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우 기자 입력 : 2024.01.29 08:28 ㅣ 수정 : 2024.01.29 08:28
STO 개정안, 지난해 7월 발의 후 심사 ‘0건’ 규제 샌드박스도 ‘잠잠’…지난해 1건만 통과 국내 STO 관련사 해외 기업과 연이어 MOU
[뉴스투데이=임종우 기자] 국내 토큰증권 발행(STO) 법제화가 계속 뒤로 밀리는 가운데, 일부 업체들은 이미 법안이 마련돼 있는 동남아나 미주 등 해외 시장에 발을 내딛고 있다.
증권사나 조각투자사들이 시장 내에서 어떤 역할을 맡을지 확정되지 않은 상황인 만큼, 우선 해외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국내법이 마련되기 전에 실무 노하우를 쌓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29일 국회에 따르면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7월 대표 발의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2123531, 이하 자본시장법 개정안)과 ‘주식·사채 등의 전자등록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2123533, 이하 전자증권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에는 투자계약증권 유통 규율 근거 및 토큰증권 거래를 위한 장외거래중개업자 인가를 만드는 조항이 담겨 있다. 또 전자증권법 개정안은 토큰증권 발행(STO)에 활용되는 핵심 기술인 분산원장의 정의와 규율 근거를 신설하고, 토큰증권 발행인이 직접 발행에 나설 허용하기 위한 발행인 계좌관리기관 등록제를 신설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해당 의안들은 지난해 11월 15일 정무위원회에 상정된 이후 법안 심사가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28일과 12월 5일에도 회의 안건으로 상정됐으나, 회의 중 직접 언급되는 경우는 없었다.
여야가 내달 8일 임시국회를 열기로 잠정 합의했지만, 오는 4월 총선을 앞둔 만큼 민생 현안 등에 밀려 토큰증권 관련 의안이 언급될 가능성은 작은 상황이다. 만약 내달 임시국회에서도 뒷전으로 밀린다면 해당 의안들은 올해 5월 21대 국회 회기 종료 전까지 추가 국회가 열리지 않는 이상 자동 폐기된다.
이처럼 토큰증권 법제화에 대한 논의가 지지부진하면서 시장 선점을 위해 준비하던 업계는 난처한 상황에 부닥쳤다. 금융위가 지난해 2월 토큰증권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이후 많은 기업들이 적극 대응에 나섰으나, 역할이 구체화되지 않아 인력 등 사업 자원을 계속해서 활용하기가 힘들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토큰증권 관련 서비스들이 금융위원회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시장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을 낮추고 있는 요인이다. 금융위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토큰증권 관련 샌드박스 신청 접수가 이어졌으나, 최종 통과된 사례는 지난해 12월 한국거래소의 ‘KRX 신종증권 시장 개설’ 단 한 건뿐이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토큰증권 사업에서 각 사가 어느 부분을 담당할 수 있는지 아직 명확히 구분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개략적으로는 사업 허용 범주를 예상하고 있지만, 더 공격적으로 준비하기에는 시간과 비용을 허비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섣불리 행동할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국내 시장 개화가 더뎌지는 가운데, 국내 일부 기업들은 우선 해외의 토큰증권 관련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기업들과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있다.
토큰증권 장외시장을 준비하고 있는 한국ST거래는 캐나다 소재 핀테크사 핀헤이븐(Finhaven)과 국내외 시장 토큰증권 발행 및 유통을 위해 협력한다는 내용의 업무협약(MOU)를 체결했다.
이번 협약으로 우선 한국ST거래가 구축한 토큰증권 협의체 ‘에셋 얼라이언스’의 멤버들이 캐나다를 비롯한 해외 시장에서 핀헤이븐의 플랫폼을 통해 토큰증권을 발행하는데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국내 토큰증권 시장 개설 지연에 따라 캐나다 정부 승인하에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핀헤이븐의 플랫폼으로 먼저 토큰증권을 발행해 보겠다는 취지다.
핀헤이븐은 2021년부터 캐나다에서 토큰증권을 발행하고 거래할 수 있는 ‘핀헤이븐 프라이빗 마켓’을 정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해당 시장에는 캐나다에서 리츠(REITs)와 비상장 기업 등 다양한 산업 분야의 토큰증권이 발행돼 거래되고 있다.
김도형 핀헤이븐 대표는 “많은 기업들이 한국보다 먼저 토큰증권을 도입한 캐나다에서 어떻게 발행되고 유통되는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 IT 서비스 전문기업 아이티센은 STO 사업 확대를 위해 말레이시아 STO 거래소인 ‘그린엑스’와 MOU를 맺었다. 그린엑스는 나스닥 상장사 ‘그린프로 캐피탈’의 100% 자회사로, 2022년 4월 말레이시아 정부로부터 토큰증권 거래소 라이센스를 획득해 운영 중이다.
신한투자증권은 이달 미국 핀테크 기업 드웰파이(DwellFi)와 STO 상품 개발을 위한 파트너십을 맺었다. 양사는 혁신적인 STO 서비스 개발에 협력하고 각 사가 가진 전문성과 네트워크를 활용해 관련 시장을 확장한다는 방침이다. 또 규제 준수와 전문 지식 교환 등에도 협력할 예정이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토큰증권 법안이 국회에 제출된 이후 현재 법 개정 진행은 더딘 상황”이라며 “관련 업계들은 해외 토큰증권 사업 추진을 계획하고 있고, 이에 국내 기업과 해외 기업 간의 업무협약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