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금률 100%…증권사들, 리스크 막고 또 막고
[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증권사들은 지난해 각종 금융사고를 겪은 뒤 올해는 내부통제와 리스크 대비 강화에 주력하는 가운데, 변동성이 높은 종목들에 대한 신용거래를 차단해 투자자 보호에 나서고 있다.
연초부터 주가가 급등하는 테마주, 업황 악화 및 악재 등 이슈가 나온 종목이 여러 등장하면서 증권사들이 자체적으로 리스크 관리에 나선 모습이다. 지난해 대규모 미수금 사태가 발생한 뒤 더욱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는 분위기 속에 특히 태영건설로 인한 건설 종목들 관리에 집중하는 양상이다.
아울러 최근 국내 증권사들의 신용·미수거래 차단 조치 종목이 계속 추가되며 국내 주식시장 신용융자잔고 감소세도 가팔라질 전망이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미결제 리스크를 막기 위한 선제적 조치에 들어갔다.
특히 최근 태영건설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화 우려 속에 증권사들은 건설 종목들의 증거금률을 100%로 속속 올리고 있다. 재무적 이슈뿐 아니라 긴급 이벤트 발생, 주가 변동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조치다.
위탁증거금이란 상환 기간이 2일인 미수거래를 할 때 투자자가 내야 하는 최소한의 보증금이다. 투자자는 종목별로 정해진 증거금률에 따라 돈을 내고 주식을 매수한 후, 나머지는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할 수 있다.
만약 증거금률이 100%로 설정되면 미수거래와 신용거래가 불가능하다. 기존엔 4만원으로 10만원어치 주식을 살 수 있었다면, 증거금률이 40%에서 100%로 오를 시 10만원을 보유해야 10만원어치 주식을 살 수 있다.
먼저 미래에셋증권은 동부건설, 서희건설, 계룡건설, 특수건설 등의 증거금률을 기존 40%에서 100%로 상향했다.
NH투자증권도 동부건설과 한신공영, 신세계건설, HL D&I 등 건설사 4곳에 대한 신용·미수거래를 차단했고, 키움증권은 동부건설, 동신건설의 증거금률을 100%로 높였다.
한국투자증권은 GS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 DL건설, 금호건설 등 10개 종목의 증거금률을 100%로 설정했다.
건설사들은 최근 선행지표의 부진과 누적된 공사비 부담, 금융여건 악화 등을 고려하면 2025년까지 부진할 것이란 게 중론이다.
다른 증권사들도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 이후 건설 업종에 대한 우려 증폭을 경계하고 있어 증거금률을 상향하는 곳은 계속 추가될 예정이다.
부동산 PF발 대내외적인 리스크가 여전히 기저에 깔린 만큼, 종목 선택에 있어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아직 착공에 들어가지 않은 대규모 건설사들도 태영건설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제2의 태영건설'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브릿지 PF 상태에서 착공한 뒤 본 PF 전환에 실패하는 기업을 중심으로 리스크가 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영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까지 만기가 도래한 본 PF의 상당수는 잠재부실률이 낮아 아직 본격 연체 사이클이 시작되지 않았다"며 "내년 이전에 부동산 시세가 전고점을 돌파해 쌓여 있는 분양물량이 해소되지 않으면 본격 연체 사이클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금융당국은 태영건설의 위기가 건설업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작다는 입장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태영건설은 다른 일반적 건설사에 비해 PF에 의존을 많이 한 예외적인 경우”라며 “건설사 전반으로의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건설주를 향한 증권가의 불안한 시각 속 옥석가리기를 통한 틈새 전략은 유효하다는 평가했다.
올해 본격적인 금리 인하에 들어간다면 부동산 관련 업종이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김승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연말에 태영건설 관련 PF 리스크가 재부각되면서 전반적인 주택주의 투심 악화 현상이 발생했다”며 “올해는 주가가 크게 하락했던 종목들을 살펴보며 바닥 시점에 잘 건져보는 투자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