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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숭숭한 대구은행···‘전국구 진출’ 발목 잡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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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일 기자
입력 : 2023.12.19 07:37 ㅣ 수정 : 2023.12.19 07:37

당국 경쟁 촉진 정책 따라 시중은행 전환 추진
인가 신청서 제출은 아직··연내 추진 어려울 듯
불법 계좌개설 사태로 부실한 내부통제 도마에
그룹사 연쇄 인사 가능성···행장 제재 리스크도
시중은행과 체급 차이 커 실제 경쟁 효과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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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DGB대구은행]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금융당국의 은행권 경쟁 촉진 정책에 주목받던 DGB대구은행이 시중은행 전환 작업을 매듭짓지 못하고 있다. 자신했던 연내 인가 신청서 제출은 사실상 내년으로 미뤄졌다는 평가다. 시중은행 전환 선언 이후 터진 금융사고와 그룹사 최고경영자(CEO) 리스크, 경쟁 전략 재수립 등이 변수로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구은행 시중은행 전환 태스크포스(TF)는 시중은행 인가 신청서 제출 시점을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 지난 7월 시중은행 전환 추진 선언 당시 연내 완료를 목표로 내걸었지만,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은 5대 시중은행 중심으로 고착화된 과점 체제가 국내 은행 산업의 근본적 문제라는 지적에 따라 추진됐다. 금융당국은 ‘신규 플레이어’ 투입으로 은행권 경쟁을 촉진시키겠단 구상인데, 대구은행이 첫 타자로 나서는 것이다. 

 

대구은행은 시중은행 전환을 위한 자본 및 지배구조 요건이 모두 갖춰졌다. 그동안 지방은행이라는 이유로 받았던 ‘디스카운트(저평가)’ 해소 등을 기대 효과로 내세웠다. 본점을 그대로 대구에 두면서 지역과 상생하겠다는 방침도 발표했다. 

 

다만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작업이 첫 단추부터 지지부진한 건 내부적으로 여러 변수가 발생했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대표적으로 지난 8월 터진 금융사고가 지목된다. 대구은행 소속 은행원들이 고객 동의 없이 1662개에 달하는 증권계좌를 개설한 게 드러나면서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대구은행 불법 계좌 개설은 2021년 8월 12일부터 2023년 7월 31일까지 총 56개 영업점에서 발생했다. 연루된 직원만 114명에 달한다. 계좌 개설 수가 개인 성과평가지표(KPI)에 반영돼 온 걸 고려했을 때 실적 압박 부담도 상당했을 것이라는 게 금융당국 판단이다. 

 

이번 금융사고는 대구은행의 부실한 내부통제 문제를 도마에 올렸다. 시중은행 체급에 맞는 △고객 보호 △직원 윤리 △리스크 관리 등을 제대로 갖췄는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구은행 입장에서는 시중은행 전환보다 금융사고 수습 및 내부통제 재정비가 우선 과제로 떠오른 셈이다. 

 

여기에 시중은행 전환 작업을 진두지휘할 CEO 교체 여부도 주목된다. 김태오 DGB금융 회장은 내년 3월 임기를 끝으로 자리에서 물러나는데, 차기 회장으로 황병우 현 대구은행장 등이 하마평에 오른다. 이 시나리오대로라면 은행-그룹사 CEO 줄교체가 불가피하다. 

 

다만 황 행장의 경우 이번 금융사고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위치이기 때문에 섣불리 거취를 정하기 어려울 것이란 평가도 있다. 금융당국의 징계 범위가 CEO까지 확대될 경우 시중은행 전환·운영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장에서 은행권 금융사고에 대해 “(내부통제 실패는) 궁극적으로 최고위층의 판단 문제”라며 “CEO가 됐건 CFO(최고재무책임자)가 됐건 반복적이고 중대한 문제, 국민들이 수용할 수 없는 형태의 실패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책임을 질 필요가 있다. 책임자에 대해 엄중히 문책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김 회장의 사법 리스크도 변수다. 검찰은 지난 13일 캄보디아 상업은행 인가를 얻기 위해 현지 공무원에게 거액을 건네려고 한 혐의로 기소된 김 회장에게 징역 4년에 벌금 82억원을 구형했다. 내년 1월 10일 1심 선고에서 유죄가 나올 경우 DGB금융의 윤리적 타격이 불가피하고,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에도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나온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한 이후 경쟁 촉진 효과를 일으킬 수 있느냐다. 상대적으로 금융 활동이 활발한 수도권 영업을 늘려야 하는데, 신규 고객 유치와 여·수신 취급 확대에 어려움이 따를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일단 잠재 경쟁사 대비 체급 격차가 너무 크게 벌어진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 6월 말 기준 대구은행의 총자산은 약 75조원이다. 시중은행 중 규모가 가장 큰 국민은행(약 605조원)과 비교하면 8분의 1 수준이다. 지난해 대구은행과 국민은행의 순이익은 각각 3878억원, 2조9960억원으로 집계됐다. 

 

은행권 경영 과제로 떠오른 이익 포트폴리오 다각화도 험로가 예상된다. 자산관리(WM)나 디지털 등이 유망 분야로 꼽히지만 경쟁력 제고를 위해선 대규모 인력·비용 투자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수도권 영업 확대 과정에서 기존 지역 고객 충성도를 방어해야 하는 점 역시 중요 전략으로 요구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대구은행은 지방은행 중에서도 인지도가 탄탄한 은행이지만 시중은행으로 범위를 넓히면 열세인 건 사실”이라며 “파격적인 예금금리나 대출한도를 내주기도 제한적이다. 고객의 거래 은행을 이동시키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기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대구은행에만 특혜를 줄 수도 없기 때문에 결국 각자도생해야 될 것”이라며 “전체 영업권보다 특정 분야를 공략하는 게 현실적이고, 대구은행도 이 방향을 잡은 거 같지만 이렇게 되면 가파른 성장성은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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