투자 관련 충당금 적립이 손실로 반영된 여파로 풀이된다. 국내 부동산 PF와 해외 부동산 펀드 리스크를 완화하는 과정에서 추가 충당금 적립으로 인한 손실이 더 늘어날 거란 관측도 나온다.
증권사들은 조직개편과 특화점포를 통해 고액자산가 유치에 어느 때보다 열을 올리고 있다. 기업금융(IB)과 부동산 시장이 비우호적인 상황 속에, 보유 고액자산가 고객 수 및 자산규모가 빠르게 늘고 있어 대형 증권사 간 WM 부문 경쟁이 예고된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가장 기대되는 부문으로는 WM을 꼽으며, 이 시기 조직개편을 단행하는 등 WM 부문 강화에 나섰다.
WM 부문 서비스 및 상품 차별화를 주도하며 WM 비즈니스를 고도화하는 곳은 KB증권이다. KB증권은 WM 고객가치 제고를 위한 조직·업무기능 강화를 위해 조직개편을 완성했다.
특히 KB증권은 지난해 전년 대비 당기순이익을 100% 가까이 끌어올렸다. WM에서 선전하고 IB에서도 호실적을 낸 덕분이다.
KB증권 관계자는 “고객수익률 제고를 목표로 적시에 WM 상품 라인업을 구축하고 플랫폼 경쟁력을 강화해 시장지배력을 확대했다”며 “WM 전 사업 영역에서 고른 성장을 시현했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도 WM 경쟁력 강화를 위해 허선호 부회장을 신규 최고경영자(CEO)로 앞세워 WM사업부에 고객자산배분본부 조직을 배치했다. 이어 각 지점 산하 WM 영업팀 조직을 112개로 확대하고, 84명의 신임 WM팀장을 임명했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기존 프라이빗뱅커(PB)본부·WM사업부를 통합해 PWM(Private Wealth Management)사업부를 신설했다. 고액순자산보유자(HNW)를 대상으로 한 서비스에 집중하기 위한 전략이다.
한국투자증권 또한 개인고객그룹은 초고액 자산가와 법인자산 증대 등 자산관리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관련 부서 편제를 개편하고, 산하 eBiz본부에 e고객담당을 신설해 비대면 사업을 강화한다.
신영증권은 무리한 외형 확장보다 기존 강점을 가진 ‘슈퍼리치’를 겨냥한 WM 서비스로 입지를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신영증권은 지난해 불확실한 증권업의 업황 속에서도 사업 다각화, 리스크 관리를 통한 실적 선방에도 성공했다.
여하튼 증권사들이 WM 강화에 힘을 쏟는 것은 과거 은행에 쏠렸던 자산들이 증권사로 움직인 것이 일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요즘엔 증권사 지점 찾기가 쉽지 않다. 증권사들은 몇 년에 걸쳐 오프라인 점포를 축소해 온라인 서비스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로 오프라인 서비스를 늘리는 분야가 있는데, 바로 고액자산가를 겨냥한 프리미엄 점포다. 단순 종목 추천을 넘어 절세, 상속·증여 등 고객의 전반적인 종합자산관리가 주목적이다.
대표적으로 삼성증권 패밀리오피스 전담 지점 SNI패밀리오피스센터의 경우, 초고액 자산가 고객들을 상대로 세무 및 부동산에 특화된 재무적·비재무적 서비스를 집중 제공한다.
고액자산가들에게 절세가 매우 중요한 만큼 삼성증권 특화 점포엔 세무학 박사를 비롯해 국세청 출신 세무전문가, 대형회계법인 출신 공인회계사, 미국 회계사 등 세무 관련 실무경력 평균 20년 이상의 베테랑들이 모여 국내외 절세전략을 제시한다.
이 외에도 증권사들은 지점 수를 줄이면서도 서울 시내 WM 특화 지점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신한투자증권 신한PWM강남파이낸스센터, 하나증권 반포WM센터·용산WM센터, 메리츠증권 강남프리미엄WM센터 등이 있다.
아울러 해당 점포 증권사들은 고객에게 차별화한 세미나를 제공하는 등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KB증권은 올해 11월 13일까지 10개월에 걸쳐 매월 1회 ‘2024 KB Premier Summit’을 개최한다. ‘Premier Summit’은 KB금융그룹의 대표 투자콘텐츠 프로그램으로 프리미엄 자산관리 세미나다.
대형사들은 자사의 고액자산가들 중 선별된 인원에 한해 프라이빗(Privite) 세미나를 열어 미술품 관련 투자정보도 제공한다. 자산가들 사이에서 미술품 투자가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자,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제공해 장기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실제 고액자산가 특화 점포인 미래에셋증권 WM강남파이낸스센터는 지난해 강영길 작가를 초빙해 10명 내외의 고객을 대상으로 강연을 진행하기도 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간한 ‘2023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자산 10억 이상 보유 부자 30.6%는 ‘미술품 투자를 한 적이 있거나 현재 미술품을 보유·투자하고 있다’고 응답한 바 있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도 증권사들은 IB 부문 수익이 감소할 전망이어서 WM 부문에서의 수익성 창출이 중요해졌다”며 “고액자산가 확보가 업계 생존전략 중 하나로 떠올라 고액자산가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한 서비스가 점차 고도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