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단상(物流斷想): 제주도 한달살기 하니까 보이는 물류이야기
[뉴스투데이=김승한 경기대 겸직교수] 지난 3년간 전 직장인 ‘화물운송플랫폼’ 회사와의 계약을 마치고, 버킷리스트 중의 하나였던 제주도 한달살기를 하고 있다.
마침 운 좋게도 예전 투자한 스타트업이 제주도 구좌읍 해변가에 직원복지 차원에서 구입한 숙소를 사용할 수 있어서 제주도 한달살기의 준비가 어렵진 않았다.
초반 열흘은 80대의 부모님을 모시고 제주도 이곳저곳을 구경시켜드리고, 여러 맛집을 방문하는데 시간을 할애하였고, 중반에 접어든 현재는 나를 위한 재충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마지막 한주는 장인, 장모님을 위한 시간을 보낼 예정이라, 그간 돌보지 못했던 소중한 분들과 내 자신에 대한 집중케어의 일정으로는 더할 나위 없는 선택이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영혼까지 맑아지는 깨끗한 햇빛과 공기, 찰싹찰싹 까만 돌들을 보듬어 주는 해변가 파도소리, 저 멀리 눈이 내려 백발을 하고 있는 한라산은 언제나 그대로인데, 며칠이 아닌 한달을 산다고 하니 단기여행에서는 안보였던 몇가지 일상적인 물류가 보인다.
• 항공과는 색다른 경험... 내 차와 함께 고속 페리(Ferry) 여행
일주일 이상의 장기여행자라면 항공보다는 페리를 통한 이동을 경험해 보라. 페리 여행의 가장 큰 장점은 내 차를 가지고 제주도를 갈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물론 진도 출발을 위해 예로 서울 거주자의 경우 장시간 운전을 하고 진도까지 와야 하는 부담이 있지만 아예 전주나 목포 같은 중간 1박 코스를 전체 여행 일정에 포함하면 무엇보다 지역 맛집을 경험하는 보너스 여행 같은 느낌을 갖게 될 것이다.
진도에서 출발하는 고속 페리는 제주도까지 1시간반이 소요되는데 멀미 걱정도 없고 지루할 새도 없는 시간에 공간이동을 마치게 된다.
차 배송요금을 왕복 30만원 정도로 따지면, 일주일 이상 여행의 경우 렌터카가 필수인 제주여행의 특성상 경제적으로 많은 이점이 있다.
특히 애완견 동승이나 장기일정으로 많은 여행 짐이 필요한 경우 항공 대비 큰 장점이 있다. 심지어 운전자가 최근 헌혈 기록이 있는 경우 20~30%의 할인혜택도 있다.
편리함 측면에서는 짐을 찾거나, 수하물 분실을 우려해야 하는 항공여행에 비교할 수 없는 것도 매력이다.
핸드캐리에 대한 보안대 검색의 불편함도 없고, 제주항에 도착하자마자 차를 타고 바로 배에서 제주 도로로 진입할 수 있어 오히려 공항에서의 ‘입국수속’의 번잡함과 짜증의 반대급부로 얻어지는 여행 시작의 설렘이 반감되는 느낌도 살짝 있는 것 같기는 하다.
• 청정 제주를 위한 음식물 쓰레기 배출 RFID 카드
한달살기를 하다보니 직접 가사 관련 활동을 할 수밖에 없고, 나로 인해 발생하는 쓰레기가 엄청나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물건을 구입하면 무조건 나오는 각종 포장재, 숙소에서 식사 후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 등의 발생 빈도나 발생량이 너무나 많아진 현대의 생활이다.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할 때 주로 음식물 쓰레기봉투를 사용했던 터라, 제주도에서 활용되는 선불형 배출 RFID 카드 방식이 낯설었었다.
처음에 숙소에 놓여 있던 쓰레기 처리 카드가 뭘까 했었는데 사용해보니 봉투 방식보다 많은 이점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선불 충전방식의 카드를 투입하면 투입구가 열리고, 음식물을 투입구에 버리면 무게를 측정해서 차감하는 방식인데, 일단 쓰레기 비닐봉투가 필요없고 무게에 따라 과금하기 때문에 봉투를 꽉 채워서 버려야 한다는 강박에서도 벗어나 자주 버릴 수 있어서 청결에도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회수 물류 관점에서 체계적인 순환 재활용 프로세스 정립이 편리하다는 점에서 초기 인프라 설치비 부담은 있겠지만 쓰레기봉투 배출 방식보다 더 권장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추가적으로 RFID 카드충전비용에 공익목적의 기금이 포함된다면, 환경보호도 하면서 공익활동에도 기여하는 뿌듯함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 찾아가는 물류와 찾아오는 물류
물류는 사실 자체적인 니드를 만든다기보다 특정 니드를 충족시키기 위해 태어나고 발전한다. 예로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서 군수물류가 필요했고, 이커머스 비즈니스를 위해 라스트마일이 발전하는 것과 같은 논리이다.
최근 반찬 추가를 위한 셀프바는 대부분의 식당이 운영하는 방식이고, 태블릿 주문과 로봇배송 또한 현저하게 보편화 되어 가고 있다.
제주도의 경우도 마찬가지이고 이는 노동인력 부족에 기인한다. 심지어 맛집으로 유명한 업소를 방문해보면 1인 사장님, 1인 직원이 운영하는 식당도 적지 않다. 라스트마일도 그렇지만 찾아가는 물류가 필요한 곳이다.
반대로 현재 제주도에서 가장 고객 방문이 많은 식당이 어딜까? L베이글이란 곳으로 앱 방문예약자가 2천명인 적도 있었다 한다.
필자도 제주도 도착해서 숙소로 향하던 중 사전예약 & 웨이팅을 통해 겨우 식사를 하였다. 굳이 찾아갈 필요 없는 고객이 찾아오는 물류가 필요한 곳이다.
제주도를 잠시 버리고 많은 분이 환율의 달콤함을 찾아 일본으로 향하는 덕분에 제주도의 상업적 매력이 많이 떨어지고 있는 지금이다.
자본의 힘으로 운영되는 L베이글과 같은 케이스도 있지만, 필자가 찾아간 르 꼬르동 블루(Le Cordon Bleu) 출신 셰프가 운영하는 1인 식당같이 최근의 위축된 제주도 관광 환경에 폐업의 위기를 토로하는 자영업 분들의 경우가 더 많아 보인다.
극단의 상황이 오히려 일상화 되고 있는 요즘, 모두가 필요로 하는 물류의 본질은 무엇일까 고민하게 된다.
[정리=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