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진입’ 예금금리 본격 하락세···언제까지 떨어지나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은행권 정기예금 금리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까지 있었던 연 4%대 금리는 모두 자취를 감췄다. 금융당국의 수신 경쟁 자제령과 채권금리 하락에 따라 당분간 금리 하락세도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고객 입장에선 수령 이자 감소가 불가피하지만, 금융 환경 안정화에는 도움이 될 것이란 평가다.
18일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상품 최고금리는 연 3,75~3.90%로 집계됐다. 이달 7일(연 3.90~3.95%)과 비교하면 하단이 0.15%포인트(p) 급락했다.
은행별로 보면 국민은행과 신한은행, 농협은행이 각 연 3.90%의 금리를 제공하고 하나은행은 연 3.85%를 적용 중이다. 우리은행의 경우 연 3.75%로 5대 시중은행 중에서 정기예금 금리가 가장 낮았다.
상대적으로 정기예금 금리를 높게 쳐주는 지방은행에는 연 4%대 상품이 남아있다. DGB대구은행은 연 4.25%, BNK부산은행은 연 4.15%, 광주은행은 연 4.03%를 제공한다. 인터넷전문은행 중에선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연 4.00%로 동일했다.
연말로 갈수록 정기예금 금리가 떨어지는 건 은행들의 경쟁 부재 때문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은행권은 지난해 9월 채권시장 경색 당시 공격적인 수신금리 인상에 나섰는데, 올해 말 당시 대규모로 유입된 자금의 만기가 도래하면서 자금 운용에 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의 과도한 수신금리 경쟁에 ‘자제령’을 내렸는데, 이 조치가 아직 유효하다는 평가다. 보유 수신고의 만기 시점 분산으로 ‘밀물 썰물’ 현상을 방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은행들이 1년 미만 정기예금 상품 금리를 올려 잡는 것도 이 같은 방침의 일환으로 보인다.
채권금리가 떨어지고 있는 점도 정기예금 금리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미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의 긴축 종료 기대감이 확산하면서 정기예금 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금리가 내려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은행채 1년물(무보증·AAA) 금리는 지난 10월 31인 연 4.15%에서 이달 8일 연 3.89%로 하락했다.
은행권에서도 당분간 정기예금 금리가 완만한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한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미국이 내년 기준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냈는데, 채권금리 하락의 직접적인 재료가 되고 있다”며 “보통 시장의 기대가 선(先)반영돼 있기 때문에 (예금금리가) 급락하기 보다는 조금씩 내려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같은 정기예금 금리 하락이 금융시장 안정화에 긍정적일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특히 수요가 높은 변동형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는 정기예금 금리와 시차를 두고 동행하게 설계됐기 때문이다.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최근의 정기예금 금리 하락가 대출금리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다.
이달 기준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COFIX)는 4.00%로 전월(3.97%) 대비 0.03%포인트(p) 소폭 상승했다. 상승폭은 전월(0.15%p)보다 축소됐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이 취급한 정기예금·은행채 등 수신 상품 금리를 반영해 움직이는데, 주담대 변동금리 산정의 ‘기준’으로 쓰인다.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지난해 12월 4.34%까지 치솟았는데, 당시 은행들의 수신금리 경쟁이 반영된 결과였다. 은행들은 매월 발표되는 코픽스 상승분을 신규로 실행하는 주담대 변동금리에 적용했다. 결과적으로 ‘예금금리 상승→코픽스 상승→대출금리 상승’이라는 순환이 반복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