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동결에 여전채 안정세 이어지나…카드업계 "자금조달‧리스크 관리 집중"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기준금리가 7차례 연속 동결되면서 여전채 금리가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여전채 발행량이 증가하는 가운데 저금리 시절 발행한 채권을 차환해야 하는 부담이 있는 만큼 카드업황 부진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지난달 30일 기준금리를 3.50%로 7차례 연속 동결했다. 금통위는 "물가상승률이 당초 예상보다 높아졌으나 기조적인 둔화 흐르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가계부채 증가 추이와 대외여건의 불확실성도 큰 만큼 현재의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동결 이유를 설명했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전월 29일 여전채 AA+ 등급 3년물은 4.276%를 기록했다. 이는 올해 7월 19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여전채 금리는 기준금리가 급격히 인상되던 지난해부터 급등하기 시작해 올해 초에는 5%를 넘어서기도 했다. 이후 진정세를 보이며 3~5월에는 3%대까지 내려가기도 했으나 재차 인상되기 시작해 10월 31일에는 4.938%로 5% 재진입을 목전에 두기도 했다.
오름세를 보이던 여전채 금리가 안정세를 보인 것은 금통위의 지속적인 기준금리 동결에 시장이 사실상 인상 사이클 종료로 받아들이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금융권에서는 금통위가 11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이에 채권시장이 안정을 찾으며 국고채 금리가 하락했다. 국채 3년물 금리는 10월 26일 4.112%로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으나 이달 들어 하락세를 보였고 전월 29일에는 3.550%까지 낮아졌다.
조달부담이 심화하면서 올해 실적이 하락한 카드사들은 한시름 덜어낸 분위기다. 수신기능이 없는 카드사는 여전채를 통해 사업자금 대부분을 조달한다. 여전채 금리가 높을수록 조달비용이 증가하는 것이다.
카드업계는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이후 채권시장이 경색되면서 조달에 여려움을 겪은 바 있다. 더구나 고금리‧고물가 등의 영향으로 차주들의 상환여력이 저하되면서 연체율마저 상승해 대손충당금 적립액이 늘면서 조달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11월 들어 여전채 금리가 하락하면서 여전채 발행물량도 증가했다. 지난달 카드사들이 발행한 여전채 물량은 △신한카드 7200억원 △삼성카드 2400억원 △국민카드 2900억원 △현대카드 6300억원 △롯데카드 1조650억원 △하나카드 3900억원 △BC카드 1100억원 등 총 3조4450억원이다. 우리카드는 11월 채권을 발행하지 않았다.
지난달 카드사와 캐피탈사가 발행한 여전채 물량은 원화채권 기준 10조7653억원이다. 10월 발행액 5조4020억원과 비교하면 두 배 가량 큰 규모다. 11월 만기가 도래한 물량을 고려한 순발행액은 4조957억원에 달한다. 전월에는 발행액보다 상환액 규모가 더 커 순발행액은 마이너스 4980억원을 기록했다. 순발행액이 증가한 것은 영업이 늘어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되기도 한다.
기준금리 동결에 조달금리는 당분간 안정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과거 저금리 시절 발행했던 여전채 3년물의 만기가 도래함에 따라 이를 차환해야 하는 부담은 이어질 전망이다.
내년 만기가 도래하는 여전채는 약 83조원 규모로 올해 76조원과 비교해 7조원 정도 많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과거 저금리 시기 2%대 금리로 발행했던 채권을 현재 수준의 금리로 차환해야 하니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면서 "통상 여전채가 3년 만기로 발행되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3~4년간은 차환부담으로 인한 업황 부진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올해도 그렇지만 내년 실적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안정적인 조달과 리스크 관리를 꼽는다"면서 "조달금리가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대내외 불확실성이 여전히 커 신사업 투자보다는 리스크 관리에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