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보대출 담합’ 의혹 직면한 은행권...신뢰 회복 시험대
공정위, 4대 시중은행 조사 후 ‘심사보고서’ 발송
LTV 정보 공유 통해 대출 조건 낮췄다 판단한 듯
은행권 “LTV 담합할 이유 없다”...소명 준비 돌입
공정위 제재 여부 따라 은행권 신뢰 적잖은 영향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4대 시중은행의 ‘대출 담합’ 의혹을 조사한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재 절차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수천억원대 과징금이 부과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실화할 경우 적잖은 과징금 지출은 물론 사회적 비판과 신뢰 하락을 피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9일 은행권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해 말부터 시작한 은행권 담합 행위 관련 조사의 ‘심사보고서’를 전일 각 은행에 발송했다. 수신 대상은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이며 NH농협은행과 IBK기업은행은 빠졌다.
당초 공정위 조사 분야였던 대출금리 담합은 혐의가 없다고 결론 났지만, 담보인정비율(LTV) 산정 과정에서 담합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은행이 담보대출을 취급하는 과정에서 LTV 등 세부정보를 서로 공유했고, 그 결과 고객들에게 지나치게 유리한 대출 조건이 설정되지 않도록 담합했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심사보고서는 검찰의 공소장 성격을 갖는다. 공정위는 확보한 자료와 관계자 조사를 진행한 결과 담보대출 업무 처리 과정에서 시장 경쟁 질서를 저해하는 담합 행위가 수년간 지속됐다고 보고 ‘제재 의견’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공정위는 심사보고서에 4대 시중은행 각 법인에 대한 과징금 부과는 물론 검찰 고발 의견도 포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은행들이 담보대출 담합을 통해 벌어들인 이득이 상당 부분 확인·인정될 경우 수천억원대의 과징금 처분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은행권은 이번 심사보고서와 관련한 구체적 언급을 꺼리고 있다. 한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받고 나서 한 달 정도 소명의 기간을 갖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알려진) 과징금 규모가 작은 것도 아니고, 다툼의 여지도 많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최대한 적극적으로 소명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은행권이 담합 논란에 휘말린 게 처음은 아니다. 공정위는 지난 2012년 은행들의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 의혹에 전방위 조사를 벌였지만, 4년 만에 무혐의 결론이 났다. 당시 은행들은 시장 구조상 금리 담합은 불가능하다고 항변한 바 있다.
이번 LTV 담합 의혹의 경우 금리보다는 한도와 관련이 있다. 각 은행들이 서로의 LTV 수준을 사전에 공유한 뒤 일정 범위 내에서 운용하고, 결국 차주들의 대출 한도가 늘어나는 것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추론이다. 결과적으로 은행권의 ‘경쟁 부재’가 대출 문턱을 높였다는 지적이다.
핵심은 은행권의 LTV 정보 공유를 담합으로 볼 수 있는 지다. 2021년 개정된 ‘공정거래법’에는 시장 경쟁이 부당하게 제한되는 정보 교환을 위법성 요건이 충족한 담합으로 보고 규제하는 내용이 담겼다. 법안에 따르면 경쟁상 민감한 정보를 교환하기로 하는 명시적 의사연락이 있는 경우에만 정보 교환 합의가 성립한다.
일단 은행권에선 LTV 정보 공유로 인한 고객 피해가 없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대응할 것으로 전망된다. 개인·기업 고객에 실제 적용한 거래 조건에 불이익이 없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소명한다는 설명이다.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에 대한 법적 검토 역시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다른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보통 LTV 산정은 지역별·종류별 경략률(대출을 갚지 못해 담보가 경매로 넘어갔을 때 낙찰되는 비율)이 상당한 영향을 끼치는데, 이를 담합할 이유가 없다”며 “만약이라도 담합했을 때 은행이 어디서 이익을 더 얻었다고 보는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공정위의 제재 여부는 은행권에 적잖은 파장을 가져올 전망이다. 최근 시장금리 상승에 올라탄 이자 장사와 각종 금융사고 등으로 떨어진 고객 신뢰에 다시 한 번 금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은행권은 최대 경영 화두로 신뢰 회복을 제시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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