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신년기획(5)] 증권사 세대교체 스타트, 2024년 전략 통할까

황수분 기자 입력 : 2024.01.09 07:36 ㅣ 수정 : 2024.01.09 10:01

증권사 CEO 신년사 '리스크 관리·내부통제' 강화 목표
CRO 배치 분위기, 리스크 집중 관리하고 책임도 부여
대대적 조직개편 단행, 증권업계 개편 움직임 커질 듯
새 먹거리 발굴 총력…부동산서 WM 무게이동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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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증권업계는 새로운 인물을 전면에 내세워 내부통제와 리스크 관리에 집중할 전망이다. [이미지=freepik]

 

[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신년 증권업계는 새로운 인물을 전면에 내세워 내부통제와 리스크 관리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새 먹거리 확보 등을 통해 수익 방어에 적극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 속에 채권형 랩·신탁 상품 돌려막기, 주가조작 사태, 직원 일탈의 불공정거래 및 횡령,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SL)의 손실 사태 등 등으로 실추된 고객 신뢰 회복도 급선무로 삼는 분위기다.

 

일단 일선 증권사들은 인사‧조직 개편이 정리 수순에 접어들며 본격 영업 채비에 나서는 모양새다. 몇몇 증권사들의 최고경영자(CEO) 임기는 오는 3월 끝나는 만큼 인사‧조직 개편이 전부 끝난 것은 아니지만, 큰 틀에서 변화의 트렌드는 읽히고 있다. 

 


■ 증권사 CEO 신년사, 리스크 관리·내부통제 강화가 목표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 CEO들은 연초 신년사에서 가장 많이 강조한 것은 금융시장 불확실성에 대비한 리스크 관리와 내부통제였다. 

 

지난해 자본시장에 만연한 리스크 불감증,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에 근거한 투자와 경영 의사결정을 가장 큰 문제로 꼽고 있어서다. 

 

최근에는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구조 개선작업) 신청을 시작으로 촉발된 부동산 PF 문제가 본격화하자, 증권사들의 리스크 관리는 더욱 중요해졌다. 

 

지난주 나이스신용평가는 태영건설 관련 부동산 개발 사업장에 대한 증권사 익스포져(위험노출액)는 총 9229억원으로, 그중 92%가 10대 증권사를 비롯한 대형 증권사에 몰렸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자, 대부분 증권사는 금융사고 및 불법행위 등 내부 리스크 최소화를 위해서 관리형 CEO를 선택했다는 분석이다. 증권가 신년사에서도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김미섭·허선호 미래에셋증권 대표이사가 공동으로 내세운 올해 핵심 목표는 다양한 리스크 요인들을 원칙·기준에 맞게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사장도 리스크 관련 대응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으며,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 프로세스를 구축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성현·이홍구 KB증권 대표이사는 글로벌 이슈 및 다양한 리스크에 대한 선제적 대응 역량 강화를 함께 외쳤다.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대표도 철저한 리스크 관리와 내부통제, 효율 중심의 조직과 운영체계 기반 위에서 리테일 자산관리 운영체계를 고도화할 것을 다짐했다.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은 중요한 것은 빠른 회복과 개선이라며, 재무적 성과를 포함해 수립했던 많은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세대교체된 증권사 대표들은 여전한 부동산 PF 부실 우려와 평가손실 확대에 따른 실적 부진 등으로 어깨가 한층 무거울 수밖에 없다”며 “내부통제와 리스크관리 역량 외에도 다양한 부문에서 전문성을 겨뤄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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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신임 CEO들 (왼쪽부터) 김미섭 미래에셋증권 대표,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대표, 장원재 메리츠증권 대표, 박종문 삼성증권 대표, 엄주성 키움증권 대표. [사진=각사 취합]

 


■ CRO 배치, 리스크 집중 관리하고 책임 부여


 

국내 주요 증권사 수장들은 신년 목표를 고객 신뢰에 방점을 두고 수익성 제고에 걸맞은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정부는 지난달 8일 '금융회사의 지배구조법에 관한 법률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로 금융권의 관심이 한층 높아질 '책무구조도‘ 도입을 골자로 한 지배구조법 개정안이 올 하반기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에 각 사는 리스크 관리와 내부통제를 최우선으로 한 임원 인사를 진행하고 있다. 기존 조직을 승격시키는 것은 물론, 새로운 CRO(최고위험관리책임자)를 앉혔다. 

 

미래에셋증권은 리스크관리 부문을 경영혁신실에서 독립시키고 이두복 부사장을 CRO로 배치했다. 우려가 큰 부동산 PF 부문 조직은 7개에서 4개로 축소했다. 

