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환원' 강화 분위기 물씬…차등배당·자사주 소각도 쭉쭉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발맞춘 기업들, 주주환원 바람
밸류업 핵심은 주주환원, 증시 체질개선 이룰지 관건
[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세부내용 발표를 앞둔 가운데, 정부와 기업의 노력으로 주주환원 강화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밸류업 추진에 힘입어 상장사들이 주주친화정책 중 하나로 차등배당에 나서는가 하면, 창사 이래 처음 자사주 소각을 결정하는 사례가 생기는 등 선제적 주주가치 제고 확대 바람이 불고 있다.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주주환원을 확대해 기업 가치를 높이려는 데다, 투자자들 역시 이에 대한 관심이 커지자 미리 움직이려는 기업들이 늘어난 영향이다.
■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주주환원이 핵심…투자자도 관심 증폭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오는 26일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세부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발표는 지난달 17일 윤석열 대통령이 민생토론회에서 처음 거론돼 구체적 방안을 내놓는다.
현재까지 논의되는 것으로 확인된 밸류업 내용은 △우수 상장사 선정해 인센티브 부여 △매년 기업가치 제고 계획 별도의 보고서로 공표 △소액주주의 이익을 높일 수 있는 상법 개정 방향성 제시 등 크게 3가지다.
다만 시장에서 이런 정책들을 온전히 소화해 증시 체질 개선을 확실히 이끌어낼 수 있을지 우려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서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종목들을 제거하는 방식이 아닌, 기업 지배구조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 근본적 방안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결국 이번 밸류업 프로그램은 배당성향 증가와 자사주 매입·소각 등을 통한 주주환원율 상향 조정이 핵심이다.
김기백 한국투자신탁운용 중소가치팀장은 전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한투운용 주주환원 세미나'에서 “최근 PBR이 낮은 종목들이 주목받는데, 핵심은 저PBR이 아니라 기업들의 주주환원 강화 및 정책화를 통해 지배주주·일반주주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PBR 수치가 낮은 기업에 주목하는 게 아닌, 꾸준히 주주환원을 강화할 수 있는 기업을 선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증권가에서는 프로그램의 구체적인 내용에 따라 소액 일반주주들의 주주환원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관심이 증폭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 15일 기준 주주환원 언급 건수는 167건으로 벌써 지난해 2월(193건) 대비 86.5%에 달한다고 했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기업 주주총회 시즌 내 주주환원 검토 빈도는 지난해 3월 역대급으로 높았는데 올해는 관련 논의가 더 활발할 전망이다”며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에 발맞추기 위한 민간 변화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주주환원, 차등배등·자사주 소각 기업 늘어
국내 상장사들이 주주환원 중 하나로 차등배당에 나서고 있어 주목된다. 대주주보다 소액주주에게 더 많은 배당금을 지급해 주주친화적 정책을 실행하기 위해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결산배당 공시를 낸 지난해 12월 결산법인(20일 기준) 중 차등배당 기업은 교보증권과 교촌에프앤비 등 총 14곳이다. 아직 결산 배당 공시를 내지 않은 상장사들이 남은 만큼, 차등배당을 결의하는 곳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배당은 상법상 주주 평등의 원칙에 따라 각 주주가 가진 주식의 수에 따라 균등한 금액을 지급해야 한다. 차등배당이란 이런 원칙과 달리 각 주주의 지분율과 다른 비율로 배당하는 것을 말한다.
교보증권은 2020년 순이익 1000억원을 넘어선 것을 계기로 차등배당한 뒤 매년 차등배당에 나선다. 올해 결산 주당 배당금은 소액주주 250원, 대주주는 무배당이다.
올해 첫 차등배당에 나선 상장사는 파세코·새빗켐·교촌에프앤비·시알홀딩스·한국알콜 등 5곳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 발표 이후 차등배당을 공시했다.
대표적인 주주환원 정책으로 꼽힌 자사주 소각 기업도 늘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자사주 소각 결정을 공시한 상장사는 모두 19곳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13건) 대비 46% 늘어났다.
자사주는 기업이 과거에 발행했던 주식을 다시 사들여서 보유하고 있는 주식이다. 그간 국내 시장에서는 상장사의 자사주 매입이 소각으로 이어지지 않아 대주주의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활용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실제 미래에셋증권은 전일 2026년까지 향후 3년동안 매년 보통주 1500만주 이상을 소각키로 했다. 조정 당기순이익 기준 최소 35% 이상을 유지하겠다는 목표다.
미래에셋증권은 이사회에서 보통주 1000만주(822억원) 소각 및 약 898억원 규모의 배당금 지급도 결정했다. 이는 총합계 약 1720억원 수준으로 주주환원성향은 조정 당기순이익(연결기준 지배주주 기준) 대비 약 52.6%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이번 주주환원정책은 주주권익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그룹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며 "리딩증권사로서 주주와 함께 동반성장 할 수 있도록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창사 이래 처음 자사주 소각에 나서는 사례도 있다. 에스엠은 처음으로 자사주 23만1379주를 소각했고, HD현대건설기계도 출범 이후 처음 자사주 소각에 나선다.
올해 밸류업 정책 도입에 발맞춰 더 많은 기업이 자사주 소각에 나설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자사주 소각으로 기업 가치가 상승하는, 이른바 진정한 밸류업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주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미친다.
실제 메리츠금융지주는 주주환원에 순이익 50%를 사용하겠다고 발표한 뒤 1년 동안 자사주 약 8400억원 규모를 매입하고 그중 3000억원을 소각했다.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이 내세운 ‘대주주 1주와 소액주주 1주는 같다’는 원칙이 반영됐다.
그 결과, 메리츠금융지주 주가는 폭등했다. 자회사 합병 발표일 대비 이달 20일까지 168.09% 치솟았다. 국내 증시의 대표적인 주주환원 사례로 남고 있다.
김기백 한국투자신탁운용 중소가치팀장 “주주환원 시대 김 팀장은 꾸준히 주주환원을 강화할 수 있는 기업에 주목하라”며 “2011년까지만 해도 한국·일본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비슷한 수준으로, 일본 증시가 나스닥만큼 올랐듯 3000포인트가 코스피 지수 하단을 받칠 날이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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