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로 '이삿짐' 싸는 상장사들…"장기적 주가 부양 효과 有"
[뉴스투데이=임종우 기자] 유가증권시장 이전상장을 준비하는 코스닥 기업들이 늘고 있다. 올해 만 벌써 3개사가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옮겼고, 일부 기업은 거래소로부터 이전을 위한 심사를 받고 있다.
이처럼 코스피 이전 상장 기업이 늘고 있는 것은 기업 이미지 제고와 패시브 추종 자금 유입 등의 효과가 기대되는 가운데, 역대 코스피 이전상장 기업들이 장기적으로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했다는 연구결과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 HLB, 이전상장 투표 시행…올해 6개사 코스피 이전 공식화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제약·바이오기업 HLB(028300)는 전일부터 오는 20일까지 삼성증권 ‘온라인 주총장’에서 코스피 이전상장을 위한 전자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앞서 HLB는 올해 9월 코스피 이전상장을 위한 주관사로 한국투자증권을 선정했다. 이어 지난 11월 17일에는 이사회를 열고 ‘코스닥 조건부 상장폐지 및 코스피 이전상장’에 관한 안건을 승인했다.
최근에는 의결권 자문기관 ‘ISS’가 투자운용사들에 HLB의 코스피 이전상장에 대해 ‘찬성’ 의견을 발송하기도 했다.
올해 국내 증시에서 코스피 이전상장을 했거나, 준비한다고 발표한 상장사는 HLB를 포함해 △SK오션플랜트(100090) △비에이치(090460) △NICE평가정보(030190) △포스코DX(022100) △엘앤에프(066970) 등 총 6개사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총 11개 기업이 코스피 이전상장을 진행했는데, 그 절반이 넘는 수의 기업이 올 한 해 이전상장을 발표한 것이다.
이 중 SK오션플랜트와 비에이치, NICE평가정보는 이전상장을 완료했다.
SK에 인수되기 전 ‘삼강엠앤티’라는 사명으로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SK오션플랜트는 해상풍력 하부 구조물 등의 철강관 제조업을 영위하는 기업이다. 지난해 9월 SK에 인수된 뒤 올해 1월 사명을 변경하고, 지난 4월 19일 유가증권시장에 이전상장했다.
애플에 연성인쇄회로기판(FPCB)을 납품하고 있는 IT 부품 기업 비에이치는 올해 4월 이전상장 예비심사를 신청하고 지난 6월 20일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했으며, 종합신용정보회사인 NICE평가정보는 올해 6월 심사를 청구해 지난 8월 8일 코스피 상장했다.
코스닥 대형 이차전지 종목인 포스코DX와 엘앤에프는 지난달 10월 연달아 거래소에 코스피 이전상장 청구서를 접수해 현재 심사가 진행 중이다.
■ 기업 신뢰도 제고·자금 조달 효과 有…“공시 전후 4년간 초과수익”
대체로 코스피 이전상장은 자사 브랜드 가치와 대내외 신뢰도를 향상시키고, 안정적인 투자 환경을 조성해 자금 조달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이전상장 투표를 진행 중인 HLB 관계자는 추진 배경에 대해 “주주들의 지속적인 이전 요구와 내년 리보세라닙 간암 치료제의 미국 허가 가능성이 커진 상황 속 추후 펀드 자금 유입 등 유동성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전상장 시 코스피200 등 코스피 관련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자금 유입으로 주가가 오르는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
이정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200은 다른 지수보다 추종하는 자금이 커 정기변경 시 추종 자금의 기계적 자금 유입이 발생한다”며 “특히 신규 편입 종목은 기업의 펀더멘털 요인 외에도 정기변경 이벤트 전략을 구사하는 액티브성 자금 유입으로 주가 상승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올해 이전상장한 3개 기업의 주가는 코스피 입성 이후 주가가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일 기준 SK오션플랜트는 이전상장 직전일 종가(4월 18일, 2만1800원) 대비 26.33% 낮은 1만6060원에 거래를 마쳤다. 같은 날 비에이치(6월 19일, 2만8400원)와 NICE평가정보(8월 7일, 1만2000원)도 각각 이전상장 직전일 종가보다 20.95%와 20.83% 떨어졌다.
해당 기업들의 주가는 올해 글로벌 금리인상 기조에 따라 시장의 투자심리 악화된 가운데, 코스피 입성 직전 이전상장 관련 기대감으로 올랐던 주가가 내러티브(특정 자산이 오르는 이유) 소멸 이후 반락한 결과로 보인다. 통상 시장에선 이전상장이 호재로 인식되는 만큼, 이를 검토한다는 소식만 나와도 주가가 오르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SK오션플랜트의 주가는 이전상장 직전 1개월간 14.38% 올랐고, 같은 기간 비에이치와 NICE평가정보도 각각 19.83%와 21.33% 상승했다. 엘앤에프도 코스피 이전상장을 검토한다고 발표한 지난 7월 19일 하루에만 17% 넘게 급등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상장을 옮긴 기업이 초과 수익을 기록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이 코스닥시장 출범한 이후 2018년 5월 셀트리온(068270)까지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상장한 48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전상장 공시 2년 전부터 이전상장 2년 후까지 해당 기업의 주가가 상승하는 양상이 나타났다. 코스닥시장 설립 이후 2018년 5월까지 총 94개사가 이전상장했으나, 코스닥 출범 이후 2년(1996년 7월~1998년 6월) 안에 이전한 45개 기업은 해당 연구에서 제외됐다.
해당 기간 누적 초과수익률은 코스닥 대비 124%, 코스피 대비 62%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코스피 상장 요건을 충족한 코스닥 상장사 중 규모가 크고 수익성이 높은 비(非) IT 분야 기업이 이전할 가능성이 크다”며 “또 코스피 동일 섹터 기업에 비해 기업가치평가 수준이 낮고 코스닥이 코스피 대비 성과가 부진할수록 이전 확률이 증가한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위원은 “결과적으로 코스닥 상장사의 이전상장은 코스닥시장 평판의 문제로 귀결된다”며 “위험 대비 수익률이 낮고 기업가치가 저평가되는 코스닥시장의 부정적 평판이 IT·기술기업 중심 시장이라는 긍정적 평판을 압도하면서 유가증권시장으로 일방적인 이전상장이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