 

대신증권은 길기모 리스크관리 부문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했고, 메리츠증권은 아예 과거 메리츠화재 CRO 겸 부사장을 맡았던 장원재 사장을 신임 대표로 발탁했다. 신한투자증권도 기존 박진석 경영지원본부장이 올해부터 CRO를 담당하는 등 변화를 줬다. 

 

키움증권도 리스크 관리 총괄 임원 CRO에 석호징 전 삼정KPMG 이사를 선임했다. 리스크관리 태스크포스(TF)도 강화한다. 리스크관리본부와 리테일총괄본부 산하에는 각각 리스크와 신용공여 관리기능 TF를 두고 리스크 관리 사전 예방에 집중적으로 주력한다.

 

금융투자협회(금투협)도 증권업계 신뢰 회복에 나섰다. 금투협은 올해 증권업권 내부통제기준 개정을 추진한다. 

 

서유석 금투협 회장은 “책무구조도 도입 등 금융회사 지배구조법령 개정에 맞춰 표준내부통제기준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자본시장에 참가하도록 금융투자회사의 내부통제 역량 강화를 지원할 계획이어서 주목받고 있다. 

 


■ 대대적 조직개편 단행, 증권업계 개편 움직임 확대 전망


 

증권업계 전반으로 신뢰가 추락한 만큼, 고객자산 관리와 준법 경영을 강화하는 조직개편도 이뤄지고 있다. 급속히 변하는 시장환경에 따라 성장이 저하되는 것을 대비하기 위해서다. 

 

신한투자증권은 사내 리스크관리본부를 그룹으로 승격하고, 준법감시본부 내 내부통제운용부를 준법경영부로 확대했다. NH투자증권은 기존 준법감시본부를 준법지원본부로 변경하고 본부 직속으로 준법기획팀을 새로 꾸렸다. 

 

KB증권도 시장리스크부 내에 고객자산리스크 전담 조직을 만들어 흐름에 발맞췄다. 아울러 KB증권은 IB(투자은행)본부와 대체투자관리부, 심사부서 등으로 구성된 태영건설 TF도 꾸렸다. 해당 TF는 태영건설이 워크아웃 신청 직후 출범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보증권은 기존의 CCO조직을 소비자보호본부로 개편하고 정보보호본부를 신설하고 정보보호 관리체계 수립, IT 내부통제 관리 등 고객 정보보호에 힘쓸 방침이다. 

 

하이투자증권은 영업 부문에 대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자 투자심사실을 투자심사본부로 확대 개편하고, 사후관리실도 신설해 산하에 사후관리부를 편제했다. 하나증권은 내부통제기능 강화를 위해 소비자보호 관련 조직을 재정비하고 통합 운영할 예정이다. 

 

지난해 수익성 악화와 리스크 관리 능력이 도마 위에 오른 증권사들이 조직 개편을 통해 쇄신에 나서고 있으며, 이같은 증권사들의 움직임은 더 확대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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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들은 고객자산 관리와 준법 경영을 강화하는 조직개편도 이뤄지고 있다. [이미지=freepik]

 


■ 새 먹거리 발굴 총력…부동산서 WM 무게 이동 분위기


 

증권업을 둘러싼 경영환경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존 사업 경쟁력 강화와 새 먹거리 확보 등이 시급하다. PF 리스크 우려는 올해도 여전할 전망인 가운데, 증권사 저마다 실적 방어책에 몰두하고 있다. 

 

불확실성이 잔존하는 시장 상황 속 선제적 리스크 대응을 통해 내실을 다지고, 자산관리(WM) 부문을 주로 한 수익 창출에도 만전을 기할 것으로 보인다. 통상 WM은 증권사가 고객 자산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뒤 이를 운영해 수수료를 수취하는 방식을 말한다.

 

실제로 미래에셋증권은 각 지점 산하 WM 영업팀 조직을 112개로 확대해 WM에 힘을 실었다. 한국투자증권은 초고액 자산가와 법인의 자산 증대 등 WM 사업에 집중하고자 개인고객그룹의 부서 편제를 개편했다. 

 

NH투자증권은 기존 PB본부와 WM사업부를 통합한 'PWM(프라이빗 자산관리)' 사업부를 신설했고, KB증권은 고객솔루션총괄본부를 새로 만들어 WM 관련 조직을 통합 편제했다. 

 

이 외에도 증권사들은 인도·홍콩·동남아시아 등 시장 개척을 통해 새로운 수익원 창출에 나서왔다. 

 

올해 상반기 개설되는 조각투자에 대한 선점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성장성이 상당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이미 대형·중소형사 가릴 것 없이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중이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 증권사 CEO들의 신년사에서도 WM부문의 중요성을 강조한 만큼, 수익성 제고에 집중할 것”이라며 “업계는 리스크 관리가 무거운 숙제로 남고 있으나, 그 와중에도 사업 회복을 통해 수익 정상화를 급선무로 삼는 분위기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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