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망이 짧게 잡는 고객들···은행 정기예금, 장단기 금리 ‘역전’
은행권 정기예금 금리 1년보다 6개월이 더 높아
저축 수요 단기로 이동하고 만기 분산 유도 영향
내년 중 금리 떨어질 듯...“자금 계획 고려 필요”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최근 은행권 정기예금 상품에서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뚜렷하다. 통상적으로 이자를 더 붙여주는 연(年) 단위 상품보다 월(月) 단위 상품의 금리가 더 높게 형성돼 있다.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방망이를 짧게 잡는 단기 예금 수요가 늘어난 데다, 은행들의 대규모 만기 도래 리스크 분산 전략도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7일 전국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국민·우리은행은 6개월 만기 정기예금 상품에 연 4.00%의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이는 1년 만기 상품 금리인 연 3.95%보다 높은 수준이다. 신한은행은 6개월과 1년 모두 연 3.95%, 하나은행은 3.90%를 각각 제공한다. 농협은행은 6개월 만기에 연 4.00%, 1년 만기에 연 4.50%를 반영했다.
보통 은행 정기예금은 만기가 길수록 금리가 오른다. 은행 입장에선 자금을 오래 유치하는 게 유리하기 때문에 만기가 길수록 금리도 높게 설정한다. 고객 역시 자금을 오래 묶어둘수록 고금리를 적용받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최근 이 같은 금융 문화가 변하고 있다. 은행권 2년 만기 정기예금 상품의 금리를 보면 △국민은행 연 3.00% △신한은행 연 3.45% △하나은행 연 3.25% △우리은행 연 3.40% △농협은행 연 3.30%로 집계됐다. 6개월 만기와 비교하면 최대 1.00%포인트(p) 낮게 잡히면서 사실상 찬밥 신세다.
표면적으로는 최근 저축 수요가 단기로 옮겨간 게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1년 이상 보유 자금을 묶어두지 않고 짧게 굴리길 원하는 고객이 늘어난 가운데 은행들도 이에 대응해 금리를 조정했다는 설명이다. 소위 방망이를 짧게 잡는 재테크다.
정기예금 만기 일정을 분산하려는 은행들의 의도적 전략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해 말 은행채 발행 제한 사태 당시 연 5%대의 금리로 끌어모은 정기예금 대부분이 올 연말 만기되는데, 재예치에 실패하면 대규모 수신고 이탈이 불가피하다.
은행 입장에선 고금리로 예치한 정기예금 만기가 도래하면 또 고금리를 내세워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셈이다. 이에 은행권에선 6개월 등 단기 예금 가입 증대가 내년 만기 일정 분산을 기대할 수 있다는 판단이 내려진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작년에는 채권시장 경색이라는 특수성이 있었지만 올해는 시장에서 정해지는 (금리) 수준을 과하게 넘기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연중 만기 도래 일정이 골고루 펴져 있는 게 수신고 관리에 용이하다”고 말했다.
내년 이후 은행권 정기예금 금리 향방은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방향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관측된다. 시장에선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이르면 내년 상반기, 늦어도 하반기에는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행 역시 내년 중 기준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되면 시장금리 역시 내려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당분간 정기예금 금리 예측상 고점에서 ‘막차’를 타려는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에선 최근 단기 예금 금리 상승으로 선택권이 넓어진 만큼 자금 운용 계획에 맞춰 가입할 것을 추천한다.
한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요즘은 국제 정세가 많이 불안하기 때문에 고액 자산가 같은 경우에는 일단 만기를 짧게 가져간 뒤 투자처를 찾는 경우도 있다”며 “정기예금은 돈이 계약기간 동안 예치되는 것이기 때문에 예를 들어 전세자금 비용 같이 돈을 쓸 일정에 차질이 생기지 않게 가입하는 것도 금리만큼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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