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채권시장, 증권사도 분주…채권 타이밍 왔나

황수분 기자 입력 : 2024.02.01 08:02 ㅣ 수정 : 2024.02.01 08:02

지난해 채권 신규상장, 순매수 규모 '대폭 증가'
단기채보다 장기채, 하지만 금리인하기 유의도
전문가 "금리인하 시작 시 현금보다 채권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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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freepik]

 

[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개인투자자들(개미)이 변동성이 큰 시장환경에서 속에 안정적인 고금리 채권을 선호하면서 지난해 이어 올해도 채권시장에 뭉칫돈이 몰릴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올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을 고려해 채권에 투자할 것을 권하는 목소리가 많다다 보니, 증권사들은 채권 관련 서비스를 확대하거나 채권에 투자하는 투자자모으기에 힘쓰고 있다. 

 


■ 지난해 채권 신규상장 816조(17%↑)…국채가 1위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채권 상장 동향 분석 결과, 신규상장은 816조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7% 늘며 최고 기록을 세웠다. 거래소는 금리인하 기조 기대감과 회사채에 대한 투자심리 회복 등을 투자 매력으로 꼽았다.

 

유형별에서는 국채가 222조500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지방채 4조5000억원, 특수채 386조7000억원, 회사채 202조9000억원 순이었다. 

 

무엇보다, 지난해 위축된 회사채 신규상장 규모의 경우 28% 급증했다. 통안채와 한국주택금융공사 등의 비금융 공사채 상장 증가 영향으로 특수채 신규상장 규모도 15% 늘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지난해 신용 스프레드 축소, 금리가 정점에 달했다는 인식 관련한 통화당국의 정책기조 전환 기대로 회사채 신규상장이 증가세로 전환됐다”며 “채권시장이 자금조달의 중요한 한 축으로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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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미, 채권 순매수 38조원(17%↑)…외국인도 국내 채권에 ‘우르르’


 

개미들의 순매수세도 폭발적인 증가세다. 개인 투자자들의 지난해 채권 순매수 규모는 38조원에 달했다. 

 

금융투자협회가 발표한 '2023년 장외채권시장 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의 회사채·금융채·국채·은행채 등에 대한 순매수 규모는 총 37조6000억원으로 나왔다. 이는 전년 대비 16조9500억원 늘어난 수준이다.

 

특히 외국인이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대비 높은 금리 수준에 매력을 느껴 지난해 국채 63조7000억원을 포함해 총 91조8000억원의 채권을 사들이면서, 전년보다 20조4000억원 늘었다. 

 

그러면서 외국인의 국내 채권 보유 잔고도 지난해말 기준 242조9000억원으로, 전년말 대비 6.3%가량 증가했다. 

 

금융투자협회는 “지난해 채권금리 흐름을 보면 상반기엔 미국과 한국 중앙은행의 통화 긴축 기조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 속에 금리가 대체로 상승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 단기채보단 장기채 투자 매력도가 높아


 

현금 자산에서 채권으로 투자를 전환할 것을 고려하라는 조언도 나왔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인하하더라도 여전히 금리 수준이 높기에 매수 여지가 남아있다는 판단에서다. 

 

시장은 연준의 금리 인하는 하반기부터 시작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인 가운데, 금리 인하가 시작되면 곧바로 머니마켓펀드(MMF) 금리가 가파르게 하락할 수 있어서 현금성 자산에 대한 투자 매력도 떨어질 것이란 의견이다. 하지만 당장은 단기채보다 장기채에 대한 전망을 밝다는 분위기다. 

 

개인의 채권 상장지수펀드(ETF) 투자도 활발해지고 있다. 연초부터 지난 18일까지 개인은 채권 ETF를 954억원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0억원가량 더 큰 규모다. 특히 개인은 미국의 장기물 국채에 투자하는 ETF에 뭉칫돈을 넣고 있다.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ETF'로, 총 260억원이 유입됐다. 이는 전체 투자 규모의 30%에 해당된다. 

