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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 없는 금산분리 완화...은행권은 ‘속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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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일 기자
입력 : 2024.02.05 08:24 ㅣ 수정 : 2024.02.05 08:24

금산분리 완화해 “금융권 BTS 만들겠다” 했지만
골목상권 의견수렴 명분 제도 발표 무기한 연기
비금융 신사업 진출 기대한 은행권 불안감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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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본점 전경. [사진=각사]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금융당국의 ‘금산분리 완화’ 관련 발표가 정체되면서 은행권이 속앓이하고 있다. 과감한 규제 완화로 은행의 비(非)금융 진출이 빨라질 것이란 기대감과 달리 여전히 방향성조차 제시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시장 참여자 반발을 반영하며 금산분리 완화 정도가 예상보다 축소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8월 말 예정됐던 ‘은행권 금산분리 완화 방안’ 발표를 무기한 연기했다. 당초 금융규제혁신회의에서 구체적 방안을 도출·발표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추가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1982년 도입된 금산분리는 금융 자본과 산업 자본을 철저히 분리하는 원칙이다. 비금융사가 금융사를 소유하면 자칫 자금줄이나 사금고화 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출발했다. 은행 역시 비금융사 지분의 15%만 출자할 수 있는 규제에 묶여있다. 

 

현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금산분리 손질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산업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빅블러(Big-Blur) 시대에 대응해 기업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금융권의 BTS(방탄소년단)를 만들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은행권이 기대하는 건 비금융 영토 확장이다. 여·수신과 외환, 방카슈랑스 등 전통 금융 업무를 넘어 통신·유통·모빌리티 등의 분야에도 부수업무로 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업 영역 확대를 통한 인지도·수익성 제고 뿐 아니라 본업(금융)과의 시너지 효과도 이끌어낼 수 있다. 

 

특히 각종 생활 밀착형 서비스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데이터는 디지털 금융 강화의 필수 재료로 지목된다. 여기에 최근 은행권 경영 목표로 떠오른 비이자 이익 증대를 위해서도 비금융 사업은 숙원으로 꼽힌다.

 

다만 금산분리 완화 방안 발표가 미뤄지자 은행권의 불안감이 커지는 모양새다. 특히 소상공인 등 골목상권 침해와 관련한 의견수렴이 장기화하면서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 의지가 약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기존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선 은행권 진입을 경계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시중은행들이 거대 자본으로 밀고 들어올 경우 영세 사업자들의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KB국민은행이 혁신 금융 서비스 제도로 시행 중인 알뜰폰 ‘리브모바일’이 대표적 사례다. 

 

그럼에도 은행권에선 금산분리 완화를 더는 미루면 안 된다는 주장한다. 글로벌 금융사에 비해 지나치게 이자 부문으로 기울어진 이익 구조를 다변화하고, 디지털·인공지능(AI) 등 신사업 발굴을 본격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융합을 필수로 하는 시대에 규제 산업 체제를 유지하면서 차별화된 성장성을 이루는 건 어려운 일”이라며 “정부의 역할은 시장 보호 뿐 아니라 산업 발전 지원도 있다. 운동장을 넓혀주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에선 향후 비금융 시장 진출길이 열릴 경우 기존 사업자와 상생할 뿐 아니라 시장 활성화에도 힘을 실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금융과 연계한 혁신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 혜택이 더 증대될 것이란 비전도 제시하고 있다. 

 

은행권의 다른 관계자는 “규모가 큰 기업일수록 사회적 책임을 부여받고 시장질서 제도가 있기 때문에 진입 자체로 골목상권이나 생태계가 파괴된다는 건 조금 무리한 편견”이라며 “가능하다면 컨설팅 같은 것도 진행해 시장이 잘 돌아가도록 힘을 쓰고 모든 혜택은 고객에 돌아가는 선순환 구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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