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단상(物流斷想): ‘프롬프트’가 알려준 새로운 물류인으로의 도전과 변화
[뉴스투데이=김승한 경기대 겸직교수] 현재는 괌으로 가는 비행기 안이다. 지난 제주도 한달살기를 뒤로하고, 이제 다가오는 연말을 보낼 계획의 첫번째 일정이다.
넥스트 커리어를 디자인한다는 명목으로 보내는 시간인데 결코 한가롭지 만은 않다. 어제도 늦은 저녁까지 AI와 프롬프트 씨름을 하다가 여행 짐도 겨우겨우 챙기고, 앞으로 잡아놓은 일정 진행이 만만치 않을 것 같아 걱정이다.
그런데 “왠 프롬프트” 하고 궁금해하는 분이 있을 듯하다.
새로 발간된 김난도 교수 저서에 2024년 새로운 트렌드로 호모 프롬프트(Homo Promptus)가 제시된 것처럼, 사실 필자도 프롬프트와 조우하고, 행동하고, 그리고 물류에 대해 다시 깨닫게 될 줄은 예상치 못했던 일이다.
• 프롬프트는 인간의 가치를 깨닫게 해주는 도구
제주도 한달살기를 하면서 우연한 기회로 퍼스널 브랜딩을 목표로 하는 트레이닝 참여를 결정했다. 항상 마케팅에 목말랐었고, 특히 챗GPT, 빙챗, 달리(DALL_E), 미드저니(Midjourney), 딥플(DeepL) 등 알려진 AI 툴을 활용해서 진행되는 점이 더욱 끌렸다.
사실 프롬프팅 과정은 인간과 IT 간 소통의 역사 중 가장 직관적인 형식의 소통이다. 묻고, 대답하고, 그리고 다시 묻고 대답하고… 하지만 이런 단순성에도 불구하고, 처음에는 놀라움과 어쩔 줄 모르는 당혹감을 느끼게 되고, 이 과정을 지나고 나면 ‘요술램프 지니’ 급의 부서원을 여럿 거느린 것 같은 든든함을 느끼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렇지만 필자가 느낀 프롬프트의 진정한 매력은 역설적으로 자신의 일상을 되돌아보면서 인간의 가치를 깨닫게 해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AI에게 프롬프트를 통해 계속 질문을 던져보지만, 사실 정말 엣지 있는 답변에 도달하기까지는 매우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이 답변 역시 결국 인간의 의사결정을 돕는 정도의 수준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AI 활용의 핵심은 완성도가 아니라 민첩성에 달려있다고 한다. 이는 다시 말하면 AI와 협업을 통해 비가치적인 부분은 AI에게 맡기고, 오히려 인간은 좀더 인간적인 가치에 시간을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AI한테 던지듯 나 자신에게 프롬프팅 하였고, 그래서 나온 답변이 “내가 아는 분들을 만나서 나의 정체성을 찾자”라는 결정이었다. 정말 AI와 밀당하면서 나의 가치를 통찰하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 다양한 물류, 그리고 또다시 다양해질 물류
다양한 물류 분야를 경험하고 싶었고, 운 좋게도 그런 기회를 갖게 되었고, 그래서 만나게 되었던 분들을 짧은 시간에 다시 만나면서 느낀 점은 물류는 원래도 다양했지만, 앞으로도 더 다양해질 수밖에 없구나 하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 것이다.
간략히 소개하자면 첫 사례는 선사, 포워딩 시스템(FMS)만 20년 넘게 해 오신 업계 선배님과의 만남이다.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 기술로 선사와의 웹기반 견적 자동화를 목표로 갖고 있고, FMS를 기반으로 전체 SCM을 커버하는 통합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이번에는 동남아 확장을 위해 잠시 해외출장을 같이 다녀오기도 하였다.
두번째는 화물운송정보망을 개발하시는 분으로 운송관련협회의 ERP 기능, 운송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지입관리기능, 스팟물량을 처리하는 화물정보망 기능까지 전체 패키지 R&D를 진행하시는 대표님을 만났다. 차주 출신으로 운송비즈니스에 맞는 플랫폼을 개발하시는 열정에 감동하였다.
세번째는 물류자동화 핵심인 컨트롤러를 제작하는 소프트웨어업체인데, 풀필먼트센터 전체 자동화를 수주하신 이야기, 글로벌소싱을 통해 하드웨어 진출 및 확장을 하려는 계획을 들었다.
네번째는 화물네비게이션 선두업체의 대표님과 미팅이었고, 곧 다가올 화물운송 자율주행의 인프라로서 네비게이션의 중요성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다.
포워딩, 화물정보플랫폼, 물류자동화, 화물네비게이션 등등 영역은 다른 것 같지만 물류라는 한 단어로 표현 가능한 각 분야가 앞으로 계속 더 다양해질 것이라는 믿음을 확인한 시간이었다.
• 젊은이들에게… 물류에 도전하라
최근 들어 AI, 자율주행, 로봇자동화 등 변화의 속도가 너무나 빨라졌음을 실감한다. 프롬프트로 대변되는 AI의 현실 접근은 알면 알수록 무서울 정도이다.
자율주행의 경우도 지난 4일부터 홍대에서 동대문까지 심야자율주행버스를 운행한다는 소식이 들릴 정도로 이제는 실생활이 되어가고 있다. 그것도 빠른 속도로..
물류는 언제나 인력을 필요로 했고, 단한번의 예외도 없었다. 물류현장에서 듣는 소리는 인력을 구하기 너무 힘들다는 말뿐이다.
초연결시대의 무서운 변화 속도만큼이나 물류에는 인력이 필요하고, 그 인력은 물류를 더 다양하게 만들어 내는데 기여할 것이다.
1세대 물류인의 경우 흔히 부동산으로 성공한 세대라고들 한다. 이제 AI혁명의 시작점에서 물류에 많은 젊은이가 시대정신을 갖고 도전하여 성공하는 모습을 진심으로 보고 싶은 마음이다.
[정리=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