 

다만 올해 들어 지정학적 위험까지 고조되고 있어서 시장의 예상보다 금리 인하 시기와 폭이 둔화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지다. 금리 인하기에 투자 매력도가 높아지는 장기채에는 악화된 환경이 조성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 AB자산운용, 채권 전망 간담회서…전문가 "현금보다 채권 투자"


 

얼라이언스번스틴(AB)자산운용은 전일 미국 연준이 오는 6월부터는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으로 내다보면서 현금 보유보다 채권 투자를 권했다.

 

최근 1∼2년 금리 인상기에 채권이 약세를 보이자 많은 투자자가 대안 투자처인 MMF로 몰렸으나, 금리인하가 시작되면 MMF 자금이 단기간에 국채 시장으로 흘러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유재흥 AB자산운용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올해가 '채권의 귀환'일 만큼 채권투자자에게 긍정적인 시장이 될 것”이라며 “연준이 올해 2분기말부터 금리를 내리기 시작한다면 시장은 이를 빠르게 반영한 상황에서 채권에 투자하는 게 훨씬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 미국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진 만큼 금리 변동 초기에 채권에 투자하는 방식이 유리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유 매니저는 “일반적으로 채권 시장에서는 금리 인하 시기에 채권의 자본 차익으로 초창기 상당 부분 수익을 실현하고 이후 기대 수익이 낮아지게 된다”며 “금리 통화 정책 변곡점에서는 초창기에 투자하고 투자를 유지하는 것이 훨씬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온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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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1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2024년 글로벌 주식 및 채권 시장 간담회'를 진행하는 유재흥 AB자산운용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 [사진=황수분 기자]

 


■ 증권사도 발 빠른 서비스 경쟁…채권 특판 경쟁 


 

국내 증권사들은 최근 투자자들의 관심이 채권에 많이 몰리고 있는 만큼, 채권 투자 정보 제공과 함께 채권 관련 특판 및 이벤트 경쟁을 벌이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단기사채 전용 투자 서비스였던 '채권(Bond)365'를 채권 종합 서비스로 확대해 개편했다. 이번 개편으로 단기사채뿐 아니라 장내·외 채권 매매가 가능하다.

 

기존 단기사채는 최소 투자금 1억원 이상 조건으로 거래가 가능했지만 국채와 지방채, 회사채 등 장내외에서 거래되는 다양한 채권상품이 추가돼 적은 투자금액으로도 Bond365에서 채권을 매매할 수 있다.

 

대신증권은 AA-등급 이상의 우량 회사채와 여전채, 국민주택채권을 일주일간 선착순으로 특별 판매한다. 특판은 채권 투자에 관심이 늘어난 점을 반영해 시장금리보다 높은 수익률로 우량 채권을 제공한다. 특판 채권의 세전 투자 수익률은 연 4.20~4.62%다.

 

신한투자증권도 오는 2월 8일까지 세전 연 5.5%(28일물)의 우대수익률을 주는 ‘슈퍼SOL 전용 특판RP’를 판매한다. 총한도 500억원 내에서 판매되며, 인당 최대 500만원까지 가입할 수 있다. 

 

RP는 주로 국공채, 지방채, 통안채 및 우량 등급 회사채 등을 담보로 일정 기간이 경과한 후 약속된 이자와 원금을 지급하는 ‘환매를 조건으로 한 채권’을 말한다.

 

한화투자증권은 ‘장외채권 이벤트’를 다음달까지 실시한다. 이벤트 기간 내 장외채권을 순매수한 금액에 따라 장외채권 매수지원금 최대 15만원을 지급한다. 

 

토스증권은 자체 투자 가이드라인인 ‘2024 주식시장 보물찾기’를 발행해 채권의 매력도가 높을 것으로 분석했다. 올해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되는 만큼 가격 상승이 전망되는 국채, 우량 회사채가 우수한 투자 성과를 기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 주식시장이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며 박스권 내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채권에 대한 개인 투자자들의 순매수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여 국내 증권사들은 이를 대비책 삼아 투자자 모으기에 더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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