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증권發 PF·내부통제 리스크…'원 메리츠' 호재 찬물 끼얹나
[뉴스투데이=임종우 기자] 메리츠증권의 내부통제 리스크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와 관련한 사업적 리스크 외에도 부실한 내부통제가 계속해서 잡음을 일으키고 있다.
증권과 화재를 모두 한데 뭉친 ‘원-메리츠’가 출범한 이후 메리츠금융지주가 투자 시장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는 가운데, 계속되는 메리츠증권의 파열음이 잔칫상에 찬물을 끼얹게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檢, 前 메리츠증권 임원 피의자 조사…수십억원 수익 의혹
2일 법조계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조사부는 지난 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는 전직 메리츠증권 상무보 박모씨를 조사했다. 검찰이 해당 사건 관련해 피의자 조사를 진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씨를 포함해 메리츠증권 IB(투자금융)본부 임직원 6명은 A상장사의 전환사채(CB) 발행 과정에서 취득한 정보를 활용해 직원과 가족의 자금으로 CB를 매입하고 처분하는 식으로 수익을 거둔 혐의를 받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0월 기획검사 결과 메리츠증권 IB 본부 임직원들이 사모CB 투자자 주선 등의 과정에서 얻은 정보로 본인과 가족 자금을 통해 해당 CB에 투자 및 수십억원의 수익을 올린 정황을 파악해 검찰에 통보했다.
금감원 통보를 받은 검찰은 지난해 11월 메리츠증권 본사 등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 30일에는 조세범죄수사부가 박씨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증재 등의 혐의와 관련해 서울 여의도 메리츠증권 본점과 박씨 주거지 등 총 6곳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박씨는 지난해 10월 금감원 기획검사 결과 가족법인을 통해 900억원 상당의 부동산 11건을 취득 임대하고 그중 3건을 처분해 100억원 상당의 매매차익을 챙긴 정황을 포착해 검찰에 통보했다.
박씨가 취득 자금을 마련할 때 부하직원들의 금융기관 알선 등이 있었고 가족법인은 직원 가족들에게 급여 등 명목으로 10억원 상당을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메리츠증권 측은 현재 조사 중인 사안들에 대해 "개인의 일탈"이라고 언급하면서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였다.
■ 부동산PF 사업도 잡음…합천군 “금감원, 메리츠證 조사해야”
메리츠증권은 내부통제 외에 부동산PF의 사업적 측면에서도 잡음이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직접적인 PF 대출에 따른 부실 가능성 외에도 현재 메리츠증권은 태영건설과 협업해 직접 지분을 넣어 진행하던 사업 중 성남 백현마이스 개발사업과 마곡동 CP4 신축공사 등 주요 개발사업에 참여했다. 하지만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는 등 위기에 처하면서 관련 사업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PF대출에 나선 '합천영상테마파크 숙박시설 조성사업'과 관련해 부당대출 논란에 휩싸였다.
앞서 합천군은 영상테마파크 내 부지에 PF 550억원과 시행사 40억원 등 총 590억원을 들여 호텔을 조성하기로 했으나, 공사 도중 일부 과도한 지출이 확인돼 문제가 불거졌고, 시행사 대표가 거액의 공사비를 챙겨 잠적해 논란이 됐다.
경남 합천군과 군의회는 메리츠증권이 시행사의 PF 대출 인출 요청에 대해 면밀한 검토 없이 승인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삼술 경남 합천군의회 의장 외 10명의 의원들은 지난 1일 금감원을 찾아 해당 사업 대출 승인 과정 중 제기된 대리금융사 메리츠증권의 위법·부당 행위에 대한 조사를 요구했다.
■ ‘원-메리츠’ 효과 시장서 호평…리스크 관리 충실해야
한편 ‘원-메리츠’ 전략을 전개하고 있는 메리츠금융지주는 최근 시장에서 큰 호평을 받으면서 주가도 지속적으로 우상향하고 있다.
전일 코스피시장에서 메리츠금융지주는 2.2% 오른 7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메리츠금융지주는 종가 변동이 없던 지난달 24일을 제외하고 지난달 18일부터 전일까지 11거래일 중 10거래일 연속 상승 마감했다.
2022년 11월 메리츠금융지주가 증권과 화재를 흡수 통합하고 지배구조를 개편한 가운데,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등 주주환원정책 기대감에 힘입어 주가가 상승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정부가 이달부터 시행할 예정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통해 낮은 주가순자산비율(PBR)을 지닌 종목들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기대감까지 겹치며 시장 선호도가 지속적으로 올라가고 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메리츠금융지주에 대해 “올해 예상 주주환원액은 1조1400억원이며, 메리츠 측의 의지에 따라 이 비율이 조정될 것”이라며 “주가가 저평가로 판단되면 자사주 매입 비중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지속적으로 PF와 내부통제를 주시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메리츠증권의 익스포저(위험 노출도)나 수사 관련 이슈는 지켜볼 필요가 있는 상황이다.
박 연구원은 “최근 금감원이 국내 부동산PF에 대해 강도 높은 충당금 적립을 요구하는 점은 리스크 요인”이라며 “그럼에도 메리츠금융지주의 익스포저는 양호한 편이라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당국이 내부통제와 PF에 매우 민감한 현 상황에서 이같은 소식이 지속적으로 나온다는 것이 문제”라며 “수사가 깊어지는 과정에서 어떤 새로운 문제가 튀어나올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