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뉴스] 신상열 농심 상무, 미래사업실장 배치…‘기업인수합병’ 실력 입증할까
올해 미래사업실 출범, 오너가 3세인 신상 농심 상무가 실장 배치
농심 “미래사업실, 구체적 계획 아직 없다”
2022년 천호앤케어 인수하려다 실패한 경험 있어
업계는 신상열 상무에 대해 본격 승계 작업에 돌입했다는 분석
[뉴스투데이=서민지 기자] 신상열 농심 상무가 최근 미래사업실장으로 배치되면서 그의 행보에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미래사업실은 기업인수합병(M&A)를 전담으로 하는 부서로 농심의 신규사업 확장에 있어 핵심적인 부서다. 라면 의존도가 높은 농심이 신사업 발굴에 뒤늦게 뛰어든 만큼 신 상무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특히 신 상무는 신동원 농심 회장의 장남이으로 이번 미래사업실 배치가 본격적인 경영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신 상무는 지난 2019년 농심에 입사해 2021년 구매담당 상무로 승진했다. 지난 1일부터는 미래사업실장 직을 맡으면서 오너 일가 고속 승진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업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또 농심이 그간 M&A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는데 경력이 짧은 신 상무에 중책을 맡게 돼 부담이 클 것으로 보인다.
22일 농심에 따르면 미래사업실은 신사업을 모색해 기업 인수합병(M&A)과 국내외 공장 설립 등 농심의 중장기 비전을 그려 대규모 투자를 검토·실행하는 조직이다. 이 중에서도 신 상무는 건강기능식품과 스마트팜 솔루션 등 다양한 영역에서 농심의 사업 다각화를 꾀할 것으로 보인다.
농심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앞으로 농심은 건강기능식품과 푸드테크 등 사업 분야를 가리지 않고 M&A에 나설 것"이라 말했다.
농심은 그간 기업 인수합병에 있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자체적으로 성장 동력을 마련해 왔다. 업계는 미래사업실에 신 상무를 배치한 점을 두고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농심은 지난 2022년 건강기능식품 전문기업 '천호엔케어'를 사려고 했으나 인수가(지분 76.8%) 합의를 이루지 못해 실패했다. 이는 농심의 공식적인 첫 M&A 시도였다. 지난 2020년 e스포츠(게임) 리그오브레전드의 국내 프로게임단 '팀 다이나믹스'를 수의계약으로 인수한 게 농심의 유일한 M&A 성공 사례다.
전문가들은 그룹의 생존 차원에서 "농심의 사업 다각화는 필수적"라는 공통적 의견을 내고 있다. 농심은 라면 사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시장 대내외 환경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지난해 3분기 농심의 총매출액 2조5538억원 중 라면 부문이 2조108억원을 내며 78.7%를 차지했다. 하지만 농심은 지난 2022년 2분기 라면 원부자재 가격 인상에 따른 부담과 수출 비용 등 라면 부문 경영비용 증가로 30억원의 영업손실을 내기도 했다.
신 회장도 지난 2021년 취임 이후 '뉴농심'을 비전으로 두고 사업 다각화에 사활을 거는 모습을 보여왔다. 특히 신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오는 2025년까지 해외 매출 비중을 5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농심은 국내에서는 '신라면'과 '짜파구리' '너구리' 등 견고한 브랜드력을 가진 제품을 활용해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보여왔다. 해외에서는 미국 전 지점 월마트에 입점한 '신라면'에 이어 또다른 성장 동력의 브랜드가 필요한 실정이다.
라면 이외에서 수익성을 제고할 신사업을 발굴해 안정적인 사업 기조를 보이기 위해서 신 상무는 성공적인 M&A로 농심의 외형적 성장과 사업 다각화를 이루어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업계 안팎에서는 신 상무의 미래사업실장 배치에 대해 농심이 섣부르게 승계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신 상무는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졸업 후 2015∼2016년 외국계 회사 인턴 과정을 끝낸 뒤 지난 2019년 3월 경영기획팀으로 농심에 입사했다. 이어 지난 2021년 부장으로 승진한 뒤 같은 해 11월 상무로 진급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신 상무는 농심 지분 3.29%(20만 주)와 농심홀딩스 32.72%(199만70주), 율촌재단 4.83%(29만3955주)를 보유해 주주 중 개인으로써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최근 오너 일가 3세들이 전면적인 행보에 나서며 그룹 승계 작업을 진행 중인데, 기업의 정체성과 사업 기조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면서도 "경험이 다소 부족한 그들이 신사업과 전략·기획 등 그룹의 중장기 비전을 그리는 부서로 빠르게 배치됐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M&A 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기업들도 수차례 고배를 드는 만큼 기업 인수합병은 어렵고 까다롭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농심은 M&A 성공 사례가 전무하며 전담 부서 책임자인 신 상무의 경력이 적어 성공 가능성에 대한 회의적 관측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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