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리스크가 지속되면서 실적에 이어 신용도까지 증권사들이 흔들리고 있다.
가뜩이나 신용평가사(신평사)들은 증권업에 대한 산업 전망을 비우호적으로 보고 있어, 내년 증권사들의 신용등급 하락 우려는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신평사에서는 부동산 PF 관련 우려로 중소형 증권사 2곳에 대해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조정했다.
주요 신용평가사인 한국기업평가(한기평)는 지난달 다올투자증권의 신용등급 전망을 ‘A(안정적)’에서 ‘A(부정적)’로 내렸고, 하이투자증권은 ‘A+(긍정적)’에서 ‘A+(안정적)’로 하향 조정했다. 향후 모니터링 기간 내 개선이 되지 않는다면, 신용등급이 강등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이러한 결정의 주된 요인은 부동산 PF 위기가 해소됐다고 보기 어려워, 당분간 부동산 관련 수수료수익은 부진할 것이란 전망에서다.
실제로 신평사들은 지난해부터 국내 증권사들이 부동산 PF 부실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의 목소리를 내왔다.
당시 이재우 한국신용평가(한신평) 수석연구원은 “높은 금리 수준과 위험자산 투자심리 위축으로 증권업계 전 사업영역에서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며 “과거 높은 가격에 집행한 투자와 대출 손실 위험이 확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도 경기 침체 속에 주식·부동산 등 자산 가격의 담보가치가 떨어져 자금시장이 경색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같은 국면이 장기화하면 대출 원리금을 제대로 상환하지 못해 부동산 PF 부실이 심화하면서 신용위험이 커지고, 자금력이 약한 증권사의 자산건전성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자, 증권가는 다올투자증권과 하이투자증권의 신용등급 전망이 먼저 내려갔을 뿐 다른 중소형사도 우려되긴 매한가지일 것으로 봤다.
SK증권은 이미 국내 3대 신평사가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유지한 상태다. 올해 신규로 평가된 케이프투자증권은 ‘A-(부정적)’를 받았다.
신용등급 하양 압박은 대형 증권사도 피해가진 못했다. 올해만 두 차례 주가 조작 사태에 연루된 키움증권은 3대 신평사로부터 동시 경고를 받았다. 이 역시 향후 리스크 시스템이 보완되지 않거나, 영업 체력이 약해진다면 등급 하향 가능성이 커진다.
최근 금융위원회로부터 최고경영자(CEO)가 중징계받은 KB증권과 NH투자증권도 경영 불확실성 우려에 부딪혔다.
정효섭 한기평 연구원은 “브릿지론 대부분이 내년 상반기 중에 만기 도래할 예정이어서 향후 1년간 PF 손실 부담이 과중할 것”이라며 “중·소형사의 경우 자기자본 대비 PF 손실 비중이 9~14%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여 재무 부담 점검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부동산 PF 리스크는 내년에도 증권사들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위험도가 가장 높은 브리지론 익스포저가 집중돼 있는 증권사들은 내년 실적 저하 우려가 크다.
증권사 기업금융(IB) 부문은 부동산금융 시장에 대한 민감도가 여전히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예은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전반적인 투자심리 악화로 IB 및 투자, 부동산금융 시장이 모두 위축된 상황에서 증권사 IB부문의 수익성과 자산건전성은 부동산금융 시장에 대한 민감도가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증권사들의 실적에 해외 부동산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우도형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증권사들의 내년 해외 상업용 부동산 만기 도래 규모는 3조7000억원 수준으로 내년에도 해외 대체투자 관련 손실 인식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