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원 기자 입력 : 2023.12.27 01:58 ㅣ 수정 : 2023.12.27 01:58
코로나 기간 미국 화이자와 모더나 등과 백신분야에서 치열하게 경쟁했던 영국계 아스트라제네카 1조6000억원 들여 중국 세포치료제 개발 제약사 그라셀 테크놀로지 인수 결정
[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영국과 스웨덴계 글로벌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AZ)가 26일(현지시간) 세포치료제를 전문적으로 개발하는 중국의 그라셀 바이오테크놀로지를 최대 12억달러(약 1조6000억원)에 인수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뉴욕증시에 상장된 그라셀 주가가 폭등한 반면 정작 아스트라제네카는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크리스마스 연휴를 마치고 연말 마지막 주를 시작하는 26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그라셀은 아스트라제네카와의 초대형 빅딜에 힘입어 개장과 함께 전장보다 60.26% 급등한 9.92달러에 거래를 시작했다.
반면 아스트라제네카는 전장보다 소폭 내린 66.22달러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어 양사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그라셀이 임상 단계 바이오제약회사로, 그라셀이 연구하는 후보 물질 'GC012F'가 다발성 골수종과 같은 혈액암이나 루푸스 등 자가면역질환에 치료제가 될 수 있다고 인수배경을 설명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그라셀 인수로 세포치료 관련 기존 역량과 투자가 보완될 것”이라며 “아스트라제네카는 고형 종양을 대상으로 한 카티(CAR-T·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 치료제 분야에서 입지를 세웠다”고 밝혔다.
인수 방식은 일단 아스트라제네카가 그라셀 주식 10억달러 어치를 인수한뒤 이후 특정 규제 단계에 도달하게 되면 나머지 2억달러의 지분을 추가 매입할 계획이다.
그라셀 주식은 올해 4월 1.4달러선에서 거래가 되었으나 이후 지속적으로 주가가 올라 빅딜 발표 직전에는 6달러선 위에서 거래가 이뤄졌다. 블룸버그통신은 아스트라제네카의 인수가격이 지난 22일 종가 보다 최대 86% 높은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아스트라제네카가 중국의 세포치료제 개발 제약사를 12억달러나 투자하면서까지 인수한 것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인 중국시장을 겨냥한 포석이란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아스트라제네카로선 중국이 미국에 이어 두번째로 큰 시장”이라며 “지난달에는 중국의 한 생명공학기업과 비만치료제 공동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고 전했다.
아스트라제네카가 중국시장에 대한 영역을 활발하게 넓히면서 미국 제약업계는 떨떠름한 기색이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영국과 스웨덴의 제약 기업으로 코로나19 기간동에 미국제약회사인 화이자와 모더나 등과 백신 분야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영국과 스웨덴 제약사의 합작사이지만, 본사를 영국에 두고 있어 사실상 영국기업으로 분류된다. 영국 증시와 스웨덴 증시 모두에 상장되어 있는데, 대부분 영국 증시에서 주로 거래되고 본사와 인력 모두 영국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제약업계는 영국계인 아스트라제네카가 거액을 들여 그라셀을 인수하는 것을 계기로 향후 중국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고 경계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IT를 비롯해 각종 분야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제약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코로나 기간 거의 대부분의 국가들이 화이자,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등 서방에서 개발한 백신을 선호한 반면, 중국은 자체 개발한 시노백과 시노팜만을 고집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