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IB·종투사' 진출 가속화…'스텝업' 노리는 증권가
[뉴스투데이=임종우 기자] 국내 유수 증권사들이 사업을 확장하고자 초대형IB와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등 자격 요건을 갖추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증권 사업이 점차 대형사 위주로 치우치면서 이에 대비하기 위해 덩치를 키우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나증권은 국내 6호 초대형IB가 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초대형IB 인가 요건은 △별도재무제표 기준 자기자본 4조원 이상 △대주주 적격성 △회사 거전성 △내부통제 시스템 구축 등이다.
초대형IB는 2016년 금융당국이 발표한 제도로, 골드만삭스처럼 대형 증권사를 육성한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인가 시 만기 1년 이내의 단기 어음인 발행어음을 자기자본 대비 200% 한도 안에서 발행할 수 있게 된다. 초대형IB는 이를 발행한 뒤 IB(투자금융) 등에 필요한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현재 국내 증권사 중 초대형IB 인가를 받은 곳은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 등 총 5곳이다.
올해 3분기 말에 별도 자기자본 기준을 충족한 증권사는 △하나증권(5조8308억원) △메리츠증권(5조5005억원) △신한투자증권(5조3513억원) △키움증권(4조5304억원) 등이 있다.
그중 메리츠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은 초대형IB에 적극적이지 않으며, 키움증권은 올해 4월 SG증권발 하한가 사태와 영풍제지 미수금 등 잡음이 발생한 상황이다.
반면 하나증권은 초대형IB를 위해 가장 의욕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이다.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는 올해 초 취임 당시 "초대형IB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준 이은형 하나금융지주 부회장께 감사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하나증권은 이달 1일 신임IB그룹장으로 정영균 전 삼성증권 투자금융본부장을 선임해 IB 부문 강화에 나섰다. 특히 정 그룹장은 2017년 삼성증권이 초대형IB 인가를 받는 과정에도 참여한 바 있다.
지난달 30일에는 하나증권이 기존 하나UBS자산운용의 지분 51%를 모두 인수한 '하나자산운용'을 100% 자회사로 편입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퇴직연금 관련 상품 등 리테일 사업 역량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하나증권은 최근 부진한 실적을 내고 있는 만큼, 초대형IB 인가에 따른 수익성 다각화도 중요하게 여겨지는 상황이다.
하나증권은 올해 3분기 48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지난 2분기(순손실 487억원)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적자를 내기도 했다. 올해 3분기 적자에는 IB 관련 자산 손실(551억원)의 영향도 컸다.
하나증권 관계자는 "초대형IB 진입을 지속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올해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구체적인 경로는 내년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대신증권은 올해 종투사 진입을 선언한 가운데, 업계에서도 국내 10호 종투사 전환에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종투사는 2013년 증권사들의 대형화를 유도하고자 도입된 제도다. 지정 시 △기업 신용공여 한도 증가(자기자본 100→200%)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 등 다양한 사업이 허용된다.
현재 종투사로 지정된 증권사는 △미래에셋 △한국투자 △NH투자 △삼성 △KB △하나 △메리프 △신한투자 △키움 등 9곳이다.
국내 종투사 자격 요건은 별도 기준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이다. 대신증권의 올해 3분기 기준 자기자본은 2조1702억원 수준인데, 이를 충족하기 위해 본사 매각 등 각종 카드를 꺼내든 상황이다.
앞서 대신증권은 지난 7월 서울 을지로에 위치한 본사 '대신343'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시장에서는 매각가를 6000억~7000억원 사이로 추정하고 있다.
우선협상자로 이지스자산운용을 선정해 협상을 진행하기도 했으나, 매각가에서 의견이 갈리면서 원점으로 돌아간 상태다.
본사 매각이 한 차례 무산됐음에도 지난달 대신에프앤아이 등 지분 100% 계열사들을 대상으로 4800억원 규모 중간배당을 받으면서 단순 계산상 별도 자기자본이 2조6000억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또 대신증권이 올해 3분기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27.7% 늘어난 533억원을 달성하는 등 호실적을 기록했다는 점도 연내 자기자본 충족 가능성을 뒷받침할 것으로 보인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신증권의 10번째 종투사 지정이 유력한데다가, 토큰증권 등 신규 사업도 순항하고 있다"며 "잠재적 개인 투자자 수요를 확보한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이번 실적이 잘 나온 만큼 종투사 자격 획득 요건 달성까지 수월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연내 종투사 진입을 위해 지속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교보증권도 종투사 진입을 중장기 목표로 설정해 둔 상황이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교보증권의 별도 자기자본은 1조8696억원 수준이다.
교보증권은 지난 8월 최대주주인 교보생명을 대상으로 2500억원의 유상증자를 진행하는 동시에 2029년까지 자기자본 3조원을 달성하고 종투사에 진입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교보증권은 올해 3분기 실적에서 전 분기 대비 흑자 전환에 성공하면서 종투사 진입에 긍정적 지표를 냈다.
올해 3분기 교보증권은 영업이익 182억원과 당기순이익 134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1.%와 39.7% 감소한 수준이지만, 지난 2분기와 비교하면 모두 흑자 전환했다.
전년 대비 부동산 경기 둔화로 관련 딜이 감소하면서 그동안 수익성을 이끈 IB 부문의 실적이 부진한 영향을 받았으나, 지난 2분기 적자의 요인이었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충당금 규모가 올해 3분기에 대폭으로 줄었다.
그동안 부진했던 운용 부문은 좋은 성과를 보이며 누적 자기매매와 장내외파생상품업 영업이익이 779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동기(35억원) 대비 급증한 수준이다.
교보증권 관계자는 "최대한 수익률을 최대화하고 종투사 진입 시점을 목표보다 가능한 더 앞으로 당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다만 단기적으로 지금 당장 진행하겠다는 것은 아니며, 중장기적인 목표를 수행하기 위한 과정인 만큼 유상증자도 목표 달성을 위한 발판을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증권업계 사업 방향성이 자기자본에 맞춰져 있어 각종 자격요건을 갖추더라도 저마다 자기자본을 확충해 나갈 것"이라며 "이후 다양한 사업 기회를 어떻게 발굴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