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하이브리드에 위협받는 테슬라 전기차
테슬라로 대표되는 전기차의 일방적 승리로 끝날 것 같았던 세계 자동차전쟁이 하이브리드를 앞세운 도요타의 반격으로 새 국면을 맞고 있다. 특히 전기차 수요가 주춤한 가운데 도요타가 주력했던 하이브리드차 수요가 다시 급증하면서 자동차시장에 큰 변화를 몰고올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현대차가 아마존과 손잡고 내년부터 아마존을 통해 현대차 신차를 판매키로 하면서 유통시장에서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급변하는 자동차시장의 트렌드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뉴스투데이=정승원기자] 한동안 글로벌시장에서 질주하던 전기차 판매가 주춤해진 가운데 하이브리드차의 인기가 다시 살아나면서 시장의 기류가 급변하고 있다.
리서치업체인 모터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도요타가 올해 1~9월까지 미국에서 판매한 전기·하이브리드 차량은 1년전보다 20% 늘어난 45만5000대로 집계됐다.
세계 최초 하이브리드차량인 프리우스로 유명한 도요타는 글로벌 카메이커 중에서 가장 늦게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었다. 도요타는 하이브리드 시장이 부진한 상황에서도 하이브리드 차에 대한 개발을 늦추지 않았다.
이같은 뚝심이 통했는지 도요타는 하이브리드차 선전에 힘입어 올해 상반기까지 4년 연속 글로벌 판매 1위를 유지했다.
영업이익은 2분기 일본기업 최초로 1조원을 돌파하며 상반기에만 2조5500억엔을 올렸다. 작년 동기 대비 2배 이상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도요타의 영업이익이 사상 처음으로 4조엔을 넘어설 것으로 점치고 있다.
도요타의 호실적은 1달러당 150엔을 오가는 역대급 엔저효과도 영향을 크게 미쳤지만 무엇보다 하이브리드차 선전에 힘입은 것이다. 지난해 도요타가 판매한 1048만대 중 순수전기차는 2만4466대에 불과했다. 반면 하이브리드 판매비중은 미국에서만 올해 25%에 달했다. 2년전과 비교하면 3%P 뛴 것이다.
GM, 포드 등 글로벌 카메이커들인 테슬라의 선전에 자극받아 앞다퉈 전기차 시장에 뛰어든 것과 달리, 하이브리드차 생산에 고집스럽게 주력한 것이 뒤늦게 빛을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고금리 여파로 그동안 시장을 주도하던 전기차 판매량이 주춤해지면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하이브리드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비싼 가격 탓에 전기차 구매를 주저하는 소비자들에게 합리적 가격을 어필한 것이 효과를 보고 있는데다, 내연기관에서 곧바로 전기차로 이동하기를 주저하는 소비자들에게 하이브리드차가 중간다리 선택지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전기차 성장을 주도해온 테슬라는 올해 들어 3분기까지 미국에서 약 49만3500대의 전기차를 팔았다. 전년 동기 대비 26% 늘었지만 가격인하에 따른 판매효과에 힘입은 것이다. 테슬라는 판매량이 떨어질 때마다 가격을 인하해 판매량을 끌어올리는 정책을 고수하면서 수익성이 심각한 수준까지 떨어지고 있다.
실제로 테슬라는 올해 3분기 실적 보고서에서 순이익이 18억5300만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44% 줄었다고 발표했다. 순이익이 급감한 것은 전기차 수요 부진이 눈에 띄게 목격되자 대대적인 가격 인하를 단행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기차의 인기로 잊혀진 듯했던 하이브리드차 수요가 올 들어 급증하면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도전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