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채찍 맞는 은행들···정부, 당근으로 ‘금산분리 완화’ 꺼내나
이자 이익에 은행 역대급 실적·성과급 파티
금융당국 은행 영업 관행 개선 논의 본격화
과점→경쟁 체제 유도···신규 플레이어 투입
금산분리 완화 통해 시장 진입 문턱 낮추나
은행도 비금융 사업 진출하나 기대감 ‘솔솔’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금리 상승기 ‘돈 잔치’ 논란에 휩싸인 은행권이 전방위적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정부는 은행권을 사실상 개혁 대상으로 정의하고 대출금리 인하 및 사회공헌 확대 등 직간접적 요구로 채찍질 가하고 있다.
정부는 이자 이익에 기댄 은행권 영업 관행 대수술에 나서는 한편 ‘금산분리 완화’라는 당근도 함께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비(非)금융 시장 진출 허용으로 은행권 수익 구조 다변화를 유도하겠단 구상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이 구성한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에서 구체적인 금산분리 완화 추진 방안이 함께 논의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소위 5대 시중은행에 쏠린 과점 체제를 뜯어고쳐야 한다는 게 TF 출범 배경이다. 일단 스몰라이센스나 챌린저뱅크 등 ‘신규 플레이어’ 투입을 통한 경쟁 체제 유도 방식이 거론된다.
최근 은행권의 역대급 실적과 성과급 파티가 이 같은 논의에 불을 붙였다. 이자 이익에 의존해 쌓은 순이익이 과연 은행들의 ‘진짜 실력’인지에 대한 의문과 공적 성격을 가지면서도 사회공헌에 인색한 태도 등 부정적 여론이 들끓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5대 시중은행의 합계 순이익은 13조8482억원으로 전년 대비 17.2% 급증했다.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이익 증가가 호실적을 견인했다. 역대급 실적에 이들 은행은 약 1조3000억원 규모의 성과급을 임직원에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과 정치권 등은 은행권의 이자 장사가 과도한 수준이라고 보고 대출금리 인하와 사회공헌 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다. 다만 은행권 안팎에선 민간기업인 은행에 대한 과도한 간섭이라는 불만도 적지 않게 나온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국내 은행들은 총이익의 80% 이상을 이자 이익에 의존하는 등 과점적 지위에 안주하면서 성과급 등 수익 배분에만 치우쳐 있다”며 “이러한 부정적 여론에는 대형 은행 중심의 과점 체제에서 비롯된 경쟁 제한 등의 구조적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권에선 금융당국의 목표인 ‘경쟁 체제’ 안착 과정에서 금산분리 규제가 완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시중은행과 대항할 정도의 체급을 가지려면 산업 자본의 금융권 진출이 가장 효과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금산분리는 금융-산업 자본이 서로의 업종을 소유하거나 지배하지 못 하는 원칙이다. 은행이 대기업의 사금고로 전락하거나, 금융사가 소유한 비금융사에 자본을 몰아주는 등의 폐단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다만 디지털 전환 흐름에 업종 간 경계가 희미해지는 ‘빅블러(Big Blur)’ 현상이 가속하고 있는 만큼 낡은 규제도 유연하게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금융당국 역시 본격적인 검토에 돌입한 상태다.
표면적으로 경쟁자들의 금융권 진출로 위기감이 들 수도 있지만, 금산분리 완화는 은행권의 오랜 숙원이기도 하다. 역으로 보면 기성 은행권이 비금융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통로가 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이 비금융 사업에 입맛을 다시는 건 시너지 효과와 데이터 확보 등을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빅테크(IT 대기업)의 금융시장 공습이 빨라지고 있는 만큼 기성 은행들의 체질 개선은 필수적이다. 이는 ‘이자 이익에만 기대지 말라’는 금융당국 주문에도 부합한다.
현재 국민·신한은행은 규제 샌드박스로 각각 알뜰폰과 배달앱 시장에 진출해 있다. 이들 은행은 비금융 사업과 연계한 금융 상품 출시 등 다양한 실험에 한창이다. 금산분리 규제가 완화될 경우 은행권은 제한 기간 없이 자유롭게 비금융 사업을 전개할 수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이 만들어질 때도 금산분리 규제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매번 쳇바퀴만 돌다가 잠잠해지고 있다”며 “넓은 운동장에서 얻은 경험과 노하우는 그 회사(은행)의 본업 경쟁력 제고로 이어지고 금융시장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금융당국이 산업 자본의 금융업 진출과 금융 자본의 비금융업 진출을 동시에 풀어줄지는 아직 미지수다. 라이선스로 운영되는 은행 특성상 만들어진 높은 진입 장벽에 현재 과점 체제가 굳어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빅테크 등의 금융업 진출을 활성화하는 방안에 무게가 실릴 가능성도 있다.
이 원장은 “금융 산업은 디지털화, 빅블러와 같은 급격한 환경 변화에 직면하고 있어 금산분리 등 제도를 유연하고 합리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금융사들이 비금융 사업을 직간접적으로 영위할 수 있도록 부수 업무 및 자회사 출자 규제 등의 개선 방법을 살펴보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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