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분리’ 꺼낸 尹 경제팀, 우려 속 규제 완화 시동

최병춘 기자 입력 : 2022.06.14 07:14 ㅣ 수정 : 2022.06.14 07:14

정부 ‘경제분야 규제혁신TF’ 출범. 규제혁신 정책 시동
김주현 금융위원장 후보 “금산분리 원칙 재검토”
은행법 개정 본격화, 금융권 IT 등 신사업 진출 기대감 고조
과도한 규제 완화 ‘건전성·공정성’ 훼손 등 부작용 우려 공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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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김주현 여신금융협회 회장이 지난 7일 오후 서울 중구 여신금융협회에서 열린 소감 발표 및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최병춘 기자] 금융 시장을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를 약속했던 윤석열 정부가 금산분리 완화 카드를 꺼내 들었다. 금산분리가 완화될 경우 은행 등 금융사의 그동안 가로막혔던 투자 유입은 물론 신사업 진출 확대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반면 대기업 등 산업자본이 금융사를 잠식, 금융시장 건전성이 훼손될 수 있는 만큼 정부의 금산분리 완화 수위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1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기업 활동의 발목을 잡는 규제를 철폐하기 위해 이달 중 ‘경제 분야 규제혁신TF’를 출범시킬 예정이다. 구체적인 규제 혁신안은 다음 주 발표될 예정이다.

 

규제 혁신안에는 금융 부문도 포함될 예정이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금융산업의 독자산업화를 추진, 이를 위해 적극적으로 규제 완화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2차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시대에 뒤떨어진 규제와 세제를 과감히 개편해 기업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며 “공공·노동·교육·금융·서비스 등 5대 부문 구조개혁을 통해 우리 경제의 성장경로를 업그레이드 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금융 규제 완화를 위해 금산분리 원칙도 손댈 수 있다는 입장이다.

 

금산분리는 은행업으로 대표되는 금융자본과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산업자본이 서로의 업종을 소유하거나 지배하는 것을 금하는 원칙을 말한다. 이를 바탕으로 은행법과 보험법 등 관련법을 통해 기업이 은행의 주식을 일정 한도 이상 보유하거나, 은행 등 금융회사가 기업의 주식을 일정 한도 이상 보유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 초대 금융위원장으로 내정된 김주현 후보자는 지난 7일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금산분리, 전업주의 등 기본적 원칙들도 필요하다면 보완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것까지 건드리겠다”며 “금산분리는 굉장히 민감한 문제이지만 지금 산업구조·기술 변화를 고려하면 과거에 해왔던 금산분리를 그대로 적용하는 게 맞는 것인지, 개선 필요성은 없는지 검토할 시점이 됐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금융 규제 첫 포문은 은행법 개정이 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당국은 은행법 개정을 위해 금융 전문가들이 참여한 TF(태스크포스)를 구성했다. 은행연합회도 비금융 사업 진출 허용과 관련한 은행권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앞서 은행을 비롯한 금융사들은 비은행 부문 경쟁력 강화를 전면에 내세우는 등 신사업 추진 의지를 내비치며 정부에 인터넷은행과 빅테크 등에 비해 과도한 규제를 완화해 줄 것을 지속해서 요구해 왔다.

 

현재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은행법, 보험업법은 은행·보험사 등은 비금융회사 지분 15% 이상 취득할 수 없게 되어있다. 비금융회사의 지분 소유 비율도 마찬가지다. 또 예금과 대출 등 고유업무와 무관한 산업 진출도 제한돼 있다.

 

정부도 시장의 목소리를 적극 수용하겠다는 입장인 만큼 이번 은행법 개정안에는 은행 등 금융사의 부수 업무 및 자회사 투자범위 확대, 금융사의 IT 및 플랫폼비즈니스 시장진출 방안 등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기조로 법 개정이 이뤄지면 빅테크, 가상화폐 등 은행의 신사업 진출 길이 열릴 수 있다.

 

금융사뿐 아니라 산업자본에도 사업진출 기회가 열릴 수 있다. 금산분리 완화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지주회사의 금융회사 소유,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 등 산업자본의 금융사업 진출 기회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김 후보자가 언급한 금산분리 내용은 금융회사의 신성장동력 확보라는 맥락으로 판단되나, 금산분리 완화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지주회사의 금융회사 소유, 혹은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다”며 “만약 지주회사의 금산분리 규제 완화가 이뤄질 경우, 30대 대기업 가운데 삼성, 현대차, 한화 그룹의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다만 금융사의 사업 범위, 또 산업자본의 금융산업 진입 범위를 어디까지 넓힐지가 관건이다. 

 

과도한 규제 완화로 금산분리 원칙이 우려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산분리의 기본 취지는 산업자본, 즉 대기업과 같은 기업집단이 자사를 위한 돈벌이 수단으로 금융사가 이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산업자본이 금융사를 소유할 경우 기업 부실을 막기 위한 무분별한 자금지원으로 부실이 금융사로 전이될 수 있다. 고객이 돈을 맡긴 금융사가 부실해질 경우 파급효과가 가계 등 경제 전반으로 확대될 수 있다. 또 기업집단 소속이 되면 경쟁사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내부거래가 이뤄질 수 있어 공정 경쟁을 저해할 수도 있다. 

 

이에 금산분리 취지를 훼손할 정도의 규제 완화가 이뤄지면 금융 질서 혼선은 물론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 금산분리 규제 완화가 특정 산업군에 대한 특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과정에서 금산분리 예외를 두며 카카오가 은행업 진출에 성공한 것을 두고 금융사보다 산업자본에 더 많은 혜택을 준다는 ‘역차별’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에 금융당국도 금산분리 관련해서는 조심스럽게 접근할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자는 금산분리 원칙 검토 방향성에 대해 “금산분리는 사실 민감한 문제”라며 “금산분리는 어느 쪽이든 결합함으로써 공정 경쟁을 해치고, 경제력이 집중되면서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 이를 완화하려면 당연히 어떤 영향을 미칠지 논의해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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